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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월드컵' 미식축구대표팀, 도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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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월드컵' 미식축구대표팀, 도전은 시작됐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0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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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스웨덴행, 12월 말 트라이아웃 통해 45명 선발 예정... 비용 문제에도 "어떻게든 간다" 의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인은 월드컵을 사랑한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릴 때면 ‘대한민국’을 외치며 모든 관심을 축구공 하나에 집중시킨다.

미식축구에도 월드컵이 있다. 한국도 당당히 그 축제에 초대돼 나선다. 백성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은 지난 4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풋볼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쿠웨이트를 69-7로 완파하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 미식축구는 지난달 30일 사회인과 대학 클럽 최고봉을 가리는 제20회 김치볼을 끝으로 2014 시즌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이제는 월드컵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그들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은 자비를 들여 맹훈련을 소화한 끝에 어렵사리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사진=스포츠Q DB]

미식축구를 업으로 하는 프로페셔널이 아님에도,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면서도 그들은 한국의 명예를 걸고 이변의 주인공이 돼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 이제는 월드컵, “프랑스, 핀란드가 타겟” 

제5회 국제미식축구연맹(IFAF) 스웨덴 풋볼월드컵은 내년 7월 4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다. 한국은 3회 대회에 출전해 6개국 중 5위에 오른 적이 있다. 나머지 대회에서는 일본에 막혀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11년 4회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6개국에서 8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번 대회부터 아시아에 1장만 주어지던 본선 티켓이 2장으로 늘어났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당당히 월드컵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다. 풋볼 월드컵에는 12개국이 출전한다. 톱시드를 배정받게 될 일본, 미국, 멕시코, 캐나다는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스웨덴, 프랑스, 독일, 핀란드 또는 이탈리아 중 한 팀을 잡게 되면 5~8위 순위결정전에 오를 수 있다.

백성일(45)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감독은 김치볼이 끝나고 “2007년 월드컵에서 우리를 얕보고 방심한 프랑스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며 “쉽지는 않다. 프랑스와 핀란드를 타깃으로 삼고 승리를 따내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국내에서 열렸던 모든 대회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해왔다. 조만간 월드컵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45인을 선발하기 위한 공개 트라이아웃을 가질 예정이다. 이달 말에서 내년 1월 초 사이에 부산 신라대에서 펼쳐진다.

일단 지난 4월 아시아 예선 쿠웨이트전에서 대승을 이끈 이들이 주축이 된다. 본토 풋볼을 체험한 재미교포와 세계 제일의 사회인리그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재일교포 등도 대표팀 합류 의사를 밝혔다.

▲ 백성일 감독은 "비용이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든 스웨덴으로 향할 것"이라며 "한국 미식축구는 조금씩 움직여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스포츠Q DB]

◆ "비용 문제? 무조건 갑니다"

“무조건 갑니다. 만들어 가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다. 풋볼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는 모든 경비를 대주기로 약속했다. 다만 1인당 300만원에 달하는 왕복 비행기표만큼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스웨덴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학생에게 300만원은 거액의 돈이다.

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생업이 있다. 대학생은 비용이 문제이지만 사회인은 시간이 문제다. 2주간 일터를 버리고 스웨덴으로 향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한미식축구협회(KAFA) 김동희 사무국장은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표팀에 소집이 됐다고 해서 훈련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미식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비를 지원해주는 스폰서 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양질의 장비를 갖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평일에는 일을 마치고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한다. 주말에는 팀 훈련에 매진한다. 아시아 예선전을 앞두고는 6개월 동안 주말도 없었다. 혈기왕성한 총각들이 연애마저 미루고 오로지 풋볼월드컵만 바라보고 달렸다.

백 감독 역시 자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직업란에는 ‘풋볼 감독’이라고 적는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어떨지 몰라도 한국 미식축구는 조금씩 움직여왔다. 목욕비조차 없이도 보란 듯이 잘 버텨왔다”며 “돈 모자라도 해낼 수 있다. 우리는 꿈만 보고 가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들의 현실적인 풋볼월드컵 목표는 1승이다. 백성일 감독은 "쉽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핀란드 또는 프랑스를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스포츠Q DB]

◆ 전력 분석은 어떻게? 든든한 지원자 이바라키 감독

아무 것도 없다. 월드컵에 나가지만 전력 분석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쿠웨이트전 준비 과정에서도 쿠웨이트-스위스전 비디오 한 편이 전부였다. 하지만 백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스승 카스지 이바라키 감독이 한국 풋볼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바라키 감독은 2007년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의 수장으로 부임했다. 2003년 아시아 예선에서 0-88 완패를 당하던 한국은 그의 지도 아래 일본과 격차를 30점대로 줄였다. 그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한국 미식축구의 시스템과 지도법 등에 혁신을 가져왔다.

백 감독이 이바라키 감독의 수제자다. 쿠웨이트전을 위해 백 감독은 이바라키의 조언을 구했다. 현재 도시샤대학 미식축구부 감독인 그는 김치볼이 열렸던 지난달 30일에도 거제를 찾으려 했지만 일정으로 인해 방문을 접을만큼 한국을 사랑한다.

2011년 일본 대표팀의 월드컵 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바라키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지도자다. 그런 그가 백 감독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부족한 점에 대해 따끔히 지적하고 백 감독이 구하기 힘든 자료를 건네고 있다.

백 감독과 KAFA는 그에게 어드바이저 역할을 부여하고 월드컵에 동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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