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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승락-손아섭 씨! 인터뷰 과외 받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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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손승락-손아섭 씨! 인터뷰 과외 받는 건 아니겠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1.0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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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손승락, 손아섭 선수! 혹시 인터뷰 과외 받으시나요?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끈 손승락, 손아섭을 보고 든 생각이다.

6일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프로야구) 시상식. 기자는 둘의 수상 소감을 듣고 참 흐뭇했다. 그간의 고생이 느껴져 짠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예뻤다. '어디서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라는 악동뮤지션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더라.

일단 구원상을 받은 손승락부터.

▲ 손승락(왼쪽)과 손아섭. 훌륭한 인터뷰로 롯데 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진=스포츠Q DB]

“(시상자 중) 나이가 제일 많네요. 나이가 제일 많아도 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손승락이 저물지 않나 생각들 하셨을 텐데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노력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감동이 두 배입니다.”

일단 판에 박히지 않아 좋았다. ‘나이가 제일 많다’고 강조한 부분이 귀를 쫑긋 세웠다. 손승락이라서 할 수 있는 멘트다. ‘어금니가 부서지도록’이란 표현은 기자 입장에서 부각시키기 딱 좋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확 와 닿는다.

“엄지척 세리머니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과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한 겁니다. 우리는 팬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10구단 팬들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거든요. 오늘은 모든 팬분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그가 평소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묻어나온다. 올 시즌 37세이브를 거둔 손승락이다. 특히 롯데 안방인 사직에서 경기를 매듭지을 때 그는 1루 스탠드를 메운 팬들을 향해 감사의 표시로 엄지를 펼쳐 보인다.

다음은 최다안타상을 받은 손아섭이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연구하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픕니다. 내년에는 트로피를 더 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 (양)현종이가 부럽습니다. 한국시리즈를 못 밟았거든요.”

승부욕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손아섭답다. 8년 연속 3할, 통산 타율 0.325, 올 시즌 타율 0.335인 ‘타격 달인’이 이렇게 말한다. 우승을 향한 간절함도 내비친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KIA(기아) 타이거즈 양현종을 언급하며.

직업 특성상 말 잘 하는, 보다 정확히 인상 깊은 워딩을 남긴 스포츠스타들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유도 선수 김재범이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들은 코멘트는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 달변으로 유명했던 유도 레전드 김재범. [사진=스포츠Q DB]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전부 정상에 오르는 걸 일컫는 용어, 김재범은 당시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하는 사람은 1%다. 그만두면 1%로 끝난다. 그 1%의 1%가 되도록, 지든 말든 끝까지 할 거다.”

너무 훌륭해서 제목으로 안 뽑을 수 없는 말 아닌가.

리틀야구를 4년째 취재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을 무수히 많이 만났는데 사실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누가 매뉴얼을 준 것도 아닐 텐데 “감독님, 코치님 덕분이다”, “운이 좋았다”는 놀랍게도 빠지지 않는다.

(일단 인터뷰어의 역량 부족임을 인정한다.) 대다수 어린 선수들은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오면 무척 당황스러워 한다. 주관식, 토론식 접근법이 익숙하지 않을 터다. 어린 선수들에게 승락, 아섭 ‘두 손’의 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프로스포츠 선수는 상품이다. 연말 시상식에 설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갖춘 자들이 달변까지 갖추다니. 손승락, 손아섭이야말로 안 팔리지 않을 수 없는 진정한 프로가 아닌가 싶다.

승락 씨, 아섭 씨! 인터뷰학과라도 전공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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