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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데뷔전 승리' LG 현주엽 감독, 선수보다 더 많은 땀 흘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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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데뷔전 승리' LG 현주엽 감독, 선수보다 더 많은 땀 흘린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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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선수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 것 같다.”

현주엽(42) 창원 LG 초보 감독의 데뷔전 소감이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 독설을 아끼지 않던 해설자 때와는 또 달랐다. 흥건한 땀은 초보 감독 현주엽의 전리품이 됐다.

현주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14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81-74로 승리했다. 데뷔전부터 짜릿한 승리를 따낸 현 감독은 “경기 끝나고 이겼다는 생각에 속으로 욕이 나왔다”고 기쁜 감정을 나타냈다.

▲ 현주엽 창원 LG 감독(오른쪽)이 14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전에서 경기 도중 김종규에게 다정한 표정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고려대 시절 숙적이었던 연세대 출신 문경은(46), 이상민(45)도 각각 서울 SK와 서울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뒤 2패를 떠안은 다음에야 첫 승을 거뒀다. 그만큼 데뷔전 승리는 쉽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1쿼터를 20-10으로 크게 앞선 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낙승이 예상됐다. 현주엽 감독도 “처음에 분위기가 좋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리온이 역시 강하고 외곽이 좋았다”며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농구에 적응을 잘한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2,3쿼터 드워릭 스펜서의 외곽포를 앞세운 공격에 쩔쩔맸다. 결국 59-60으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이했다. 그러나 4쿼터 초반 오리온이 연달아 실책을 범했고 LG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득점으로 연결했다.

현 감독은 “2,3쿼터는 외국인 선수 2명이 뛰어야 하는데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적어 공격이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어려웠다”며 “외국인 선수 1명이 뛰는 1,4쿼터가 오히려 수월할 것 같아 2,3쿼터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는 새 외국인 선수 저스틴 터브스와 조시 파월과 영입했지만 터브스는 지난달 종아리 부상으로 조나단 블락으로 대체했다. 이로 인해 제대로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MBC스포츠플러스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경기 중계 중 많은 땀을 흘려 화제가 됐던 현주엽 감독은 이날 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또 목이 잠길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첫 경기라는 부담감, 2,3쿼터 치고 받는 흐름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게 큰 이유였다.

▲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오른쪽)이 14일 데뷔전 승리를 챙긴 현주엽 창원 LG 감독의 등을 두드리며 축하를 보내고 있다.

“1승하기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선수 때는 ‘1승은 마음먹고 뛰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으로선 정말 쉽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기뻐한 현주엽 감독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가 기대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도 아쉬운 점에 있어 훈련을 통해 보완하거나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도 외국인 선수들과 (김)종규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공격하라고 주문했는데 오히려 너무 과감해진 부분도 있었다. 잘한 면도 있지만 앞으로는 조금 조절해야 할 것 같다”고 자평했다.

현주엽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 이상민 감독에게 “편하게 하라” 등 조언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감독으로서 만나게 된다. 현주엽 감독은 “밖에서 볼 때는 편하게 말했다. (추)승균이 형(전주 KCC 감독)에게도 그랬다. 남일 이니까 쉽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경기는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삼성. 현주엽 감독은 “경기 전에 삼성 플레이를 짧게 봤는데 굉장히 경기력이 좋았다”며 “삼성도 공략할 부분이 있으니 잘 준비하면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승리를 떠나 감독 데뷔전인 것을 생각하면 계획대로 잘 치른 경기였다. 합격점을 줄만 했다. 골밑을 적극적으로 파고 든 김종규와 토종 선수들의 적극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조시 파월의 부진 속에서도 수비에 장점을 보이던 최승욱이 13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것은 인상적이었다.

옛 제자에게 패한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첫 경기를 잘 풀어낸 만큼 명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운동할 때도 깊이를 알고 하는 선수였으니 잘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벌써부터 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가고 있는 현주엽 감독.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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