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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주먹이 운다’의 악마 고수 김지훈, 따뜻한 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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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주먹이 운다’의 악마 고수 김지훈, 따뜻한 남자예요
  • 박성환 기자
  • 승인 2014.11.28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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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주먹이 운다4'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③

[편집자주] 스포츠Q는 대국민 종합격투기 오디션인 XTM '주먹이 운다4 : 용쟁호투' 종영을 맞이해 특집 기획 연재물을 선보인다. '주먹이 운다4'를 빛낸 스타 출연진의 릴레이 인터뷰, 프로그램의 공로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연재 순서

1. [인터뷰] 격투계의 슈퍼스타K, '주먹이 운다4' 우승자 '짐승남' 김승연

2. [인터뷰] '주먹이 운다4' 해설부터 로드FC 데뷔전까지. 김대환 MMA 해설위원

3. [인터뷰] '지옥의 3분 스파링'의 악마 고수 김지훈, 사실은 따뜻한 남자예요

[스포츠Q 박성환 기자] XTM '주먹이 운다'는 로드FC의 파이터가 되려는 선수 지망생들과 일상의 고단함을 깨우고 반전의 기회를 찾으려는 일반인들이 뒤섞인 공간이다. 그 곳에는 고등학교 일진 짱, 조폭 행동대장 등 음지 출신의 지원자는 물론 의사, 변호사,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모여든다. 이들이 ‘주먹이 운다’의 정식 출연자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1차 관문이 ‘지옥의 3분 스파링’이다. 현역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고수’들과의 2라운드 스파링을 통해 지원자들은 전투력은 물론 태도, 마음가짐 등 정신력 심사를 받는다.

그렇다면 지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고수’는 누구일까. ‘주먹이 운다’에 포진한 고수들은 모두 기량과 경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지원자들이 두려워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사나이가 있다.

신흥 명문 팀으로 떠오르는 팀 원의 코치이자 선수인 김지훈(32)은 매 무서운 줄 모르고 허세 떠는 지원자들의 기를 꺾어놓는 일명 ‘악마 고수’다. 일단 눈빛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목을 좌우로 꺾으며 지원자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눈앞의 먹잇감을 사냥하려는 맹수처럼 살벌하다. 오만함으로 가득 찼던 지원자들은 그의 주먹 몇 대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만다.

그런데 김지훈은 말한다. “저 그렇게 무섭지 않아요. 알고 보면 따듯한 남자입니다.”

 

어린 시절 사랑의 라이벌, 서두원

팀 원의 관장인 서두원은 김지훈의 가장 가까운 친구다, 아니 형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학급에서 처음 만난 둘은 한 여학생을 동시에 좋아하게 된다. 반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을 짝사랑한 김지훈은 애만 태우다 어느 날 여학생의 집을 몰래 따라갔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쫒아오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서두원이 서 있었다고 한다. 서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둘은 이내 같은 여학생을 흠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여서일까. 감정 표현에 서투른 두 사람은 대문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여학생의 어머니가 우리 딸 좀 그만 쫓아다니라며 아이스크림 가게로 데려가 타일렀단다. 김지훈과 서두원은 그 때부터 찰떡처럼 붙어 다니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부모님의 이혼, 서두원과의 동고동락

18살이 되던 해, 자다가 눈을 뜨니 곁에 누워 있어야 할 아버지가 안 보였다. 어머니와 이혼한 뒤 혼자 김지훈을 키우던 아버지가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그렇게 김지훈은 가정의 따뜻한 품을 잃게 되었다. 혼자가 된 채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형제 서두원이 있었다. 둘은 의기투합해서 룸메이트로 지내게 된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벌어진 암울한 가정사는 김지훈을 방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깔보는 친구들과 주먹 다툼을 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서두원과 한 가지 다짐을 했다고 한다.

“약한 애들한테서 돈을 뺏지는 말자. 우리도 돈 없는 설움을 충분히 알잖느냐. 같은 아픔을 지닌 애들은 괴롭히지 말자. 너와 나를 우습게 여기는 놈들, 주먹 좀 세다고 건들거리는 놈들만 혼내주자”라는 약속이 그 것이다.

