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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팀 예봉 꺾은 LPL팀, '유비무환 전략'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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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팀 예봉 꺾은 LPL팀, '유비무환 전략' 빛났다
  • 유진규 기자
  • 승인 2017.12.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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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유진규 기자] 한국보다 더 한국 같았던 중국 팀이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변수 생성과 그에 따른 스노우볼링을 멋지게 해냈다는 의미다. LCK 대표팀이 중국에 밀려 2017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올스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의 LCK 대표팀은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NA LCS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중국의 LPL대표팀과 2017 LoL 올스타 4강전에서 1-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 LoL 올스타 2017에 출전한 한국의 Team LCK. 좌측부터 'CuVee,'이성진, 'Ambition'강찬용, 'Faker'이상혁, 'PraY'김종인, 'GorillA'강범현 [사진=KeSPA 공식 트위터 캡쳐]

 

중국 팀은 경기 설계를 잘 준비하고 그로 얻은 자그마한 이득을 크게 불리는 스노우볼링으로 한국 팀을 격파했다. 초반부터 중국 팀의 정글러 ‘Mlxg’가 '페이커' 이상혁의 견제에 치중한 것. 탑이나 바텀으로 향하기보다 페이커를 견제하는 빈도가 높았다.

페이커가 개인 능력으로 미드 라인전에서 압박을 가하면 어김없이 갱킹으로 중국 팀의 미드라이너 ‘Xiye’의 성장을 도왔다. 페이커를 무난하게 성장시키면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무지막지한 캐리력을 자랑하기 때문.

아무리 페이커의 성장로가 막힌다해도 한국 팀이 그에게만 의존하는 팀은 아니었다. 상체는 LoL 2017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한 삼성 갤럭시의 탑 라이너 ‘큐베’ 이성진과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이 맡았다. 바텀 듀오로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과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 국제무대에서도 잔뼈가 굵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실제로 2세트는 큐베 마오카이의 독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커를 괴롭히기로 작정한 Mlxg는 도박적인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2레벨 미드 갱킹을 가서 자신의 점멸을 소모하면서까지 페이커의 점멸 교환을 유도했던 것. 소환사 주문 수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고 갱킹 압박 때문에 페이커가 말리기 시작하자 Mlxg는 서서히 다른 라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 초반 갱킹보다는 성장에 주력하는 한국팀의 정글러 앰비션의 성향을 잘 이용한 셈이다. 앰비션은 피지컬이 중요시되는 갱킹보다 후반 운영에 절대적인 강점이 있다. 그 때문인지 Mlxg의 견제에 시종일관 고전했다. 상대가 갱킹을 시도하면 반대쪽에서 누릴 수 있는 이득을 취하지 못한 탓이었다. 상대 정글러의 과감한 플레이에 Team LCK는 크게 흔들렸다.

 

▲ LoL 올스타 2017 지역 대항전을 우승한 중국의 LPL 대표팀. 좌측부터 '957'커창유,' Mlxg,'류시유, 'Meiko'텐예, 'Xiye'쑤 한 웨이, 'FireFox'황 팅시앙 감독, 'Uzi' 지안즈하오 [사진=KeSPA 공식 트위터 캡쳐]

 

Mlxg가 탑으로 향하면 상대 바텀을 찌르거나 정글 유닛을 공략해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앰비션이 할 일이었다. 하지만 바텀으로 가면 이미 상대 서포터가 시야를 장악해놓은 탓에 갱킹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고, 정글 유닛을 사냥하려하면 견제가 들어왔다. 중국 팀의 적극적인 팀 콜과 커버링이 상당히 부드러웠던 탓. 한국 프로 팀들이 자랑하는 운영능력, 스노우볼링과 닮았다.

이런 경기운영은 한국 팀을 자멸하게 만들었다. 3세트 패배를 불러온 페이커의 암살 시도에 이은 솔로 데스가 바로 그것. 승리를 위해서는 페이커의 슈퍼플레이가 필요했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무리해 보였던 시도가 패배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상대를 지독하게 말려 죽인다는 한국식 ‘탈수기 운영’을 중국 팀이 보여준 것.

중국 선수들은 롤 올스타전을 앞두고 2주간 합숙훈련을 했다. KeSPA 컵 등의 일정으로 대회 시작 4일 전에 미국으로 날아온 한국 선수들보다는 준비 기간이 길었던 셈이다. 각기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지만 지역 대항전을 따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쳤고 다른 어느 팀들보다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지역 대항전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올스타전을 한국팀이 제패하지 못한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벤트전이라는 인식이 강한 올스타전이지만 모든 참가팀이 잘 준비된 모습으로 멋진 면모를 보여줬다. 그 때문에 한국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준비기간이 주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대회 트로피에 Team LCK를 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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