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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희생부활자' 새로운 소재 'RV', 그러나 '모성애'는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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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희생부활자' 새로운 소재 'RV', 그러나 '모성애'는 식상하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10.1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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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좀비도, 귀신도 아니다 '희생부활자'(RV)의 신선함
- 배우 김해숙의 '살벌' 연기는?
- 김래원·김해숙 만이 아니다, 전혜진의 재발견

DOWN
- 소재는 '새거', 주제는 '낡은 거'… 전통적인 '모성애'는 진부해
- '반전' 위한 결말의 아쉬움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희생부활자'(RV)는 국내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미스터리 소재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가 복수를 위해 되살아 난다는 '괴담'에서 비롯한 희생부활자는 새로운 이야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희생부활자'는 국내 미스터리 영화에서 다뤄지던 '원한이 있는 귀신'과는 다르다. 또 서양의 괴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좀비와도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친구'로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곽경택 감독이 새로운 소재 '희생부활자'를 어떻게 다뤘을까?

# 곽경택의 '장르도전', 그것도 '희생부활자'

 

'희생부활자'에서 김해숙은 살벌한 엄마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앞서 언급했듯 '희생부활자'는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죽었다 살아 돌아온 어머니 최명숙(김해숙 분)은 외양도 멀쩡하고 신체에도 이상이 없다. 그가 살아돌아온 목적은 자신을 억울하게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곽경택 감독은 주인공 서진홍(김래원 분)을 법조인으로 설정,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부활자들의 사연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정의의 실현이 되지 않아 희생부활자가 나타난다는 '희생부활자'의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극중 한국 최초의 '희생부활자'로 분한 김해숙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헌신적인 엄마였지만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그는 아들을 향해 칼을 겨누는 '살벌한' 엄마가 된다.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에서 자애로운 어머니 상을 보여줬던 김해숙은 자신만의 존재감으로 영화의 서늘함을 더한다.

곽경택 감독은 대표작 '친구'에서도 알 수 있듯 색감을 이용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친구'에서도 느와르틱한 어두운 조명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번 '희생부활자'에서는 '비'가 주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미스터리한 존재 희생부활ㅈ의 살벌한 복수와 암울한 비 내리는 풍경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더욱 스릴을 선사한다.

# 배우들의 연기는? 해바라기 모자 김래원·김해숙에 '형사 전문' 거듭난 전혜진 까지

 

'희생부활자'로 김해숙과 모자 호흡을 또다시 맞추게 된 김래원 [사진 =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희생부활자'는 개봉 전부터 영화 '해바라기'에서 모자 호흡을 맞춘 김래원 김해숙의 재결합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희생부활자'에서는 그동안의 전통적 모자 관계가 아닌 원한과 모성애가 얽히고 섥힌 관계로 등장한다.

김래원과 김해숙 외에도 '희생부활자'를 이끌어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전혜진이다. 전혜진은 영화 '불한당'에서도 경찰 역을 맡은 데 이어 이번 '희생부활자'에서도 미스터리한 '희생부활자'의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 역을 맡았다. 이지적이면서도 제 3자의 시점에서 김래원과 김해숙의 관계를 지켜보는 전혜진은 관객의 눈을 대변하는 역할로 영화의 재미를 한 층 더했다.

성동일의 연기 변신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서 코믹 연기로 감초 역할을 도맡았던 성동일이 '희생부활자'에서는 이지적인 국정원 직원으로 분한다. 전혜진과 함께 '희생부활자' 사건을 둘러싼 인물로 희생부활자의 등장과 각 권력기간들의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 소재는 신선, '모성애'라는 주제는 진부?

 

'희생부활자' 영화 후반 김해숙은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진 =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희생부활자'는 'RV'라는 새로운 소재에 모성애라는 한국적 주제의식을 차용했다. '희생부활자' 속 최명숙은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로 등장하고 아들 서지홍은 엄마에게 무심한 평범한 아들로 첫 등장한다.

최명숙은 자신의 죽음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서지홍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만 이내 모성애로 죽음에 위기에 처한 서지홍을 구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자신을 희생해서 아들의 성공을 바랬던 전통적인 한국 어머니상의 모습이다.

'희생부활자'는 영화 초반 아들을 죽이려고 하는 엄마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희생부활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새롭게 정의된 어머니와 아들 관계가 영화 후반부에는 다시 '모성애'로 회귀된다. 최명숙은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에서 '모성애'는 보편적인 주제다. 영화를 보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모성애'는 공감하기 쉬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영화에서 전통적인 모성애가 그려져온 만큼 '희생부활자'의 모성애 서사는 소재의 신선함에 못미쳐 아쉬움을 자아낸다.

'모성애'라는 주제 자체가 진부한 것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를 통해 모성애의 이면을 다뤘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전통적인 모성애 신화에 대한 부정을 주제로 다룬 영화다.

그러나 '희생부활자'는 새로운 모성애라는 시점에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들을 죽이려고 하는 엄마라는 소재는 신선했지만 그마저도 아들을 용서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부로 접어들며 새로움을 잃었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한국형 장르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서양 호러에서 자주 등장하는 엑소시즘을 주제로 내세웠고 '부산행'은 국내에 드문 좀비 소재로 천만 영화를 달성했다.

영화 '희생부활자'가 최근 한국영화계에 불고있는 '한국형 호러 장르 영화'의 새로운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곽경택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영화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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