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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자부심 하나로 시련에 맞서는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의 열정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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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자부심 하나로 시련에 맞서는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의 열정 도전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06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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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신체장애인야구팀, 한은회 특별상 수상…열악한 환경에 관심과 지원이 절실

[스포츠Q 박현우 기자] 농아인을 가르치는 충주성심학교에 2002년 야구부가 설립됐다. 이들의 활약은 영화 '글러브'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농아인 야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농아인 야구가 활성되는 것은 장애인체육 활성화와 연결돼 기쁜 일이지만 아직 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장애인야구도 있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5일 서울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존재를 야구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또 이 자리에서 한국의학연구소로부터 뜻깊은 후원을 약속받아 부족한 환경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게 됐다.

이들은 국내에 유일한 신체 장애인야구팀이다. 농아인이나 지체장애인과 달리 신체절단, 부자유 등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때문에 이들이 야구를 한다는데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을 대표해 지난달 1, 2일 일본 효고현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 참가했던 당당한 국가대표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이 5일 서울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2014년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의 날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한국의학연구소로부터 후원을 약속받고 있다.

◆ 사회인야구에도 밀리지 않아, 일본 무대도 노린다

이들의 실력은 비장애인 사회인야구에도 밀리지 않는다. 서규열(47) 감독은 "올해 전국사회인야구대회 준우승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평소에도 사회인야구팀에 밀리지 않는다"며 실력을 과시했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지난 5월 열린 제4회 AJ렌터카배 전국직장인야구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주최측 배려로 출전한 대회였지만 64강전에서 22-5 대승을 거둔데 이어 32강전에서는 지난해 우승팀이자 올해 준우승팀인 펄스캠 생활과학과 접전을 벌였다. 4-7로 지긴 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서 감독은 "내년에는 예외적인 출전이 아닌 정식출전을 노린다"며 사회인야구팀들과 정정당당히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신체장애인야구가 활성화된 일본을 노렸다. 일본은 신체장애인야구연맹이 있으며 산하 팀만 33개에 이른다.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도 세계연맹이 아닌 일본이 개최할 정도다.

일본의 신체장애인야구대회 중 매년 10월 개최되는 재팬컵에 참가한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준우승을 거뒀다.

서 감독은 "결승에서 상대한 고베 코스모스는 대회 7연패의 강팀으로 9명의 국가대표를 보유하고 있다"며 "고베 코스모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우리 실력을 확실히 인정받게 될 것이다. 해마다 참가해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 서규열 감독은 "사회인야구에서 통해서 국제무대에서도 잘할 줄 알았다.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였다"며 다른 나라와의 실력차를 인정했다. [사진=코리아장애인야구단 제공]

◆ "아직은 우물안 개구리", 세계대회에서 느낀 큰 격차

일본팀들만 상대한 재팬컵과는 달리 세계대회는 달랐다. 올해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와 미국이 참가했다.

4년 전 2회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 대해 "중증 장애인 위주로 출전해 성적이 너무 저조했다"고 밝힌 서 감독은 "3회 대회는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자 경증 장애인 위주로 팀을 조직해 3년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년의 준비에도 한국은 4연패로 힘도 쓰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이미 기본부터가 달랐다. 팀의 에이스이기도 한 서 감독은 "47세인 내가 시속 110km를 겨우 던지는데 상대는 선수 출신도 많다. 이들은 시속 130km를 던진다"며 선천적인 실력차가 있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서 감독은 "벌떼야구로 승리를 노리겠다"고 전략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상대팀들은 이틀 동안 열린 4경기에서 모두 에이스를 투입,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의 벌떼야구는 빛을 잃었다.

대회를 치르고 난 뒤인 시상식에서 서 감독은 "사회인야구팀을 상대로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도 잘 할줄 알았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격차를 인정했다.

특히 우승팀인 미국이 강했다. 서 감독은 미국에 대해 "마이너리그 출신 상이용사가 다리에 스프링의족을 끼고 시속 145km를 던졌다. 시속 100km대 공을 상대했던 우리는 도저히 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일한 영봉패를 미국에게만 당한 것(0-6)과 다른 팀도 미국에게 비슷하거나 더 크게 진 것(일본 0-5, 대만 0-15)으로 위안삼았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이 한은회 특별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선수들의 고령화와 절실히 필요한 지원

국제무대 패배에는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도 기인했다. 현재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의 평균연령은 마흔이 넘는다. 에이스를 맡고있는 서 감독이 47세일 정도다.

서 감독 자신도 "다음 대회가 열리는 4년 후는 나도 쉰이 넘는다"며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3년 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선수를 모집했다. 그러나 "10명이 들어오면 5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나간다"며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래도 그는 "다음 대회에는 선수 출신 장애인을 더 모아 더 나은 성적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나마 인적자원은 주변 지원과 환경에 비하면 희망이 보이는 편이다. 이번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서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유니폼 한 벌로 4경기를 치러야했다. 서 감독은 "우리는 슬라이딩해서 더러워진 유니폼을 다음날 또 입었는데 상대는 깨끗한 옷으로 경기에 나섰다"며 지원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부족한 것은 물적지원 뿐만이 아니다.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현재 송파리틀야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수 전원이 성인이고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성인야구장인 만큼 리틀야구장이 아닌 큰 야구장에서 훈련이 필요하다.

서 감독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구의구장 신청을 해봤더니 '사회인야구팀에게도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이것이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인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송파리틀야구장도 송파구장애인체육회의 지원으로 2시간 13만원의 사용료를 6만5000원만 내며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도 매년 계약을 갱신해나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비용을 모두 자비로 내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현재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서울특별시 장애인체육회 산하 팀으로서 매년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번 일본에 가면 1인당 5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록 다들 직장이 있기는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 부담이 간다.

서 감독은 "후원을 받아 본인 부담이 20, 30만원으로만 줄어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며 스폰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름 국가대표인데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 한은회 시상식을 계기로 야구계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코리아장애인야구단은 국제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나선 '국가대표'다. [사진=코리아장애인야구단 제공]

◆ "홍보의 무대 필요해...실력으로 스폰서 유치하겠다"

물론 이들도 무조건적 지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재팬컵 우승과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 승리를 바라는 것도 스폰서 유치를 위해서다. 서 감독도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에서 4연패하니 실력도 없고 감동도 없어 홍보가 되지 않는다"며 "재팬컵에서 강팀을 꺾고 우승하면 충분히 실력 증명이 된다. 그때 다시 스폰서 유치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홍보 무대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서 감독은 "유일한 신체장애인 야구팀이지만 2008년 이후 언론 노출은 단 4번에 불과했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며 꾸준한 성원을 부탁했다.

또 "연예인야구팀과의 경기 등 이벤트성 경기나 대회를 치른다면 팀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무대의 방안 등을 설명했다.

서 감독은 "지금 팀에 있는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야구의 또다른 국가대표가 희망의 도전이 힘차게 이어갈 수 있도록 야구계와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한은회의 특별상이 특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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