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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극과극 여자스포츠, 배구는 잘나가는데 농구는 왜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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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극과극 여자스포츠, 배구는 잘나가는데 농구는 왜 위기일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2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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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재 부대', '넥타이 부대'들이 코트를 찾는다.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을 향해 굵직한 목소리를 한껏 높여본다. 그렇다고 남자 관중만이 있는 건 아니다. 여학생들도 코트를 찾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향해 "언니"를 힘껏 외친다. V리그 여자부(여자 프로배구)의 이야기다.

그러나 겨울 스포츠이자 프로리그가 운영된다는 공통점이 있는 있는 여자농구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여자배구의 시청률은 남자농구의 그것까지도 위협하는 수준이 됐지만 여자농구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여자 프로농구가 위기에 놓여 있다. 엘리트 체육 선수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경기의 질이 추락하며 팬들마저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사진= WKBL 제공]

 

◆ 하려는 이는 없고,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프로농구(WKBL)는 심각한 수준이다. 리그를 대표하던 선수들이 훈련 등이 힘들다는 이유로 코트를 떠나는 사례들이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체할 자원을 찾지 못한다.

“고등학교 여자 농구부가 20개 팀인데 10명을 채우는 학교가 2,3팀에 불과하다. 선수수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당연히 수비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난달 스포츠조선에서 주최한 제3회 한국농구 발전 포럼에 참가한 이호근 숭의여고 감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도 “우리 때와 달리 농구를 하는 학생들의 수가 몰라보게 줄었다”고 말했다. 키가 크고 운동신경이 있는 학생들에게 선수를 권해도 농구선수의 길보다는 연예인이나 모델을 지망하는 게 현실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길 바라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현재 WKBL이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러한 점에서 비롯된다. 대학팀도 점점 줄어들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부족하고 경기의 질이 떨어지는데 팬들에게 경기장을 찾고 중계방송을 시청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농구는 3대 구기스포츠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3인자의 자리도 지키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남자농구도 그러하건만 여자농구의 흥행기록은 설명이 필요없는 수준이다.

 

 

◆ ‘LA 올림픽 영광’은 옛 말, 점점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 스포츠 팬들은 평상시 접할 기회도 별로 없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평소엔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레슬링, 유도, 양궁, 유도 등에 반은 전문가가 되곤 한다. 이는 리그가 자리 잡혀 있는 여자농구와 여자배구에는 절호의 기회다.

여자배구는 이 같은 기회를 잘 살렸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경기력과 성적이었다. 여자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올림픽에서 고전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는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에서 베이징 대회 금메달 팀 브라질을 3-0으로 꺾는 등 이변을 연출했고 4강에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물론이고 당시에도 에이스였던 김연경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며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팬들은 물론이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리우 대회에서는 네덜란드에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숙적 일본과 경기에서 화끈한 플레이로 많은 배구팬을 양산했다. 많은 실수로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도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KOVO는 지난 4월 워크숍에서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는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V리그 관중 현황에서도 2005년 리그 출범 이후 12년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남자부와 합쳐진 수치기는 하지만 시청률 추이를 통해 여자부의 역할이 컸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농구는 이야기가 다르다. 박찬숙, 김영희, 성정아, 김화순 등을 주축으로 1984년 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확했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선 정은순, 전주원, 정선민 등을 주축으로 4위에 오르며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정선민,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등의 활약 속에 목표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과 리우 대회에서는 본선행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종목의 인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올림픽을 활용조차 못해본 것이다. 대표팀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며 스포츠 팬들은 여자농구로부터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위성우 감독(오른쪽에서 2번째)이 이끄는 아산 우리은행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려 통합 5연패를 달성했다. [사진=WKBL 제공]

 

◆ 제1과제는 경기질 향상

무엇보다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좋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선수들의 부족한 프로정신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청주 KB스타즈의 스타 가드 홍아란이 돌연 임의탈퇴를 선언했다. “심신이 지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주원 코치는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도 큰 환경의 변화가 없다보니 이곳이 프로인지 고등학교인지 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태도 문제를 꼬집었다.

통합 5연패를 차지한 우리은행의 사례를 통해 경기질 향상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을 따라올 팀이 WKBL에서 보이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33승 2패, 승률 0.943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은행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의 부임 전까지 만년 꼴찌 팀으로 불렸다. 그러나 위 감독은 악명 높은 고강도 훈련으로 팀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 코치가 강조한 ‘프로 정신’이 가장 돋보이는 팀이 우리은행이고 이 같은 점은 성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반면 2위 용인 삼성생명은 18승 17패로 간신히 반타작 승률을 달성했다. 경기당 10개 중반을 넘어서는 턴오버는 농구 팬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기본도 되지 않는 기량과 그를 고치려는 자세 없이 리그의 흥행을 기대할 수는 없다.

 

 

◆ 배구에서 배워라

‘잘 나가는’ 배구와 비교를 통해서도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와는 또 다르다. 남자배구가 화끈하고 강력한 공격을 중심으로 한다면 여자배구는 보다 아기자기하고 랠리가 길다는 특색이 있다.

게다가 팀별로 전력 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있다. 2013~2014시즌 최하위에 머물던 인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4~2015시즌 정상에 올랐던 김천 한국도로공사는 이듬해 5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원톱’ 체제인 WKBL에 비해 훨씬 긴장감이 넘친다. 다른 팀들의 분발과 더불어 리그 수준을 평준화하려는 연맹의 대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 남자농구와는 차별점을 보이는 여자농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도 병행되야 한다.

또 하나는 스타 부족 현상이다.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앞세워 런던, 리우 올림픽에서 선전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는 리그로 이어져 이재영, 박정아, 김희진 등 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실력에서는 이들에 비해 다소 뒤처지지만 고예림과 같이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여자농구에선 단번에 떠오르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김단비, 박혜진 등이 있지만 여자배구의 그들과 같이 스타성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과거 올스타전에서 신지현과 홍아란이 짝을 이뤄 축하공연을 준비하고 이 과정을 홍보하며 스타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 같은 노력마저 최근엔 보이지 않는다.

 

▲ 괴물 신인 박지수(왼쪽)와, 미모와 잠재력을 겸비한 신지현은 앞으로 여자농구의 인기를 짊어질 기대주들이다. [사진= WKBL 제공]

 

기대되는 선수들은 몇몇 보인다. 지난해 괴물루키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인 박지수(19)가 그 중 하나. 박지수는 192㎝에 달하는 큰 키로 정선민을 능가하는 향후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벌써부터 대표팀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박지수에 묻히기는 했지만 김지영(19)도 스타성이 충분하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골밑을 파고드는 과감성과 농구 센스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귀여운 외모까지 겸비해 팬들 사이에서는 ‘지염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부상으로 2년간 코트를 떠나 있던 농구계의 아이돌 신지현의 복귀도 반갑다. 연예인을 연상케하는 수려한 외모를 지닌 신지현은 프로 입단 때부터 많은 팬들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을 잡혀 제자리 걸음을 했다. 2년 만에 복귀해 비상을 노리고 있다. 과거 기대와 같이 성장해 준다면 여자농구 흥행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는 나아질 여지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점은 배울 수도 있어야 한다. 여자배구의 흥행의 요인은 벤치마킹하면서 여자농구만이 가진 매력을 적극 어필할 수 있어야만 WKBL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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