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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하이라이트 '산책 세리머니', 7년 전 조연 염기훈 이젠 당당한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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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하이라이트 '산책 세리머니', 7년 전 조연 염기훈 이젠 당당한 주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2.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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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년 전 박지성(36)은 한일전에서 통렬한 결승골을 작렬한 뒤 일본 축구의 성지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점잖이 거닐었다. 마치 ‘일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듯한 위풍당당 세리머니는 그 어떤 요란한 동작보다 일본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16일 한일전이 펼쳐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 그 곳엔 7년 전 박지성 옆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염기훈(34·수원 삼성)이 있었다. 어느덧 대표팀의 최고참이 된 염기훈은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일본의 심장을 저격한 뒤 동료들을 이끌고 느긋하게 운동장을 걸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7년 6개월여 전 박지성의 속 시원한 골로 통쾌함을 맛봤다. 그러나 이후 5차례 한일전에서 2무 3패.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앞선 2경기에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기에, 우승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었다. 상대가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4-4-2 포메이션과 일본이 두려워하는 공격 조합 김신욱과 이근호를 내세운 한국은 경기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내 동점골을 터뜨렸고 전반에만 2골을 더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벤치를 지키던 염기훈이 후반 22분 피치로 들어섰다. 1분 뒤 바로 기회가 왔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얻어낸 프리킥의 키커로 나섰다. 염기훈의 왼발을 떠난 공은 상대 수비벽을 절묘하게 피해 골망을 흔들었다.

노장의 건재함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 논란 속 노련한 플레이로 존재감을 알린 염기훈이지만 유럽파가 쏙 빠진 상황에서 나선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주전으로 기회를 얻자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다시 염기훈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쐈다.

결국 2차전에서 벤치를 지켰지만 스리백 시스템을 사용했기에 활동량과 수비력에서 앞서는 김민우의 기용이 합당해보였지만 이날 측면 미드필더 자리마저 김민우에게 내주며 아쉬움은 커졌다. 그러나 결국 기회를 잡았고 이를 보란 듯이 살려냈다.

그 이후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일본 골문 뒤쪽으로 달려간 그는 일본 관중석을 바라보며 천천히 조깅을 했다. 무심한 듯한 표정까지 7년 전 박지성과 똑같았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일순간 정적에 빠졌지만 한국 축구팬들은 누구보다 열광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7년 전 선배 박지성의 곁에 있던 염기훈이 누구보다 당당한 맏형으로서 위엄을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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