 

하지만 김지훈은 훗날 종합격투기 선수의 길로 들어서며 제일 후회되던 일이 바로 주먹 다툼을 하며 다녔던 과거라고 회상한다.

김지훈과 서두원은 코리안 탑 팀에 입단하며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의 생활을 시작한다. 김지훈은 연일 고된 훈련을 소화해냈지만 막상 전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말 못할 사정으로 서두원과 함께 팀을 떠난 김지훈은 이후 3년 간 소속 팀 없이 싸비 MMA, 코리안 좀비 체육관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훈련에 매진한다.

김지훈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우연한 선행 때문이다. 늦은 밤, 택시기사를 폭행하던 승객을 목격한 김지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하는 의협심을 발휘한다. 이 사건이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면서 ‘KBS 안녕하세요’, ‘SBS 짝’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된다.

“그 날을 떠올려 보면 택시기사님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 승객이 택시기사님을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린 것도 모자라서 신발을 신은 채 얼굴에다 사커킥을 날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지나가는 행인들 아무도 말릴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제가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불량배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정작 김지훈은 별다른 힘을 쓰지 않았다. 범인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것처럼 자신도 무자비한 폭력을 쓴다면 그 범인과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단다. 그저 레슬링 클린치 기술로 불량배를 벽 쪽에 몰아세워놓고 가둬놓기만 한 김지훈은 곧 도착한 경찰에게 범인을 넘겼다.

평소 생글거리며 잘 웃는 김지훈이지만 한번 눈을 부릅뜨면 맹수같은 눈매로 변한다. 김지훈은 별다른 폭력을 쓰지 않고도 위압감만으로 범인을 제압해 버렸다. 조금 전까지 고령의 택시기사를 발로 짓밟던 범인은 김지훈 앞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그냥 전 젊은이로서 할 일을 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승객이 택시기사님과 다툰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약한 어르신이잖아요.”

뉴스와 신문 등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훈훈한 미담으로 보도했고 김지훈은 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어쩌면 김지훈은 나이 든 택시기사를 바라보며 어릴 적 헤어진 아빠를 떠올렸던 건 아닐까.

“아빠도 젊은 시절에 복싱을 하셨던 분이세요. 저에게 늘 ‘동네 어르신들에게 잘해라, 노인을 공경하고 자주 도와드려라’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택시 기사님이 젊은 사람에게 비참하게 얻어맞고 있을 때, 아빠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 김지훈의 모바일 SNS에는 어릴 적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다. [사진= 김지훈 제공]

김지훈의 모바일 SNS에는 어릴 적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메인 창에 달려 있다. 그는 SNS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은 딱 셋이다. 외동아들인 나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많지 않은 우리 세 식구는 내가 18살이 되던 해에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고아 출신이다. 어머니도 건강이 많이 아프고 힘드셨을 거다. 그래서 아버지를 누구보다 많이 미워했었는데...

오늘 아버지 SNS를 보니 내가 애기였을 적에 껴안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워낙 자유로운 분이라 연락도 잘 안되고 아주 가끔 뵈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버지에게 있어 유일한 핏줄은 나 하나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뵈었던 날, 어릴 적 느껴졌던 큰 어깨가 아닌 초라하고 작은 어깨에 난 눈물이 났다. 나 혼자서 지금 내가 왜 이러나 생각했는데, 아무리 미워도 나의 아버지다.

이 사진이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아버지와의 사진이다. 조만간 또 찾아뵈어야지.>

팀 원의 탄생, 그리고 성공 가도

하지만 종합격투기 선수로서의 김지훈은 여전히 커리어가 정체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김지훈에게 힘이 되어준 건 로드FC 정문홍 대표와 메인 스폰서인 굽네치킨 홍경호 회장이었다. 2013년, 김지훈은 24년 절친인 서두원과 함께 신생 격투 팀 ‘팀 원’ 창단에 앞장서게 된다. 정문홍 대표와 홍경호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두 분은 저와 두원이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것은 물론, 로드FC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어요. 그 고마움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팀 원은 김지훈 코치를 포함해서 서두원 관장이 언급한 바 있는 “팀 원의 성장세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박창세 감독”을 비롯,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인 권아솔과 미녀파이터 송가연, 밴텀급 상위랭커 이윤준, 톱클래스 킥복서 권민석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한다.

