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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1) 파괴적 기획사 핑크고릴라 창작 현장을 가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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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1) 파괴적 기획사 핑크고릴라 창작 현장을 가다 (上)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1.2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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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고릴라 인디를 넘어 대중과 소통을 꿈꾸다

[편집자주] 진정한 '도전'을 중시하는 스포츠Q는 우리나라 음악계 비주류를 탐방하고 그곳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인디레이블(뮤지션 스스로 작곡부터 편곡 앨범발매까지 책임지는 소규모 독립음반 체계) 이라는 특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인디레이블을 통해 새로운 성공을 위해 뛰고 올라가려는 젊은 열정을 보며 독자 여러분들도 새로운 가치를 찾고 느끼기를 원합니다.

 

[스포츠Q 글 박영웅기자· 사진 최대성기자] 역사는 짧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과 과감한 투자로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기획사가 있다. 바로 '핑크고릴라'다.

핑크고릴라의 구성원들은 새롭다. 대한민국 인디레이블 계에서는 최초로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인디록밴드 장르의 이단아로 평가받는 그룹 블런트(보컬 김연대, 리더 유재경, 기타 장인석)가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디 음악계 소속이라는 느낌이 무색할 만큼 대중을 생각하는 과감한 음악과 메이저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장을 직접 찾아 그들의 실제 모습을 살펴봤다.

 

◆ 인디레이블 사무실 맞아? "장비 투자 없이 좋은 음악 만들 수 없잖아요"

인디레이블 핑크고릴라는 의정부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중심에서는 꽤 먼 느낌이 드는 동네에 그들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의심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그들의 보금자리를 방문했다.

꽤 외떨어진 위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커피숍 같은 소속사 내부는 물론이고 골고루 갖춰진 음악시스템, 깔끔하게 방음처리된 녹음실과 연습실까지 고급스러운 향기가 '풀풀' 풍겼다. 보는 순간 "이럴 수가" 이들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특히 인디레이블임에도 어떤 수익으로 이런 시설을 갖춰놓은 걸까? 도착하자마자 옥지혜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디라고 다 가난한 건 아니죠? 그리고 우린 인디를 탈피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음악이 중요한데 좋은 곡을 뽑으려면 장비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봐요. 나름대로 우리 수익처는 분명하니까. 나쁜 짓 해서 버는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웃음)"

▲ 블런트 멤버인 장인석 유재경 김연대(왼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최상의 조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색깔있는 음악의 원천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살아있는 음악 정신이죠"

그룹 블런트가 작업실을 공개해줬다. 한창 음악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엄숙할 것만 같은 인디밴드의 작업 분위기가 이렇게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줄은 몰랐다. 멤버 셋이서 자유로운 토론에 이어 합창이 이어졌고 한 멤버는 누워서 노래를 부르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가 핑크고릴라의 음악적 색깔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살아있는 음악이 우선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각자의 곡을 서로 연주하기도 해요. 그러다 태어나는 음악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올 때도 있죠. 다만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하루 10시간 가까운 연습과 연구를 합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스타일이죠"(블런트 리더 유재경)

▲ 보컬 김연대가 편곡 작업을 하고 있다.

◆ 핑크고릴라의 음악 방향은?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거예요"

이들의 말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나온 곡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멜로디 라인부터 스타일이 매우 특이했다. 그렇다면 핑크고릴라의 음악적 방향은 무엇일까? 취재진이 이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단순한 인디록밴드를 연상하고 있었다.

"우리를 단순히 인디록밴드로 생각하셨다면 큰 실수예요. 사실 인디라는 말도 불편해요. 대중을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어쿠스틱부터 가요. 드라마 영화 OST, 발라드, 팝 등 다양한 장르가 핑크고릴라 안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아요. 현재 만들어놓은 곡도 100곡 이상이니 음악적으로 저축도 잘돼 있고요."(옥 대표)

블런트의 음악적 방향도 이야기했다.

"사실 블런트가 정통 인디 록밴드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인디 록밴드라고 하면 음악적 질이 떨어지는 그룹이 많기 때문이에요. 특히 보컬이 너무 약하고요. 또한, 해석 불가한 이야기들을 하는 그룹이 많은데 이해가 안 가요. 음악인이라면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생각해요." (옥 대표)

▲ 보컬 김연대가 곡을 녹음하고 있다.

