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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부모님 같은 이 땅의 '감독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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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부모님 같은 이 땅의 '감독님 표정'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12.06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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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상대는 키가 곱절이나 커 보였다. 청개구리처럼 말을 안들어 혼내기라도 하면 배시시 웃어버리던 성격 좋은 그 녀석도 눈앞의 뚱뚱한 남자아이를 보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심판의 손이 허공을 가르고 품띠가 걸린 태권도 승급 심사가 시작됐다.

또래에 비해 큰 키 때문에 비슷한 체격의 남자아이와 태권도 겨루기를 하게 된 녀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둔탁한 파열음과 가열찬 기합 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 지난 2014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여자 핸드볼 금메달 결정전서 한국 임영철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녀석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나의 두 눈은 한 순간도 깜박일 수 없었다. '그래 그렇게 빠졌다가 돌려 차야지!' 속으로 크게 외쳤지만 들릴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남자인지라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밀리는 기세가 보였다. '힘들겠다'라고 생각한 순간, 녀석의 발이 허공에 원을 그리며 상대의 얼굴을 정확히 강타했다.

▲ 지난 4월 2일 여자배구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IBK기업은행과 경기서 선수들의 공격이 성공하자 함께 포효하고 있다.

절묘한 뒤후리기였다. 녀석의 유연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상대는 코피가 터졌고 전세는 역전됐다. 무엇보다 지켜보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가슴이 벅차 올랐다.

겨루기가 끝나고 땀으로 범벅이 된 녀석이 상기된 얼굴로 날 보던 모습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흰띠를 둘러메고 장난만 치던 13살 꼬마가 어느새 이만큼 커서 남자아이 코피를 터뜨리며 승급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 2014 인천아시아경기 남자농구 결승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79대 77로 승리를 거두며 승리한 한국 농구 대표 김주성이 환하게 웃고 있는 유재학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이날 경기는 김주성의 대표팀 마지막 경기여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10여 년 전 태권도 사범시절,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이렇게 장황하게 끄집어낸 이유는 이번 포토 포커스의 주제인 '부모님 같은 감독님 표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 사연 많은 표정을 어떻게 단 한마디로 표현할 것인가!

▲ 2014 한국시리즈 4차전서 삼성에 9-3으로 승리한 넥센 염경엽 감독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박병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온전히 져야 하는 감독이라는 위치는 대단한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해도 감독의 역량에 따라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은 최근 울산의 수장이 된 윤정환 감독의 '사간도스 매직'만 봐도 알 수 있다.

▲ 지난 11월 28일 프로농구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고양 오리온스와 경기 4쿼터서 열정적인 표정으로 김동우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 후 김동우는 버저비터를 성공시키겨 팀의 9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좋은 감독은 부모님 같다고 생각한다. 때론 매서운 회초리로 다스리다가도 찬바람에 감기라도 들까 밤잠도 설치며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처럼 감독 역시 선수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야 팀이 하나가 되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태국과의 4강전에서 선취 결승골을 넣은 이종호가 환하게 웃는 이광종 감독에게 안기고 있다.

어쩌면 지난날 잠시 느꼈던 가슴 벅찬 그 마음이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이 땅의 '감독님 표정'과 같은 건 아닐까?

▲ 삼성화재 선수들이 2013-2014 통합우승을 확정한 후 신치용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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