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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에픽하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물밑의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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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에픽하이,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물밑의 오리발'
  • 이희영 기자
  • 승인 2017.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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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 2001년 결성된 그룹 에픽하이는 2년 후 1집 앨범 ‘Map Of The Human Soul’로 데뷔했다. 이후 에픽하이는 힙합과 대중성 두 가지 모두를 선보이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에픽하이는 ‘우산’, ‘춥다’, ‘평화의 날’, ‘신발장’ 등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에픽하이는 현재 ‘음원 강자’로 꼽히고 있는 그룹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최근 3년 만에 새 앨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을 발표해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스포츠Q(큐) 이희영 기자] 에픽하이는 지난 2014년 발표했던 앨범 ‘신발장’ 이후 3년 만에 가요계로 컴백했다. 음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아이유, 오혁, 크러쉬, 송민호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에픽하이의 9집 앨범은 3년 만에 발표됐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에픽하이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연애소설’과 ‘빈차’는 각각 아이유와 오혁이 피처링을 맡았다. 타블로를 비롯해 미쓰라진, DJ 투컷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도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외에도 수록곡 ‘노땡큐’, ‘상실의 순기능’, ‘BLEED’ 등 총 11개의 곡들은 발표와 동시에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며 에픽하이의 저력을 입증했다. 예상보다도 훨씬 뜨거운 반응에 에픽하이 멤버들도 감회가 남다른 듯 보였다.

“3년이라는 긴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해체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겸손하게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앨범에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셋이서 차트 순위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하는 일을 만족하고 받아들이자고 했죠. 그런데 무언가를 발표하면서 기대를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웃음)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 했어요.”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한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에픽하이가 처음 결성됐을 당시 멤버들은 롤모델로 토이를 꼽았다.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객원 보컬로 다양한 감성을 전하자는 것이 그 목표였다. 그 결과 이번 앨범에서도 에픽하이는 내로라하는 가수들로 피처링을 꾸몄다.

“14주년이다 보니까 14년 전에 냈던 1집 앨범을 봤어요. 그 앨범에는 피처링이 더 많았어요. 그때만 해도 ‘피처링’이라는 개념이 크게 존재하지 않아 우리는 오픈 밴드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번에도 노래 하나가 완성된 뒤에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렸어요. 나열해서 봤더니 페스티벌 돼 있었는데, 처음부터 라인업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에픽하이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다. 이전에는 다소 어두웠던 가사를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밝아졌다는 느낌도 든다. 직접 작사 작업에 참여했던 타블로는 어떤 생각으로 임했을까?

 

에픽하이의 9집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은 '빈차', '연애소설'이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긍정적으로 하고 싶다’ 정도로 바뀐 것 같아요. 저희 멤버 모두가 워낙 자신들에 대해 부정적이에요. 우울한 가사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따스한 한 마디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수록곡 ‘노땡큐’도 굉장히 악동스럽게 느껴지지만, 마지막 가사를 보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자신을 사랑해라’, ‘이겨내자’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끝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특히 이번 에픽하이의 앨범은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도 음원 차트 순위에 오른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BLEED’는 과거의 에픽하이와 현재의 에픽하이라는 자서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옛날에 가사를 쓸 때는 저희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곡들이 많았어요. ‘펜과 공책’ 두 개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죠. 이제는 무게감이 굉장히 크게 느껴져서 그런지 두려움도 생긴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솔직하게 노래로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도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겠구나’라고 느끼는 경우도 몇 번 있었어요.”

‘BLEED’뿐만 아니라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연애소설’ 등에는 에픽하이가 전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난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은 사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장인 것 같아요. 원래 마지막 가사에 ‘나는 내가 제일 무서워’가 있었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끝나는 것 같아서 뺏어요. ‘세상에는 무서운 사람들이 많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진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에요.”

수록곡 ‘TAPE 2002年 7月 28日’은 테이프를 감는 듯한 소리와 에픽하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온다. ‘TAPE 2002年 7月 28日’ 속 노래들은 에픽하이 멤버들 또한 몰랐던 곡들로 아직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곡들이다.

 

에픽하이 멤버들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가 만들었던 데모곡들을 테이프로 가지고 있다가 ‘뭐지?’하고 들었는데 그 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콘셉트죠. 15년 전 1집을 발표하기도 전에 녹음했던 곡들이에요. 모두 미발표 곡으로 실제로 그 곡을 발표할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아직도 발표한 곡들보다 공개하지 않은 곡들이 훨씬 많아요.”

3년 동안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에픽하이는 투어부터 해외 페스티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에픽하이는 수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 영감을 바탕으로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물 위에 떠있는 오리를 보면 편안하게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물 밑을 보면 발을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어요.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껴지죠. 저는 그 이미지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앨범도 물밑에서 절실하게 움직이고 있는 오리의 움직임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저희도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가사로 솔직하게 담으려고 하죠. 음악만 들었을 때,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저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들을 음악에 담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에픽하이 멤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곡은 ‘빈차’였다. 특히 DJ 투컷의 경우 가장 자신 있는 장르가 거칠고 강한 힙합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빈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박력 있는 전형적인 힙합 트랙이 제일 자신 있고 좋아하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빈차’라는 노래에 가장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감정 이입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저를 감성에 젖게 만드는 곡이에요.”

14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동안 활동을 하면서 투컷과 타블로는 아이 아빠가 됐고, 미쓰라는 결혼을 했다. 5년, 10년 이제는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에픽하이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DJ 투컷은 에픽하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수록곡 중 '빈차'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을 듣고 어떤 분들은 ‘마지막 앨범인 것 같다’, ‘고별을 위해 만든 곡 같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어느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로 더 이상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을 의도와 다르게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매번 그런 마음으로 앨범을 발표해요. 사실 저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회사에도 망했다고 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돼서 놀랍죠. 지금까지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취재후기] “음악은 '콧물'이다. 아프면 더 잘 나오니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타블로가 한 명언이다. 타블로는 인터뷰를 통해 “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창작도 글을 쓸 때도 ‘아프면 뭔가 좀 더 진하고 진실 되게 나오지 않나’하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아프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일까.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에픽하이 멤버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줬다.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실력을 입증한 에픽하이가 앞으로는 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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