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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우승동력' 트레이드, 활발해진 거래 그 효과도 컸다 [2017 프로야구 결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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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우승동력' 트레이드, 활발해진 거래 그 효과도 컸다 [2017 프로야구 결산 ④]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1.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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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인기 모델 케이트 업튼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저스틴 벌랜더(34)가 없었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팀 프랜차이즈 스타 벌랜더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우승 팀의 주전포수와 외야수가 시즌 도중 트레이트로 KIA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김민식(28)과 이명기(30)가 그 주인공이다.

 

▲ SK 와이번스를 떠나 KIA 타이거즈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한 김민식(왼쪽)은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국내 프로야구에선 그동안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았다. 거래를 통해 우리 팀이 얻게 될 효과보다는 우리 팀에선 계륵 같은 존재임에도 타 팀에 가서 잠재력이 폭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먼저하곤 했다.

대표적인 게 LG 트윈스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난 김상현과 박병호는 홈런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로 자리매김하며 원 소속팀의 배를 아프게 했다. 이용규(한화 이글스), 오재일(두산 베어스), 신재영(넥센) 등도 트레이드 이후 기량을 만개했고 이 같은 이유로 각 팀들은 더욱 트레이드에 신중해지게 됐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달랐다. 지난 시즌 총 6건이었던 트레이드는 올해 9건까지 늘어났다. 4대4 트레이드 같은 대형 거래도 많았다. 개막 이후부터 트레이드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팀 투수에 대한 정보를 꿰고 있어 그 어떤 포지션보다도 트레이드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던 포수들의 이동도 활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건 김민식(28)이었다.

SK에서 박경완 배터리 코치의 총애를 받았던 김민식은 지난 4월 7일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이명기, 최정민, 노관현과 함께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KIA는 SK에 외야수 노수광과 함께 포수 이홍구와 이성우, 외야수 윤정우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흡족한 거래가 됐다.

김민식은 트레이드 후 곧장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안정적 투수 리드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재능을 돋보였다. 타율은 0.222에 불과했지만 찬스에 강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340에 달했다. 그로 인해 40타점을 기록해냈다.

한국시리즈에선 타율 0.167로 부진했지만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엔 부족함이 없었다. KIA는 선발승으로만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 최재훈은 노쇠화로 신음하던 한화 포수진에 새로운 희망이 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두산에서 잠재력을 꽃피지 못하던 최재훈(28)도 한화의 유니폼을 입고 비로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그동안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4월 17일 내야수 신성현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뒤에는 팀의 복덩이가 됐다.

한화는 조인성(36·은퇴)과 차일목(36), 허도환(33) 등이 번갈아 지키던 자리를 과감히 최재훈에게 넘겨줬다. 외국인 투수들과 국내 투수들 가릴 것 없이 최재훈의 영리한 리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재훈은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데뷔 후 처음 풀타임 시즌을 치른 최재훈은 타율 0.257을 기록하며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미래를 책임질 안방마님이 됐다.

불안한 팀 내 입지를 단숨에 바꿔버린 케이스도 있었다. 이명기와 윤석민(31·kt 위즈)이다. 김민식과 함께 팀을 옮긴 이명기는 이미 풀타임 3할 시즌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SK는 더 큰 미래를 그렸고 이명기를 과감히 포기했다. 당시엔 충격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반등의 계기가 됐다.

KIA에서 주로 테이블 세터로 나서며 115경기에 나서 타율 0.332 9홈런 63타점 79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64(22타수 8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적을 하자마자 팀에 우승을 안겨준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윤석민도 마찬가지. 두산과 넥센에서 거포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확실히 만개하지 못하며 팀을 옮겨다녀야 했던 윤석민은 은사 김진욱 감독을 만나 꼴찌팀에서 탄탄한 입지를 마련했다. 올해 전 경기에 가까운 142경기에 나서며 타율 0.312 20홈런 105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항상 그를 따라다니던 부상 소식도 올 시즌엔 없었다.

 

▲ KIA 이명기(왼쪽)과 kt 윤석민도 팀을 옮긴 뒤 확고히 입지를 다졌다. [사진=KIA 타이거즈, kt 위즈 제공]

 

기량이 검증된 외국인 타자와 함께 자유계약선수(FA)로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선수를 영입한다면 윤석민의 다음 시즌 전망도 밝을 것이다.

김세현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레이드 성공사례다. 지난해 넥센에서 2승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으로 구원왕을 차지했던 김세현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임박했던 지난 7월 말 대주자 요원 유재신과 함께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은 미래 자원인 좌투수 듀오를 받았고 김세현은 이적 후 2패 8세이브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진짜 가치는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강력한 선발진에 비해 뒷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KIA지만 김세현을 필두로 한 불펜진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김세현은 양현종이 완봉승을 거둔 2차전을 제외하고 4경기에 모두 투입됐다. 4⅓이닝을 소화하며 3안타 볼넷 1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냈고 2세이브 1홀드를 챙겼다. 실점은 없었다.

올 시즌 KIA의 우승을 설명할 때 트레이드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시리즈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멤버 3명이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드의 숨은 묘미는 당장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시 전력감끼리 주고 받기보다는 한 쪽이 주전감이라면 다른 한 쪽은 미래 자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활발했던 트레이드 시장의 가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올 시즌 KIA 등의 성공 사례를 본 타 팀들이 다음 시즌 얼마나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야구팬들로서는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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