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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故 김주혁, 발인까지 끝났지만 영원히 그를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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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故 김주혁, 발인까지 끝났지만 영원히 그를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
  • 이희영 기자
  • 승인 2017.11.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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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희영 기자]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마지막 구절이다.

지난 2일 오전 11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러진 故 김주혁의 발인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의 뇌리에는 문득 이 시구가 떠오르더니 하루종일 뇌리를 맴돌았다.  

故 김주혁의 발인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슬픈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이 시구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직 故 김주혁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2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김주혁의 발인이 진행됐다. [사진 = 스포츠Q DB]

 

지난 30일 김주혁은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고 직후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김주혁의 사망 소식은 주변 연예계 동료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김주혁의 소식이 오보이길 바랐지만, 사망이 확인되자 추모의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김주혁의 비보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그가 단순히 유명한 배우였기 때문만이 아니다. 김주혁이 불의의 사고로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우였다는 존재만으로 이정도의 큰 슬픔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우리는 과거에도 스타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내 가족을 잃은 것처럼 아파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과연 대중들이 김주혁의 사망에 함께 슬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주혁은 올해로 데뷔 20년 차가 된 베테랑 배우였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무신’ 그리고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연기력을 입증했다. 특히 김주혁은 최근 출연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9월 방영된 tvN의 드라마 ‘아르곤’에서 김주혁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우직하고 지적인 김백진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어지럽고 혼탁한 현실에서 김주혁의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연기 인생 20년 만에 김주혁은 영화로 상까지 받게 됐다. 지난 27일 진행된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김주혁은 영화 ‘공조’에서의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평가 받아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김주혁은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영화로 상을 탈 수 있게 됐다”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주혁은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김주혁이 대중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KBS 2TV 예능 ‘1박2일 시즌3’를 통해서였다. ‘1박 2일 시즌3’에서 김주혁은 ‘구탱이형’이라는 별명으로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였다. 대중들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였다. 비록 방송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김주혁의 진심을 전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김주혁의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김주혁과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슬픔의 크기는 지인이 떠났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생전 고인의 모습은 젠틀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여성 팬들에게는 편안한 연인이자 오빠처럼 다가왔고, 남성 팬들에게는 이웃집의 친근한 형처럼 느껴졌다. 중년 여성팬들에게는 친구나 동생같은 이미지였다. 

김주혁은 한 세대를 풍미했던 명품 연기자 故 김무생의 아들이다. 하지만 고인은 부친의 후광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당당히 정상의 연기자 대열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허당기 가득한 반전의 인간미까지 여과없이 보여줬다.  어쩌면 이 시대 우리가 바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적인 인물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주혁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 김주혁으로서 대중들에게 많은 귀감이 됐던 인물이다. 이제는 고인이 돼 작품을 통해 만날 수는 없지만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을 김주혁, 마지막 가는 길까지 사람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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