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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로 나누는 축구산타 '추캥'의 행복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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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로 나누는 축구산타 '추캥'의 행복플러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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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캥 리더' 오장은, "순수한 의도로 모임을 이끌 것"

[포천·철원=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노민규 기자]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행사에 드는 모든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앞으로도 순수한 의도로 할 것이다.”

축구선수들의 봉사활동 모임 ‘축구로 만드는 행복(추캥)’의 핵심 멤버 오장은(29·수원 삼성)이 밝힌 추캥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단체다. 추캥 멤버들은 시즌 중 머리를 맞대며 행사를 준비한 뒤 시즌 뒤 휴가기간 동안 도움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따뜻한 정을 나눠왔다.

이러한 추캥의 정신은 이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1999년 시작한 모임은 15년의 세월을 거치며 양적으로, 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어떠한 도움을 받지 않고 선수들 스스로 모임의 규모를 키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오장은(오른쪽)과 추캥 멤버들이 4일 경기도 포천 8사단 기갑수색대대에서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K리그 소속 선수 27명과 지도자 3명 등 추캥 회원 30명은 4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에 자리하고 있는 6사단 수색대대와 8사단 기갑수색대대, 그리고 중부전선을 수호하는 5군단을 찾아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들에게 온기를 불어넣었다.

권창훈(수원 삼성)은 6사단 수색대대 및 소초와 8사단 기갑부대에 빵 1400개를 기부했고 선수단은 부대 위문금 1000만원과 축구공 42개, 유니폼 30벌을 전달했다. 또 박건하 국가대표팀 코치는 5군단에 기관총 5정을 구입할 수 있는 기부금을 내놓아 훈훈하게 만들었다.

◆ 5명이 틔운 싹, 30명으로 열매 맺기까지

추캥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남도 함양군에 거주하며 선수들의 지친 심신을 치료해주시는 소병진 선생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창단 멤버였다.

당시 추캥의 규모는 4~5명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가깝게 모여 운동하던 선수들끼리 지역 내 조기축구회와 친선경기를 통해 자그마한 정성을 모았고 그것을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썼던 것이 모임의 출발이었다.

불우이웃을 도우려했던 이들의 선행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참가 인원과 행사의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38명의 선수들이 경북 상주시에 모였다. 이틀에 걸쳐 상주 지역 학교를 방문해 축구클리닉을 개최한 추캥은 상주의 특산물인 곶감을 알리기 위해 홍보대사로 나섰다. 또 상주 지역 월남전 참전용사, 미망인과 결연을 맺고 정기적인 후원을 할 것을 약속했다.

올해도 규모와 내용 면에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임의 중추 격인 오장은과 박건하 국가대표팀 코치를 비롯해 김승규(울산 현대), 윤일록(FC서울) 등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26명, 광저우 부리에서 뛰고 있는 박종우 등 총 30명의 ‘축구산타’들이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곳으로 달려갔다.

▲ 오장은은 추캥의 초창기 멤버로 참여한 뒤 지금까지 13년 연속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다.

◆ 추캥 정신, 외부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모임을 키워나가는 추캥은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벌써 없어졌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오장은은 남다른 리더십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추캥을 이끌고 있다. FC도쿄에 입단한 2002년부터 추캥의 일원으로 몸담고 있는 오장은은 행사의 상당 부분을 기획하고 준비하지만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선수들이 먼저 ‘올해는 어디서 하느냐’고 물어본다”며 “휴가기간에 시간을 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선수들의 관심 때문에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사가 됐다”고 뿌듯해 했다.

이어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이 좋아진다. 축구선수로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보람이 된다”고 덧붙였다.

추캥 활동을 하면서 구단 프런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행사 준비와 진행을 모두 맡다보니 새삼 구단 직원들의 노고가 느껴졌다는 것.

오장은은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들이 준비했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구단 직원들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느끼는 마음을 알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사정이 나아지면 자연스레 기업의 후원에 눈길을 돌릴 법도 하지만 오장은은 추캥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스폰서 없이도 얼마든지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염기훈(왼쪽)이 4일 강원도 철원군 6사단 수색대대에서 장병들에게 빵을 전달하고 있다.

오장은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1년에 일정금액 회비를 걷고 있다”며 “행사에 드는 모든 비용을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앞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이 들어오면 기업에서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오장은은 추캥이 처음 내세운 정신을 끝까지 이어나갈 참이다.

그는 “유명선수들이 많이 오면 회비가 더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웃어 보인 뒤 “선수들 스스로 봉사활동을 하는 순수한 의도로 모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 추캥 소속 현영민(왼쪽서 세번째)이 4일 경기도 포천 소재 5군단에서 군 장병들과 친선 족구경기를 펼치는 도중 시저스 킥을 날리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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