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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의정부시대 개막' KB손해보험, 희망적인 징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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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의 V파노라마] '의정부시대 개막' KB손해보험, 희망적인 징조 셋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0.1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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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지 이전 후 첫 경기 승리, 권순찬 감독 배구-추가전력-흥행 3대 요소

[의정부=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예감이 좋다. 많은 배구 팬들 앞에서 연고지 이전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웃었다. 구미에서 의정부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첫 경기를 이겼기에 이런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바로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의 이야기다.

15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삼성화재와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2(18-25 25-22 25-18 23-25 15-13) 역전승을 거둔 KB손해보험은 새로운 홈 팬들 앞에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경기 후 주장 이선규와 영건 황택의는 단상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구미 시절에는 자주 느껴보지 못했던 활기찬 모습. 이것만 봐도 올 시즌 KB손해보험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품을 수 있었다.

▲ KB손해보험 선수들이 15일 삼성화재전 승리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권순찬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KB손해보험의 오프 시즌은 매우 바빴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신임 사령탑을 선임했고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실시했다. 연고지 이전, 트레이드, 전지훈련, 트라이아웃 등 쉴 틈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지난달 컵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진출, 확실하게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시내 곳곳에 펼침막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KB손해보험은 이날 무려 5372명의 관중을 동원, 정원(5052석)을 초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장 계단 곳곳에 많은 팬들이 앉아서 관전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경기를 앞두고 ‘피겨여왕’ 김연아가 시구를 하고, 인기 걸그룹 마마무가 공연을 해 현장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으로 연고팀이 생긴 기쁨 때문인지, 장내를 가득 메운 5372명의 배구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KB손해보험 구단 관계자는 “사실 의정부시민들이 즐길 거리가 많이 없는데, 프로배구 팀이 들어오면서 앞으로 많이 찾아주실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단순히 현장 열기가 뜨거워서가 아니다. 개막전에서 KB손해보험의 플레이와 선수 구성을 봤을 때 ‘올 시즌은 해볼 만하다’는 희망적인 요소가 보인다. 이제는 다른 팀들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몸부림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 권순찬 감독(가운데)이 15일 삼성화재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권순찬 감독, '자신의 배구' 할 수 있는 라인업 구축

첫 번째로 권순찬 감독이 오롯이 자신이 추구할 수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외국인 선수를 왼쪽 공격수로 세우고 이강원에게 수비 부담이 적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역할을 부여했다.

권 감독은 비시즌 트라이아웃에서 뽑을 외국인 선수로 알렉산드리 페레이라(포르투갈‧등록명 알렉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서 안정적인 서브와 리시브 능력을 갖췄고, 8년간 국가대표로 뛰는 등 실력은 이미 입증돼 있었다. 다만 알렉스의 진가를 알아본 다른 구단들도 그를 지명 후보에 올려놓고 있었기에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2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KB손해보험은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안산 OK저축은행이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등록명 브람)를 지목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후문.

그렇게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알렉스는 왼쪽 공격수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2m의 긴 신장을 이용해 높은 타점에서 스파이크를 때렸고, 수비에서도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개막전에서 팀 내 최다인 35점을 뽑아내며 웃었다. 공격 성공률도 58.82%에 달했다. ‘리시브 정확’도 12개나 기록했다. 여러 모로 합격점을 받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경기 후 권순찬 감독은 “20점대 이후로 세터 (황)택의에게 ‘알렉스에게 올려줘라’는 주문을 했는데, 좋은 결정력을 보여줬다. 힘과 기술 모두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봤다”고 만족스러워했다.

▲ 알렉스(왼쪽)가 15일 삼성화재전에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다만 주전 라이트로 스타트를 끊은 이강원은 이날 몸이 덜 풀린 모습이었다. 1세트와 2세트, 3세트 공격 성공률이 36.4%(4/11), 25%(1/4), 25%(2/8)에 그쳤다.

이에 대해 권순찬 감독은 “(이)강원이가 아직 풀 시즌을 치러보지 못해서 주전 라이트로 꾸준히 뛰는 데까지 적응기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원 역시 “오늘 나 때문에 팀 동료들이 힘든 경기를 했다”며 “국가대표 소집 때문에 체력을 못 끌어올렸다는 건 핑계다. 내가 더 열심히 했었어야 했다. 다만 다른 팀에 있을 때와 우리 팀에 있을 때 감각이 다른 것 같다. 프로 팀에서는 감독님께서 특별히 책임감을 주시기 때문에 한편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83.33%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이선규가 미들 블로커로서 건재한 가운데, 오른쪽 공격수 이강원만 터져준다면 KB손해보험이 앞으로 경기를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강원(오른쪽)이 15일 삼성화재전에서 두 팔을 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강영준-최익제 대기, '추가전력' 있다

알렉스, 이강원, 황택의, 황두연, 이선규, 전진용 등 짱짱한 진용을 갖춘 KB손해보험.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서 더 돌아올 자원들이 있기 때문. 라이트 강영준과 루키 최익제(세터)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당초 권 감독이 백업 라이트로 염두에 뒀던 강영준은 지난 9월 발목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빠져 있다. 11월 초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강원이 오른쪽에서 잘 버텨줘야 KB손해보험의 초반 순위 경쟁이 수월할 전망이다.

지난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뽑은 최익제는 지난 시즌 신인왕 황택의와 함께 빠르고 활기찬 토스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장이자 주전 세터로 활약한 최익제는 한국의 24년만의 4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전국체육대회 이후 복귀하는 최익제는 황택의의 토스 워크가 흔들릴 때 비밀병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부상에서 회복 중인 리베로 곽동혁과 재활을 마친 레프트 손현종이 컨디션을 완전히 끌어올리면 KB손해보험의 전력은 한층 탄탄해진다.

▲ 이선규(가운데)가 15일 삼성화재전에서 의정부 팬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접근성 좋은' 의정부체육관, 흥행 요건 갖췄다

이처럼 구미 시절 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KB손해보험이 업그레이드 된 라인업으로 성적을 끌어올린다면 의정부 실내체육관에는 앞으로도 많은 팬들이 스탠드를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장내에 함성이 커지면 선수들도 더 힘내서 경기할 수 있다.

일단 의정부는 지리적으로 팬들을 끌어 모으기 수월한 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에는 파주시, 바로 위에는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가 있고, 오른쪽엔 구리시, 남양주시와 맞닿아 있다. 또 서울시 노원구와도 15분 거리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다. 더군다나 경기 북부지방의 첫 프로 스포츠 연고지이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로 연고지 이전은 선수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구미 시절에는 숙소가 경기도 수원에 있었기 때문에 이동에 불편함을 겪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의정부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이런 수고를 덜게 됐다. 이것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권순찬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KB손해보험이 의정부 시대 원년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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