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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SK 문경은 전술의 역설, 변기훈 당당한 외곽포가 포워드농구 완성의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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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SK 문경은 전술의 역설, 변기훈 당당한 외곽포가 포워드농구 완성의 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1.05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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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장 2m 삼총사 최준용, 최부경, 김민수, 199㎝의 애런 헤인즈 그리고 테리코 화이트(192㎝)까지. 서울 SK의 장신 포워드진이다. 문경은 감독은 볼 핸들링 기술과 농구 센스가 좋은 최준용을 최근 가드로 활용하며 높이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결과는 대성공.

다른 팀들이 쉽게 봉쇄법을 찾지 못하고는 있지만 골밑 수비를 탄탄히 하면 이들의 위력은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대의 대처를 단숨에 허물어뜨릴 수 있는 게 바로 외곽포다. 장신 포워드진에 더해 3점슛까지 장착한 팀은 그 누구도 쉽게 막아설 수 없다. SK 부주장 변기훈(28)은 문경은 감독의 포워드 농구를 완성시킬 핵심 선수다.

 

▲ 서울 SK 변기훈이 5일 고양 오리온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기회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사진=KBL 제공]

 

변기훈은 5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3점슛 5방 포함, 18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105-64 대승을 이끌었다.

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스이자 주장인 김선형이 빠졌지만 SK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막 초반 7연승을 달리는 등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주포 헤인즈가 컴백했고 지난 시즌 도중 상무에서 전역한 최부경은 듬직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베테랑 김민수도 골 밑에서 힘을 보태고 프로 2년차 최준용은 비시즌 동안 대표팀 활약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했다. 득점은 줄었지만 김선형의 공백 속 가드를 맡으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외곽 슛터 변기훈의 침묵이었다. 2013~2014시즌 경기당 2.2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전체 3점슛 성공 1위에 올랐던 변기훈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팀 내 비중이 크게 줄었다. 문경은 감독이 구상하는 농구에서 변기훈이 중심을 이룰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변기훈이 터져줘야 팀 공격이 더욱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2.9개) 1위 테리코 화이트가 올 시즌 경기당 3.2개의 외곽포를 꽂아 넣으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토종 슛터 변기훈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변기훈은 이날 전까지 9경기에서 17분여를 뛰며 5.78득점에 그쳤다. 3점슛 성공도 1.56개에 그쳤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 전 변기훈의 부진 탈출이 숙제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이 같은 문 감독의 뜻을 아는 변기훈은 이날 작심하고 나섰다.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던졌고 자신감은 결과로 이어졌다. 9개의 3점포를 던져 5개나 꽂아 넣었다. 변기훈의 외곽포가 잇따라 적중하자 오리온은 추격의지를 완전히 잃었다.

경기 후 문경은 감독은 “오리온이 부산에서 경기하고 올라와 발이 안 떨어지더라. 변기훈과 테리코가 1,2쿼터에 한 방씩만 해줬어도 더 쉽게 풀렸을 것”이라면서도 “전반 끝나고 라커룸에 갔는데 이기고 있으면서도 개운하지 못했다. 그래도 3,4쿼터 믿음을 줬던 게 결정적인 상황에서 3점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변기훈(오른쪽)이 문태종의 패스를 몸을 날려 방어하고 있다. 변기훈은 과감성과 함께 문 감독의 지시대로 수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KBL 제공]

 

변기훈도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겠다고 하셨다”며 “자신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감이 부족했다. 운이 좋게도 동료선수들의 패스가 잘 연결됐고 공격 찬스가 많이 났던 것 같다. 주저 않고 자신 있게 쏜 게 잘 들어갔다. 종합적으로 잘 풀렸다. 감독님이 지시하는 수비에 가장 중점을 두려고 하고 그 다음으로는 과감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은 출전 시간도 적고 팀 내 비중이 적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기록 하락과 함께 출전 시간도 점점 줄게 됐다. 그러나 이날은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28분21초간 코트를 누볐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기록 향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문 감독도 변기훈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다.

변기훈은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핑계를 대지 않았다. 그는 “드리블을 쳐서 넘어오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고 무빙해서 슛을 쏘는 편”이라며 “슛터는 언제든지 높은 적중률로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공을 많이 안 만진다고 부진하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는 슛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감독은 “변기훈은 SK의 또 다른 공격 옵션 중 하나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는 게 아닌 그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변기훈이 살아나야 강팀으로 가는 기회가 온다. 오늘로서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부주장을 맡은 변기훈은 주장 김선형이 빠진 가운데 실질적인 캡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팀 분위기를 잡으려고 한다. 선형이가 (주장 역할에 대한) 특별한 말을 하기보다는 경기를 챙겨보며 단체 채팅방에서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며 “부주장으로서 팀이 단합이 잘 되게끔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이스 김선형은 없지만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변기훈은 “선형이가 이라면 나머지 선수들은 잇몸”이라며 “선형이가 부상당하기 전에도 대표팀에 나가있을 때 우리끼리 연습을 많이 했다. 다만 연승 이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연패한 것 같다. 마음을 다잡아 오늘 좋은 결실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변기훈이 터지자 헤인즈(11득점)의 부진 속에서도 팀 공격력이 폭발했다. 12명의 선수가 모두 득점에 성공했고 두 자릿수 득점 선수가 4명에 달했다.

변기훈의 외곽포가 터져야 SK 농구가 산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아는 실질적 주장 변기훈은 팀을 위해 자신감 넘치게 3점슛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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