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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논란' 진화 나선 정몽규 기자회견, 알맹이 빠진 사과의 아쉬움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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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논란' 진화 나선 정몽규 기자회견, 알맹이 빠진 사과의 아쉬움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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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와 더불어 협회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뭔가가 아쉽다. 모든 걸 포함시킨 사과이면서도 교묘하게 무언가 빠져 있다.

정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식을 줄 모르는 대표팀과 수장 신태용 감독,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은 넓은 의미에서 모든 것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알맹이가 빠진 사과로 축구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최근 이어지고 있는 논란은 대표팀의 부진과 잘못된 태도로부터 시작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2무를 기록했다. 다른 팀의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지나치게 기뻐했고 다른 팀 결과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본선행을 확신하듯 이야기했다. 축구 팬들은 이러한 상황에 분통이 터졌다.

문제는 며칠 뒤에 기름을 부은 듯 커졌다.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지난 6월 김호곤 당시 축구협회 부회장과 주고 받은 문자를 공개하면서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김호곤 부회장이 말을 바꾸며 히딩크 선임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취했고 이는 논란의 쟁점이 됐다.

후에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감독직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이 같은 사실을 논란을 종식시킬 수 없었다.

정 회장은 거스 히딩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그는 “히딩크 감독 논란으로 상황이 악화된 것은 무척 안타깝다”며 “초기에 대응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사태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말 바꾸기 혹은 히딩크 감독을 초기에 선임할 생각이 없다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게다가 협회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더욱 키운 축구협회 임원진들의 공금 사적 사용에 대해서는 그동안 법인카드 사용내역 추적이 잘 안됐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날카롭게 협회 내부적 문제를 지적하는 질문에도 의미가 불확실한 추상적인 답변만을 내놨을 뿐이다.

다만 신태용 감독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 회장은 “대표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나와 협회는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론은 정몽규 회장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신태용 감독, 그리고 대표팀의 자세를 잃은 선수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화살을 겨누고 있다. 정 회장의 말처럼 신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고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면 더욱 구체적이고 축구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날 정 회장의 발언은 모든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담은 듯 보이면서도 정작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는 명확히 나타나지 않은 알맹이가 쏙 빠져 있었다. 오히려 축구 팬들이 더욱 분노케 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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