◆ 핑크 고릴라의 백년대계는? "직접 후배를 키우며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거죠"

살아있는 그들의 모습은 또 하나가 있었다. 자신들이 만들어낼 후배 가수들을 직접 교육하고 있었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핑크고릴라의 옥지혜 대표는 본래 유명한 보컬 선생님이었다. 블런트 리더 유재경은 유명 편곡자이자 작사·작곡가이고, 김연대와 장인석 역시 학생들에게 각각 보컬과 기타 연주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후배를 키우고 소속사 가수들을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대형 기획사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가치다. 이것을 인디레이블 핑크고릴라가 시도 중이다. 이런 부분은 대단한 힘이다.

직접 후배 가수들을 키우는 모습을 살펴봤다. 열정이 넘쳤다. 매일 5시간 이상 이들에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력이 우선이죠. 직접 후배들을 우리 손으로 키운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죠. 우리의 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 핑크고릴라 대표 옥지혜. 유명한 보컬 선생님 출신인 그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드는 것을 레이블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옥 대표는 핑크고릴라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가 애들 트레이닝을 할 때는 그들을 실용음악 학과로 보내기 위해 입시 위주의 교습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 똑같아지는 느낌이 되더라고요. 평준화라는 이름에 실력 있는 새싹들이 갇혀 있더라고요."

"꼭 소속사를 만들면 이런 부분을 탈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자기만이 가진 단점이 개성이 되는 가수들을 키우고 싶었어요. 또한 선후배 가수들이 서로를 만들어 주는 모습을 통해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넘어 친구 같은 후배 가수들이 포진한 소속사. 이것이 핑크고릴라의 미래죠."

그럼 후배 가수들은 얼마나 실력이 있을까. 취재진 앞에 곧바로 이들의 무대를 보여줬다. 노래 실력과 무대매너, 연주실력은 당장 앨범을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났다.

"엄청나게 잘하죠? 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이유가 또 하나가 있어요. 이들을 미래에 메이저신으로 보내려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우선은 블런트가 우선이겠죠?"

◆ 현재의 계획은? "블런트의 디지털 싱글은 물론 발라드 장르도 준비 중이에요"

핑크고릴라는 올해 3월 만들어진 법인이다. 같은달 드디어 블런트의 정규 1집 앨범을 핑크고릴라의 힘으로 발매했다. 그후 다양한 공연을 추진하며 수익을 창출해 왔다. 앞으로는 디지털 싱글 발매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 루트를 찾을 계획이다.

"체계적인 시스탬을 잡고 만들어진 게 핑크고릴라죠. 당장 계획은 블런트가 성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디지털 싱글을 준비하고 있어요. 특히 발라드 장르도 생각 중이에요." (옥 대표)

▲ 작업실에서 핑크고릴라 구성원들. 인상적인 레이블명 만큼이나 개성과 의지가 뚜렷하다.

◆ '취중 진담'에서 던진 메시지는? "홍대 인디신 훌쩍 뛰어넘을 거예요"

핑크 고릴라의 중심인 4명의 구성원과 한참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작업 현장을 둘러본 후 이들과 소주 한 잔을 나눌 시간을 잡았다. 자존심 강하다는 인디계 밴드답지 않은 솔직함과 수수함이 돋보였다. 특히 홍대 인디신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뿜어냈다.

"홍대 인디신이 그 안에서는 주류가 된 거예요. 벽이 너무 높고 그들만이 뭉치는 경향이 강하더라고요. 솔직히 섭섭했어요.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블런트 리더 유재경)

"그들을 넘기 위해 오히려 수익 공연으로 전환하니 길이 보이더라고요."(보컬 김연대)

"우리가 더욱 높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기타 장인석)

"우리의 길이 확실하죠. 이제부터는 인디란 말 쓰지 않기!" (옥 대표)

[현장 후기] 핑크 고릴라의 시도는 새로운 차원의 인디레이블을 보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이들이 가진 음악적 열정, 진솔함, 수수함 등…. '핑크'와 '고릴라'의 독특한 결합이 가져오는 색깔있는 어감처럼 눈과 귀를 금세 사로잡았다. 처음 생각했던 딱딱하고 갇힌 인디레이블 소속의 구성원들이라는 편견을 깨줬다. 인디레이블 기획의 첫 번째 주인공들인 만큼 더욱 이들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인디레이블 탐방](1) 블런트가 말하는 인디레이블은 '규정파괴'(인터뷰)(下) 로 이어집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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