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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광폭 행보, '현장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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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광폭 행보, '현장이지 말입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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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대표팀 감독 최초 월드컵 리뷰, 유소년-U리그-챌린지 현장 행보... K리그 시상식까지 등장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대사다. 블루컬러 아버지를 둔 한석율은 입사 PT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회를 잃는 듯하다가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임원들의 대화에 용기를 얻고 박차고 일어서 외친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축구계에도 발로 뛰는 이가 있다. 다름 아닌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장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다. 그는 한국 축구와 관련된 행사라면 성격과 연령대를 막론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디든 나타난다. 현장에는 늘 그가 있다.

이제는 마이크까지 잡는다. K리그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부터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이틀 동안 열리는 2014 대한축구협회 기술 컨퍼런스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분석, 리뷰한다.

▲ 슈틸리케 감독은 프로 무대만 찾지 않는다. K리그 챌린지부터 대학 축구, 유소년 축구까지 그의 활동 범위는 연령대와는 관계가 없다. [사진=KFA 제공]

◆ 성인 대표팀 감독 최초, 월드컵 리뷰 

슈틸리케 감독은 첫날 첫 발제자로 나서 30분 동안 한국 대표팀의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경기력을 분석한다. 대한축구협회 A급 이상 지도자와 2014~15 아시아축구연맹(AFC) P 라이선스 수강생, P급 지도자 모임,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및 전임 강사, 축구과학회 멤버 등 170여명이 참석한다. 한국 축구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성인 대표팀 감독이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서 직접 발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 중에는 2014/15 AFC P 라이선스 코스를 이수하고 있는 최용수 FC 서울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조진호 대전 감독 등이 포함됐다. K리그 사령탑들과 ‘열린 소통’을 하겠다는 자세다.

한국이 왜 브라질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만 했는지를 앞장서 되짚어보겠다는 의도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행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AFC 아시안컵 대비는 물론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축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전달한다.

▲ 지난달 21일 U리그 왕중왕전 참가 후 시상자로 나서 광운대 오승인 감독(왼쪽)에게 지도자상을 건네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 [사진=스포츠Q DB]

◆ K리그부터 풀뿌리까지 광폭 행보, 지방 스케줄도 거뜬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외국인 지도자로 결정하면서 내세운 조건으로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이 영입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면모를 보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대표팀뿐만 아니라 여자축구와 유소년 등 한국 축구 전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당시 “K리그를 비롯해 유소년 축구 등 많은 부분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약속을 보란듯이 지키고 있다.

K리그 클래식 경기장 참관은 기본. K리그 챌린지와 U리그, 유소년 대회까지 찾아다니는 풀뿌리 현장 행보를 펼치고 있다. 유망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격려하며 잠시 머무르다 가는 ‘용병’같은 사람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달 1일 인천공항 인재개발원 축구장에서 개최된 2014 인천국제공항 유소년클럽 챔피언십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가 있어야만 대표팀을 지원하는 프로선수가 존재한다”며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 22일 경북 상주에서 벌어졌던 상주 상무와 서울의 FA컵 준결승전을 참관한데 이어 사흘 뒤에는 안산 경찰청과 강원 FC의 K리그 챌린지를 직접 지켜봤다. 지난달 21일에는 충남 천안으로 향해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단국대-광운대전을 살폈고 시상자로까지 나섰다.

슈틸리케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한국 축구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선수를 점검하기보다 한국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두루 참관하면서 축구 문화도 접하고 한국 선수들을 선입견 없이 지켜보기 위함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U리그를 찾았던 것에 대해 “대학팀들의 경기는 처음 봤다고 했다. 당시 대학선수들의 플레이에 칭찬을 하면서도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 별들의 축제도 함께, 부상 선수 체크는 필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호텔서 열린 2014 현대 오일뱅크 K리그 시상식까지 나타났다. K리그가 대표팀의 초석이라며 유달리 강조했던 그는 한 시즌을 정리하는 별들의 축제에 함께 나서 페어플레이상과 특별상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1부 시상식이 끝난 직후 통역과 함께 이동국이 앉은 곳으로 이동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어떤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오고 갔는지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귀중한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의 종아리 부상 상태를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10일 천안에서 벌어졌던 파라과이전을 통해 한국 감독 데뷔전을 치른 그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 앉아있지 않았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힘을 불어넣으며 소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자리라 하더라도 데일리 종목이 아닌 축구 특성상 그동안의 사령탑들은 주로 A매치 기간에만 미디어에 노출됐다. 이는 전임 외국인 감독들이 그만큼 축구와 관련된 활동이 적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한국 축구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슈틸리케는 분명 이전 외국인 감독들과 달라 보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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