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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휴스턴-코펜하겐-임요환, 팬퍼스트의 참의미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1.06 09:23 | 최종수정 2017.11.07 01: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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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10월 말, 한국시리즈 1,2차전 취재를 위해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오후 2시경 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잡았는데요. 행선지를 야구장이라 하니 기사님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몇 시인데 벌써부터 가시오. 챔피언스필드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시리즈라니. 축제네 축제. 택시 손님도 많겠구먼.”

KIA(기아)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2차전 완봉승을 거둔 날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에서는 "우리 현종이가 참말로 큰일 해부렀네"라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들었습니다. 양현종이 7,8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호응을 유도할 땐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야구장이 떠내려가는 줄 알았습니다.

 

▲ 한국시리즈 1차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1만 9600석을 가득 메운 광주 시민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타이거즈의 11번째(해태 시절 9회 포함) 우승은 구단과 팬이 일군 합작품입니다. 광주광역시 인구는 150만 명. 그런데 홈 72경기 관중이 102만 4830명 즉, 경기당 평균 1만 4234명이었습니다. 축구만 보던, 목포가 고향인 기자의 친구도 변했습니다. "저녁 먹으러 가면 TV 채널은 전부 야구"라며 "이번엔 표가 없어 못 갔다. 어찌나 아쉬운지"라고 귀띔하더군요.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처음으로 우승반지를 갖게 된 김기태 KIA 감독은 “이런 영광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이라며 “마지막에 굉장히 큰 기를 느꼈을 정도다. 항상 감사하고 이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표현이 서툴러 그렇지 진심을 느낄 수 있어 훈훈한 소감이었습니다.

#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LA 다저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1962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품은 첫 트로피입니다. 역대 최고의 명승부라 해도 좋을 만큼 숱한 화제를 낳은 월드시리즈였는데요. 휴스턴 구성원은 우승 인터뷰에서 약속이나 한 듯 휴스턴 주민들을 떠올렸습니다.

"가슴에 있는 이 패치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팬들을 위해 정상에 올랐다. 정말 행복하다." (조지 스프링어)

"지금이 내 야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쁜 순간이다. 우리는 팬들을 위해 우승을 일궜다. 휴스턴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들이 우리가 정상에 오른 가장 큰 힘이다." (호세 알투베)

 

▲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왼쪽 가슴에 단 '스트롱 휴스턴' 패치. [사진=AP/뉴시스]

 

휴스턴을 위한 우승이다. 우리 팬들의 지지에 큰 힘을 얻었다.” (짐 크레인 구단주)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스프링어가 언급한 ‘패치’란 선수단이 왼쪽 가슴에 부착한 ‘스트롱 휴스턴’ 마크를 말합니다. ‘작은 거인’ 알투베가 칭한 ‘많은 일’이란 지난 8월 휴스턴을 집어삼킨 허리케인 ‘하비’ 뜻하고요.

휴스턴의 안방 미닛메이드 파크는 방문팀에겐 참 까다로운 구장입니다. 개폐식 돔인데 데시벨이 천정부지로 솟기 때문이지요. 휴스턴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디비전시리즈, 뉴욕 양키스와 챔피언십시리즈,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홈 9경기에서 8승 1패의 경이로운 성적을 냈습니다.

애스토로스는 물바다로 변한 도시를 위해 치고 달렸습니다. 80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300여 명의 수재민을 낳은 허리케인이 와도 ‘휴스턴은 강하다’고 되뇌며 월드시리즈에 임했습니다. 연고지의 고통은 분담하고 기쁨은 공유하는 일.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요.

# 덴마크 수도를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 FC코펜하겐은 자국리그 최다 우승(12회) 기록을 보유한 명문 구단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단골 손님'이라 마니아 축구팬들 사이에 알려진 팀입니다.

지난 5월 29일 영국 더선은 “코펜하겐 선수단이 덴마크 컵 우승 세리머니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제목이 눈길을 끌어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함께 걸린 영상을 본 기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 장애인 팬(가운데)에게 우승 트로피가 전달되자  크게 열광하는 FC코펜하겐 팬들. [사진=FIFA TV 캡처]  

 

관중석에서 주장으로부터 트로피와 메달을 건네받은 한 남성 중년 팬이 스탠드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상단으로 걸어갔습니다. 왜일까요. 휠체어 탄 장애인 팬에게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수, 찬사,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코펜하겐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장 모범적인 서포터들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팬 어워즈 최종 후보까지 올랐는데요. 아쉽게도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셀틱FC에 간발의 차로 밀렸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리더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뛰었던 팀으로도 잘 알려진 셀틱은 유러피안 컵 우승 50주년을 맞아 리그 최종전 때 그라운드를 클럽 고유 컬러인 녹색으로 물들여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이안 벵키어 셀틱 회장은 ‘A club is nothing without its fans(클럽은 팬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덧붙인 소감도 일품입니다. “팬이 최우선이라고 늘 새깁니다. 그 철학이 우리 일의 원동력입니다. 셀틱의 팬을 대신해 겸손하게 이 영광을 받겠습니다”

팬 퍼스트. 프로스포츠 구단이 늘 내세우는 가치죠.

예능인으로 연착륙한 프로농구 레전드 서장훈은 과거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 연세대 재학 시절 들은 한 마디를 들려줬는데요. 당시 최희암 감독은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등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제자들에게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 봤느냐.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면서도 대접받는 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답니다.

 

▲ 르브론 제임스가 건네준 팔찌를 받고 넋이 나간 소년(가운데). [사진=ESPN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게이머를 직업군으로 인정받게 한 '황제' 임요환은 자신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에서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팬들이 없으면 그냥 노는 정도밖에 안 된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게임이 문화로 바뀌지 않는다. 게임이 게임으로 남는 걸 팬들이 모여 문화로 바꿨다. 팬들이 가진 힘”이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의 사인 거부 사례, 인성 논란 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옵니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사인을 받고 감격해 어쩔 줄 모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안아주자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웃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팔찌를 벗어 건네자 넋이 나간 소년이 있습니다. 프로스포츠가 문화로 격상된 만큼 선수들도 그에 맞는 품격을 보여줘야 합니다.

열광적인 팬이 뒷받침한 팀들이 국경과 종목을 막론하고 연달아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보면서 든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KIA(기아) 타이거즈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코펜하겐과 셀틱의 사례를 통해 팬 서비스의 참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재차 깊이 생각해보게 됐네요. 지지자들을 향한 보답,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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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 기자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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