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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Q] 20세기 소년소녀, 응팔 같은 추억 시리즈로는 부족한 걸까... 시청률 부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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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Q] 20세기 소년소녀, 응팔 같은 추억 시리즈로는 부족한 걸까... 시청률 부진한 이유는?
  • 박영진 기자
  • 승인 2017.10.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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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영진 기자] 추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MBC 월화특별기획 '20세기 소년소녀'(극본 이선혜·연출 이동윤)가 월화극 시청률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에 방송된 7,8회는 4.3%에 그쳤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마녀의 법정'(12.3%)과 거의 10%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35살 세 여자의 성장통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방송 전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집필했던 이선혜 작가가 이 드라마를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얻었다.

 

▲ 20세기 소년소녀 공식 포스타 [사진=  MBC 월화특별기획 20세기 소년소녀 공식 포스터]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효과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청률 수치까지 좋지 않아 점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왜 20세기 소년소녀는 흥행에 실패하고 저조한 결과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극의 긴장감과 대립구도가 아직까지 미미한 것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17일 방송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진진(한예슬 분)은 성스캔들 누명은 벗어났지만 모태솔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라마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

이에 ‘우리 결혼했어요(우결)’ 예능프로그램 PD가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에게 사진진의 예능 출연을 제안했다. 그의 우결 상대 짝은 과거 아이돌 그룹 멤버이자 사진진이 오랫동안 팬으로 좋아해왔던 안소니(이상우 분)였다.

그가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티격태격대며 지내온 공지원(김지석 분)과 삼각관계가 드디어 불이 붙기 시작됐다. 공지원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인물이다. 사진진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공지원은 우결 파트너인 안소니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여주인공인 한아름(류현경 분)은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 이동훈(이창엽 분)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특히 동훈이 키스하는 모습을 본 한아름은 먹고 있던 호떡이 손에 묻은 것조차 모르며 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이처럼 20세기 소년소녀는 극 초반 스토리가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매우 평이하다. 결국 극의 긴장과 대립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떨어지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극 중 8회 만에 삼각관계가 형성되는가 하면, 짝사랑을 하는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 역시 순수하지만 드라마 소재로서는 다소 밋밋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추억만으로는 까다로운 시청자 입맛을 사로잡기엔 부족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반면 같은 시간 방송된 '마녀의 법정'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드라마에 적나라하게 반영했다. 특히 여성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들이 줄지어 나왔고, 흔한 법정 드라마라는 편견을 깨고 여성아동범죄전담부라고 하는 이색적인 배경을 내세운 것도 초반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MBC 월화특별기획 20세기 소년소녀를 집필한 이선혜 작가가 쓴 응답하라 1988.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포스터]

 

이미 응팔 시리즈를 통해 시청자들은 과거로 돌아가 회상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만나봤다. 그렇기에 20세기 소년소녀는 후발주자로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더해져야만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그런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TV드라마는 초반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첫 방송이 2시간 20분으로 방송된 것도 20세기 소년소녀에겐 다소 불운이었다. 월요일 밤 시간에는 일상생활 패턴 상 시청자들이 오랫동안 브라운관 앞에 모여 있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최근 MBC 파업여파로 인해 첫 방송일이 두 번이나 미뤄지는 등 계속해서 변경됐다가 뒤늦게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에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감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진은 한아름, 장영심(이상희)를 비롯해 공지원까지 함께 해 어린 시절 나란히 입학식 사진을 찍은 8월 25일을 기념해, 초등학교 앞에 다시 모여 ‘완전체 인증샷’을 남기며 안방극장에 가슴 찡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이 한 장면으로 20세기 소년소녀가 현재 안고 있는 과제를 모두 덮기에는 모자랐다.

시청률 고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예슬은 순수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고, 류현경은 능청스러우면서도 다양한 표정연기를 곁들여 이목을 끌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김지석은 돌직구를 날리는 사이다 로맨스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추억을 되살리며 가을 밤 안방극장에서 훈훈한 감성으로 보기에 적합한 드라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기 위해선 지금의 단계에서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허나 아직 반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20세기 소년소녀'가 이번주 방송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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