 

이렇게 탄생한 팀 원은 즉각 뛰어난 성적을 내게 된다. 권아솔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르고 다음 달 12월 14일에 이윤준이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전에 나서며, 송가연 또한 선수 활동과 방송 출연 양쪽에서 상종가를 기록하는 등 창단 1년 만에 한국 격투계가 주목하는 신흥 명문 팀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저도 내년 상반기에 로드FC 복귀전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라이트 헤비급에서 뛸 예정이고요. 사실 ‘주먹이 운다 시즌4’ 때도 지옥의 3분 스파링 악마 고수로 줄곧 출연하다가 녹화 마지막 날만 부상으로 빠졌죠. 김 훈(팀 파이터) 선수와 스파링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완쾌되어서 훈련에 복귀했습니다.”

‘주먹이 운다’ 시리즈 고정 출연, 김지훈 인생의 새로운 도약

‘주먹이 운다’ 시리즈가 4년 째 진행되면서 고수들이 일반인 참가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지옥의 3분 또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과거 시즌의 참가자들이 말했던 ‘기절을 해?’, ‘깔끔하게 죽X버리겠습니다’, ‘스치면 갑니다’ 등의 멘트는 ‘주먹이 운다’ 시리즈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고수들이 일반인 참가자들을 상대로 점점 강하게 스파링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생겼다. 이에 대한 김지훈의 생각은 어떨까.

“그건 정말 오해의 소지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옥의 3분 녹화하는 날이면 일반인 참가자들을 서른 명 넘게 상대해요. 방송에 소개되는 건 극히 일부분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많은 스파링을 소화해야 하거든요. 다른 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한 스무 명 정도 상대하다 보면 저도 급격히 피곤해져요. 대기실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가 출전 통보를 들으면 눈 비비면서 글러브 끼고 걸어가요. 땀은 식었고 몸은 굳었고 잠은 덜 깼고. 온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스파링에 임하는 거죠."

“그래도 저는 참가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적당한 수준에서 힘을 분배하며 스파링해요. 그런데 가끔 욕설을 내뱉으면서 스파링 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기 뜻대로 안되는지 자꾸 육두문자를 쓰면서 저한테 성질을 내더라고요. 그런 사람에게는 현실을 파악하게끔 해줘야죠. 스파링 규칙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좀 더 세게 쳐요. ‘욕하고 화낸다고 해서 당신이 강한 남자인 게 아니다, 정직하게 땀을 흘려야 강해지는 거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요.”

'주먹이 운다'가 격투팬들, 나아가 대중들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김지훈의 마지막 답변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직도 인터넷에는 특정 참가자를 밀어주기 위해 승패를 조작했다는 둥 루머를 양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말 들을 때면 참 속상하죠, 저를 비롯한 고정 출연자들과 일반인 참가자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녹초가 되도록 훈련하고 시합 미션을 수행하거든요.”

“‘주먹이 운다’는 저에게도 특별한 방송이지만 대중들에게 종합격투기의 매력을 널리 알린 공로가 있어요. 과거에는 종합격투기를 야만적인 싸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죠. 하지만 ‘주먹이 운다’를 통해 평범한 일반인들이 땀방울을 흘리며 실력을 쌓고, 케이지 안에서 깨끗하게 맞붙는 모습이 꾸준히 방송되었잖아요. 결국 종합격투기는 치사한 싸움박질이 아니라 규칙을 준수하며 승패를 가리는 정당한 스포츠구나 하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주먹이 운다’가 우리들에게 남긴 의미인 것 같아요.”

amazi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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