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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7호실' 신하균의 남다른 존재감·도경수의 성장… 공감 자아내는 블랙코미디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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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7호실' 신하균의 남다른 존재감·도경수의 성장… 공감 자아내는 블랙코미디 탄생?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11.0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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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신하균의 스크린 장악력&도경수의 성장
- 한정된 공간 통해 보여주는 ‘똑똑한 연출’
- 빈 틈을 채우는 조연 배우들의 호연

DOWN

- 캐릭터 소비에 대한 도덕적 비판 피할 수 있을까?
- 자극적인 상황 연출, 공감은 ‘글쎄요’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단편 영화 ‘10분’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편집 능력,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 등에 대한 호평을 받았던 감독 이용승이 상업 영화 데뷔작 ‘7호실’을 선보인다.

 

[사진= '7호실' 스틸]

‘7호실’은 이용승 감독 특유의 시각과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용승 감독은 한국 사회의 비틀리고 어두운 지점들을 부각해 씁쓸함을 남기면서도 때로는 유쾌한 웃음으로 색을 더해 풍성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영화 ‘7호실’은 땅 값 비싸고 월세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압구정 로데오 한 구석에 DVD방을 운영 중인 두식(신하균 분)과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 초반에는 신하균과 도경수 각자가 갖고 있는 금전적 문제들을 조명한다. 신하균은 밀린 월세와 팔리지 않는 가게로 인해 관리인, 부동산업자와 갈등을 겪는다. 도경수는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쌓인 빚과 밀린 월급 등으로 인해 불만을 표출한다.

신하균은 DVD방의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으로 조선족 한욱(김동영 분)을 고용한다. “제가 있던 곳은 장사가 다 잘 됐어요”라는 한욱의 대사처럼 그가 온 뒤 DVD방은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드디어 신하균 앞에 DVD방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사진= '7호실' 스틸]

 

신하균과 도경수 각자의 일상과 고민을 보여주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시작을 알리는 영화 ‘7호실’은 김동영과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며 보다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자칫 무게감이 극심하게 더해져 스릴러로 빠질 수 있는 부분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주가 시작되며 가벼운 웃음을 더한다. 주로 DVD방, 그 속의 7호실이라는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때로는 놀랍도록 현실적이면서도 엉성하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똑똑한 연출 뿐 아니라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빛난다. 신하균은 ‘이름 값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처연함이 부각되는 독백부터 때때로 튀어나오는 캐릭터의 양아치스러움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도경수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잘한 행동과 눈빛은 신하균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스크린에 더한다. 기존의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걷는 노선과는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는 도경수의 작품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7호실' 스틸]

 

이외에도 ‘7호실’에서 조선족 한욱을 연기하는 김동영 역시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김종수, 김종구, 박수영, 전석호, 정희태, 황정민, 최무성 등 연기력으로 더할 나위 없는 이들은 작품이 팽팽한 긴장감과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색다른 변주가 더해진 유쾌한 전개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등은 영화 ‘7호실’을 더욱 특별한 영화로 만든다. 그러나 ‘7호실’이 보여주는 조선족 한욱을 소비하는 방식과 다소 자극적인 사건 흐름은 관객들과의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최근 남성 느와르 영화가 주류를 이루며 조선족 등 특정 지역 출신의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조선족 캐릭터들이 거친 인물로 표현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봉하는 ‘7호실’은 조선족 한욱 캐릭터를 신하균과 도경수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소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용승 감독은 “피곤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관객들에게 ‘7호실’이 진심이 담긴 영화적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자구책을 찾는 나와 같은 소시민들에게 용기와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 '7호실' 스틸]

 

그러나 ‘7호실’은 신하균과 도경수에게  일반적으로는 '공감'하기 난해한 극한의 상황을 부여한다. 신하균은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도경수는 마약상들과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 ‘7호실’은 공감과 결말 등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그러면서도 높은 월세와 권리금 문제, 학자금 대출 문제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버무려 놓으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게 돋보인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7호실’이 블랙 코미디 장르로 호평 받을 수 있을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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