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분석Q] 부암동복수자들-마녀의법정-매드독, 안방극장에 '사이다 드라마 열풍' 이유는?
상태바
[분석Q] 부암동복수자들-마녀의법정-매드독, 안방극장에 '사이다 드라마 열풍' 이유는?
  • 박영진 기자
  • 승인 2017.10.15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박영진 기자] 언제부턴가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단어가 입버릇처럼 자주 흘러나온다. 최근 드라마계에서는 이른바 '사이다 드라마'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구마는 드라마 전개가 답답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뜻이며, 사이다는 죄 지은 악역이 결국 통쾌하게 벌을 받는등 권선징악과 같은 전개로 막힌 속을 뻥 뚫리게 한다는 의미다.

이런 드라마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의 시청 패턴에 깊숙하게 스며 들어온 지 오래다. 왜 사이다 드라마라는 명칭이 생겨나게 된 걸까.

 

▲ 최근 사이다 드라마라고 홍보하고 있는 '부암동 복수자들' '마녀의 법정', '달콤한 원수', '매드독' (이상 윗 사진부터) [사진= '부암동 복수자들', '마녀의 법정', '달콤한 원수', '매드독' 공식 포스터]

 

특히 오후 10시 대에 방송하는 주중 미니시리즈들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주제를 삼고 있다. 이번주 KBS 2TV에서 잇따라 선보인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과 수목드라마 '매드독'이 모두 그러하다. 

마녀의 법정은 제작발표회에서, 올 초 폭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김과장'과 같이 우리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라 예고했다.

첫 회부터 주인공 마이듬(정려원 분)이 시원하게 사건을 터뜨렸다. 마이듬은 오부장 검사의 징계위원회에 깜짝 등장해 그의 성추행 현장 목격담을 고백했고 이후에도 성추행 사건의 전말을 터뜨리며 사건을 단숨에 해결했다.

매드독에선 유지태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유지태가 맡은 최강우 역할은 보험조사관으로서 약자의 편에 서며 정의구현에 앞정선다. 첫회에서 강우는 피해자에게 "돈 없고 빽없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는 세상 아니잖아, 대한민국"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매드독과 동시간에 경쟁하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도 그러하다. 제목부터 복수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드라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해 여주인공 3명이 사이다를 날린다는 내용이다.  '현실 응징극'으로 드라마 장르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 첫주부터 여주인공 중 홍도희(라미란 분)의 복수가 성공했다. 도희의 아들 희수(최규진 분)는 학교에서 주길연(정영주 분)의 아들 정욱(신동욱 분)과 다퉜고 정욱이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사건의 원인은 정욱이 희수의 가정환경을 비하하며 생긴 일이었다. 주길연은 오히려 홍도희에게 합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등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에 김정혜(이요원 분)와 이미숙(명세빈 분)은 도희를 적극 지원한다. 도희와 길연이 만난 자리에 이요원은 예고없이 등장해 도희와 친분이 두터움을 보여주며 길연을 압박했다. 여기에 사전에 계획한 대로 정혜와 도희는 대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의 각본이 상당히 어색했음에도 길연은 속아 넘어갔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유식한 법지식과 남편 간 직장 위계 관계를 풍자적으로 이용했다. 정혜, 도희, 미숙은 작전이 성공하자 맥주파티를 벌이며 작전 성공을 자축했다.

'사이다 드라마'의 사례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드라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침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달콤한 원수'는 첫 방송 전 티저공개 영상부터 사이다 드라마라고 홍보했다.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 오달님(박은혜 분)이 거짓 세상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날린다는 내용이다. 현재 후반부로 접어든 이 드라마는 살인 누명을 쓴 오달님과 진범인 홍세나(박태인 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홍세나의 악행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예고한 사이다가 머지않았음을 암시했다.

사이다 드라마가 봇물처럼 나오는 데는 사회적인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정치, 경제, 외교 분야를 막론하고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끊이지 않는 정경 유착, 잇따른 북한의 핵실험, 여야 간 양보 없는 국정감사 공방, 어금니아빠 사건 등 잔혹범죄 속출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난 후 드라마는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매개체다. 이런 불신의 세태를 반영해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사이다 드라마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다 드라마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평을 듣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부조리를 비판하는 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방영돼 왔다. 또 일일연속극의 경우 100~120부 중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답답한 전개를 이어가다 마지막에서야 사건이 풀리는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막장 퍼레이드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말로만 사이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여야만 진정한 '사이다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호평을 받지 못하고 엉성하고 진부한 내용만 늘어놓는다면 사이다가 아닌 고구마라는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자타공인하는 '드라마 왕국'이다. 드라마는 여전히 여러 채널에서 범람하고 있다. 지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사이다 드라마’들이 계속 탄생해 답답한 사회에 통쾌함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