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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상대 '능구렁이 피칭'…KIA 임기영, 결정적인 순간 반등하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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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상대 '능구렁이 피칭'…KIA 임기영, 결정적인 순간 반등하다 [SQ포커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0.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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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시리즈 4차전서 5⅔이닝 무실점 호투…"민식이형 리드가 좋았다"

[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긴장되지 않았어요. 재밌었어요.”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KIA(기아) 타이거즈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24)의 소감이다. 처음으로 경험한 무대였기에 생소했을 수도 있었지만 임기영은 담대한 마음으로 피칭했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임기영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등판, 5⅔이닝(81구) 동안 6피안타 6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기영의 호투에 힘입어 KIA는 두산을 5-1로 꺾고 통산 11번째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시리즈 3승 1패. 임기영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 [잠실=스포츠Q 주현희 기자] 임기영이 29일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이날 선발 매치업에서 KIA가 두산에 조금 뒤처진 게 사실이었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은 올 시즌 11승(6패)을 거뒀고, KIA를 상대로도 1승 1패 평균자책점 2.31로 강했다. 반면 임기영은 올해 8승(6패)을 올렸지만 후반기 성적이 1승 4패 평균자책점 7.43으로 안 좋았다. 올해 두산 상대 성적도 1승 1패 평균자책점 6.52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영은 두산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었다. 프로 데뷔승과 첫 선발승 상대가 모두 두산이었다.

그는 한화 이글스 시절인 2013년 5월 17일 두산전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 데뷔 첫 승(구원승)을 따냈다. 이후 KIA로 이적한 임기영은 올해 4월 12일 두산전에서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볼넷 3실점(1자책)으로 시즌 첫 승이자 데뷔 첫 선발승을 수확했다.

이런 데이터를 알고 있었는지, 김기태 KIA 감독은 임기영을 불펜이 아닌 선발로 썼다. 임기영은 그런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이날 임기영의 투구는 마치 능구렁이 같았다. 정면승부보다 속구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체인지업으로 유인구를 던지는 쪽을 택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두산 타자들은 무릎 근처로 낮게 들어오는 임기영의 체인지업에 연신 배트를 헛돌리거나 땅볼로 물러났다. 임기영의 손을 떠난 체인지업은 처음엔 속구처럼 비행하다가 타자가 배트를 헛돌린 후에는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날 임기영이 던진 81구 중 체인지업이 32구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속구(29개), 슬라이더(12개), 커브(5개), 투심 패스트볼(3개)이 이었다. 구종 분포만 봐도 임기영이 얼마나 두산 타자들을 ‘속이는 데’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속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1㎞에 불과했지만 코너워크가 잘 됐기에 카운트를 잡는 데는 문제 없었다.

▲ [잠실=스포츠Q 주현희 기자] 임기영(왼쪽)이 29일 두산전에서 김민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임기영은 “긴장되지 않았다. 재미있었다”며 소감을 밝힌 뒤 “분위기가 재미있었고, (김)민식이 형이 리드도 잘 해줘서 공격적으로 던졌다. 후반기부터 좋은 생각만 하고 마음을 내려놓아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양현종의 시리즈 2차전 완봉승이 임기영의 호투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양)현종이 형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땅볼 유도 능력이 빛난 일전이었다. 임기영은 이날 1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땅볼 11개, 삼진 6개로 뜬공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비결을 묻자 임기영은 “최대한 낮게 던지려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게 느껴지다 보니 더 낮게 던지려고 했다”면서 “내 경기가 좋았을 때 땅볼이 많다”고 설명했다.

▲ [잠실=스포츠Q 주현희 기자] 29일 두산전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임기영(오른쪽)에게 KIA 선수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임기영의 투구를 지켜본 김기태 KIA 감독은 “선발 임기영이 좋은 투구를 해서 팀이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전반기와 확연하게 다른 투구로 후반기 때 성장통을 겪은 임기영.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반등한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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