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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챈스' 폴 포츠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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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챈스' 폴 포츠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3.0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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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데뷔 7년 만에 11번째 방문. 한국을 그만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또렷한 한국말로 ‘속초, 춘천, 대구, 부산, 제주도 우도’라며 그동안 공연다닌 도시를 술술 읊었다. "성악가다운 예민한 귀 덕분에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고, 습득도 빠른 것 같다"고 웃는 모습에서 옆집 아저씨의 후덕함이 묻어났다. 그래서일까.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을 계기로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원챈스'는 폴 포츠를 닮아 따듯하고 소박하다.

 

▲ 폴 포츠[사진=호호호비치]

13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무모한 도전이 아닌 ‘꼭 이뤄진다’는 염원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기적이라고 했다. 특히 아시아는 염원이 강한 나라이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를 '소망'하는 심경을 내비쳤다.

[스포츠Q 이희승기자]

- 벌써 열 한번째 방한이다. 한국에 온 소감을 들려달라.

"언제나 한국에 올 때면 오래 있고 싶었다. 여전히 일정이 많고 바쁘지만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 나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월드 투어와 이런 일상이 전혀 힘들지 않다. 지금도 뛰냐고? 무릎이 안 좋아 포기했고, 체중이 늘면서 대신 걷기와 등산을 즐긴다. 영화 프로모션 국가에 한국이 들어가 있어서 정말 기뻤다. 오기전에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자’고 다짐했다. 실제로 그러고 있어서 행복하다. 공연으로 오면 아무래도 잘 못 먹거든."

-지난주 일요일에 왔으니 꽤 긴 일정이다. 관광은 좀 했나.

"생각보다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벼르던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다 왔다. 또 먹는 이야기냐고 할지는 몰라도 회와 대게, 조개구이를 먹었다. 이번에 새로 맛 본 음식은 한국식 훈제 오리고기다. 정말 맛있더라. 갈비와 불고기는 워낙 좋아해 평소에도 챙겨 먹는다."

-영화 ‘원챈스’는 당신의 데뷔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의외로 코디미 면이 강하던데, 본인이 적극 어필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는 진지하고 무거웠다. 내 삶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려다보니 아무래도 가볍고, 웃음보가 터지게 그리진 않았더라. 하지만 난 반대했다. 난 감동은 좀 덜하더라고 가볍게 다뤄주길 원했는데 제작진이 그 부분을 아주 훌륭히 살려주었다. 게다가 ‘인생의 수많은 역경이 당신 앞을 가로 막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다’는 주제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교훈적인 내용은 강조하면 할수록 역효과가 난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인터뷰하러 들어오면서 보니 소주 박스가 산처럼 쌓여있더라. 라디오에 출연해 ‘소주를 즐겨 마신다’고 말한 게 사실인가 보다.

"그 방송을 듣고는 주류 회사에서 방금 보내줬다. 아무래도 다 먹을 수는 없고 맥주랑 섞어 마셔야할 것같다. 하하. 나는 정말 소주를 좋아한다. 마시면서 세어본 적은 없지만 취한 적이 없다. 내 신조가 ‘알딸딸한 정도까지만 마신다’거든. 사실 많이 안 알려져 있지만 나는 와인도 판매해봤다. 그래서 좋은 술을 고르는 법을 잘 알고 있다."

 

▲ 영화 '원챈스'의 한 장면

 -당신은 영국 출신이라 싱글몰트 위스키나 흑맥주를 좋아할 줄 알았다.

"(반색하며) 싱글몰트를 알다니.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나? (‘글렌피딕’이라고 말하자) 나는 부나하벤(Bunnahabhain)과 라프로익(Laphroaig)을 자주 마신다. 미역 맛이 섞인 바다향과 꽃향기, 잘 익은 과일향이 나는 술이다. 내가 영국에 태어났다는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맛이다. 맥주도 좋아한다. 소주를 선물해 준 한국 주류회사에서 맥주도 가져다줘서 마셔보려고 한다."

-대부분 성악가들은 목을 쓰기 때문에 커피도 안 마신다고 들었는데 의외다.

"나는 술을 마실 때 같은 양의 물을 마셔서 수분을 많이 섭취한다. 공연 전에는 모든 걸 절제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도 적절하게 마시는 편이다."

-영화 속에는 음주 장면이 거의 없던데(웃음). 처음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

"정말 이상했다.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전기 영화는 죽음 다음에 만들어야지 이 사람들이 미쳤구나‘란 생각에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해볼만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는 삶은 멋진 거니까.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무척 자신감 없는 성격으로 그려지더라.

"아직도 그 성격은 남아있다. 긴장을 잘 고, 새로운 상황과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더욱 움츠러든다. 새로운 곳에 가서 뭘 할지 모르는 그 긴장된 순간을 가장 꺼려한다. 하지만 많이 온 곳이나 친해진 사람들하고는 정말 편해지기에 이번 한국 방문이 정말 기대됐다. 몇몇 사람들은 나보고 ‘너무 시끄러우니까 말좀 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이런 친구들이 있는 한국이 정말 좋다."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당신의 과거 직업은 판매원이지 않았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수차례 연습했다. 노력만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같다. 거울을 보며 말투와 제스처를 고민하고 고쳐 나갔다. 그 비결로 결국엔 관리자가 됐고, 부하 직원에게도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태도는 오히려 성공의 문을 닫는 것 같다. 적당히 거부감 없이 강약을 조절해가며 자신을 세뇌시켜야 한다."

 

▲ 포즈를 취하고 있는 폴 포츠[사진=호호호비치]

- '원챈스’에서 보여진 어머니의 교육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믿고 지지해주는 것 외에 특별한 교육법이 있었나?

"수많은 나라를 오가며 느낀 게 하나 있다. 남자들이 지배하는 것같아 보여도 그 뒤에는 어머니와 아내가 있다.(웃음) 내 뒤에는 강한 어머니가 있다. 영화에 나왔다시피 어머니는 감수성이 풍부하셨고, 평소 생활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믿고 지지해주셨다. 아버지는 클래식이란 단어조차 몰랐지만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귀 기울여 들어주셨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머니가 나를 감싸주셔서 무사했다. 사고로 어머니는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치셨다. 그런 강인함이 내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심어줬다. 줄리 월터스가 연기한 영화 속 어머니가 내 어머니의 실제 모습이다."

-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 사이먼 코월은 독설가로 유명한데 이 영화에 투자까지 했다.

"재정적인 부분과 작품에 대한 피드백 정도만 한 걸로 알고 있다. 투자자면서도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나는 그가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게 고맙더라.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말, 칭찬만 해준다. 하지만 결국 성장은 사이먼 코월이 해주는 비평을 통해서 이뤄지더라. 데뷔 초에는 그런 비판이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데뷔 7년이 지나서 얻은 교훈은 받아들일 만한 비판을 듣고, 아니면 모두 흘러듣자다. 나에게 가장 큰 비평가는 내 무대를 보러 와주는 대중이다. 물론 내 CD를 사주는 사람들도. 하하."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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