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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전방 찾아 온기 나눈 '추캥' 축구천사들, 엄동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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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전방 찾아 온기 나눈 '추캥' 축구천사들, 엄동도 녹였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04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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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선수 봉사단체 '축구로 만드는 행복', 2년만에 군부대 방문해 온기 전하다

[포천·철원=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올해로 벌써 16회째를 맞았다.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봉사활동 모임 ‘추캥(축구로 만드는 행복)’이 4일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를 오가며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온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는 엄동이었지만 오가는 정에 마음만은 훈훈했다.

K리그 소속 선수 27명과 지도자 3명 등 추캥 회원 30명은 4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에 자리하고 있는 6사단 수색대대와 8사단 기갑수색대대, 그리고 중부전선을 수호하는 5군단을 찾았다.

추캥은 1999년 오장은(수원 삼성)을 주축으로 박건하 축구대표팀 코치가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선수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던 소병진 선생과 함께 시작한 봉사단체다. 매년 선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규모가 커졌다.

▲ 추캥 소속 선수들이 4일 경기도 포천 소재 수색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위문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캥이 군부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이후 2년 만이다. 2012년 경남 진해시에서 해군 장병들을 위문했던 추캥은 이번에는 육군 전방부대를 방문, 추운 겨울에도 경계근무에 한창인 병사들과 뜻깊은 추억을 나눴다.

모임을 주도한 오장은은 “육·해·공군 중 육군과 해군을 갔으니 다음 기회에는 공군을 방문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 물심양면으로 이어진 도움의 손길

K리거들이 향한 발길마다 따뜻한 손길이 전해졌다.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견학한 추캥은 6사단 전방부대 11개 소초를 나눠 장병들을 위문했다.

염기훈(수원 삼성)과 김진규(FC서울), 김승규(울산 현대)는 11소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병들을 찾아 빵과 사인볼을 전달한 뒤 즉석 사인회를 열었다. 모든 장병들에게 사인을 선물해준 후 기억에 남을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다.

특히 권창훈(수원 삼성)은 6사단 수색대대 및 소초와 8사단 기갑부대에 빵 1400개를 기부했다. 선수단은 부대 위문금 1000만원과 축구공 42개, 유니폼 30벌을 전달했다.

▲ 추캥 소속 선수들이 4일 경기도 포천 소재 5군단을 방문해 6·25,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후원증을 전달하고 있다.

뜻깊은 자매결연도 맺었다. 염기훈, 김진규 등 추캥 멤버 12명은 한국전쟁, 월남전 참전용사 22명과 매달 5만원씩 1년 동안 적립하는 자매결연을 맺었다. 오장은은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인데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십시일반 했다”고 말했다.

박건하 코치는 깜짝 기부를 선언했다. 박 코치는 “군부대에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장병들의 노고가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으로 기관총 5정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의 한 마디에 모든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박 코치는 국방부에 국방헌금 형태로 기부를 할 예정이다.

참전용사들이 고마움을 표시한 가운데 후원식을 주최한 5군단 임호영 군단장은 “선수들의 따뜻한 마음이 군 장병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먼 곳까지 찾아와 군 장병들에게 기쁨을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 추캥 소속 선수들이 4일 경기도 포천 소재 기갑수색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추캥의 인기, 황금마차도 울고갈 정도

추캥이 방문한 6사단과 8사단, 5군단은 한국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부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병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6사단 수색대대 11소초 병사들은 위문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염기훈과 김진규, 김승규를 껴안으며 웃었고 선수들의 유니폼과 소지품에 사인을 받는 등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들의 인기를 단적으로 증명한 사건이 있었다. 소초 내에서 사인회가 진행되는 도중 이동매점인 ‘황금마차’가 등장했다. 흔히 말하는 ‘짬밥’만 먹는 병사들에게 한 달에 한두 번 오는 황금마차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하지만 냉동식품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황금마차도 K리거들의 인기에 묻히고 말았다. 단 한 명도 매점으로 향하지 않고 선수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것. 이 장면을 본 한 장교는 “어떻게 황금마차가 인기가 없나”라며 껄껄 웃었다.

▲ 추캥 소속 염기훈이 4일 경기도 포천 소재 5군단을 방문해 군 장병들과 친선 족구경기를 펼치고 있다.

추캥의 많은 선수 가운데서도 큰 인기를 끈 멤버가 있었다. 바로 울산 골문을 책임지는 김승규다. 이날 추캥이 방문한 모든 부대의 장병들은 골키퍼 김승규가 가는 곳에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승규는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서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부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이 축구인 만큼, 축구선수에 대한 장병들의 애정과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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