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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포츠 절망의 순간 ③<끝>] 허공 가른 박병호-황재균-김현수 방망이, 빅리그 벽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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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포츠 절망의 순간 ③<끝>] 허공 가른 박병호-황재균-김현수 방망이, 빅리그 벽 높았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2.0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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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스포츠 결산, 코리안리거 과감한 도전에도 아쉬웠던 결과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타율 0.353(51타수 18안타) 6홈런 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59, 팀 내 홈런-타점 1위.

타율 0.333(48타수 16안타) 5홈런 15타점 OPS 1.040, 팀 내 타점 1위, 홈런 2위.

미국 메이저리그(MLB) 어떤 팀 선수들의 시범경기 성적이다. 팀의 중심타선을 맡아야 할 것 같이 뛰어난 성적을 보였던 타자들은 다름 아닌 코리안 메이저리거였다. 전자는 박병호(31), 후자는 황재균(30)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현 소속팀은 각각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0·LA 다저스)이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MLB에 진출해 돌부처의 위엄을 뽐냈던 오승환(35)도 주춤했고 추신수(35)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온 황재균은 대형 계약을 눈앞에 두고도 도전을 택했다. MLB 무대가 보장된 조건도 아니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보인 활약은 눈부셨다. 연일 대포를 쏘아올렸다. 파블로 산도발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의 주인공은 황재균이 될 것처럼 보였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 효과’로 빅리그의 큰 기대 속에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택을 받은 박병호도 겨울을 알차게 보냈다. 지난해 문제를 보인 타격폼을 수정했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둘 모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박병호의 로스터 제외가 불펜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약한 불펜 투수 1명을 더 엔트리에 포함시키기 위해 단기적으로 타자 슬롯 하나를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황재균에 대한 걱정도 크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서도 황재균이 시범경기 맹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옵트아웃을 활용해 팀을 떠날 수 있는 7월 이전에 빅리그에 콜업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호는 트리플A에서 치른 4경기에서 멀티홈런 포함 3개의 대포를 때려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개월여 만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은 싸늘히 식었다. 7월 타율 0.292 6홈런 19타점으로 반등했지만 빅리그 콜업은 없었다. 결국 단 한 번도 MLB 무대를 밟지 못한 채 타율 0.253 14홈런 60타점을 기록한 뒤 KBO리그로 유턴했다.

황재균도 4월 한 달간 타율 0.321의 맹타를 휘둘렀다. 5월엔 4개의 홈런포를 날리며 18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빅리그행은 쉽지 않았다. 옵트아웃 발동을 코앞에 둔 6월 말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을 불러올렸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에 나선 황재균은 데뷔전에서 대포를 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홈런이었고 타율 0.154(52타수 8안타)로 시즌을 마감했다. 트리플A에서도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고 박병호와 함께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김현수(29)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뷔 시즌을 3할로 보낸 김현수는 경쟁자들에 밀렸다. 감독의 눈에는 김현수가 1순위가 아니었고 적은 기회 속 경쟁자와 성적 차는 더욱 커졌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까지 당했다. 타율 0.231(212타수 49안타). 2년차 징크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성적이었다. 국내 복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복귀 시 4년 총액 100억 원이 보장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실패해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 한국 최고의 교타자 김현수에게 한국행을 염두에 둬야하는 현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다른 면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말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는 세 번째라는 점 때문에 가중처벌을 받았다.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미국 대사관에서는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결국 국내에서 홀로 훈련하던 강정호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피츠버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비자발급이 필요 없는 도미니칸윈터리그로 진출했지만 그곳에서도 부진에 허덕였다. 긴 공백을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당장 다음 시즌 류현진과 추신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MLB에 보장된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박병호와 황재균의 당찬 도전 자체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결과는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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