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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CC 망중립성 폐지 충격파...통신·IT 공룡 '得' 소비자는 '失', 인터넷기업협회 "스타트업 의지· 4차산업혁명 근간 훼손, 인터넷 생태계 전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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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CC 망중립성 폐지 충격파...통신·IT 공룡 '得' 소비자는 '失', 인터넷기업협회 "스타트업 의지· 4차산업혁명 근간 훼손, 인터넷 생태계 전반 위협"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7.12.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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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우리는 개방과 폐쇄, 어떤 종류의 인터넷을 원할까?

그동안 온라인 라이프를 통제하고자하는 웹 자이언트와 플랫폼의 세력과, 인터넷 환경을 오픈하기를 원하는 세력 간의 줄다리는 후자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했다. 세계적으로 ‘망 중립성’의 원칙이 힘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는 통신망 제공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일종의 ‘공공성’을 강조한 원칙이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동일한 조건으로 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이같은 원칙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찬성 3, 반대 2로 망 중립성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내 다수 인터넷 기업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FCC가 이날 의결한 망중립성 폐지안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 '타이틀 2(공공서비스)’에서 '타이틀 1(정보서비스)'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AT&T,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의 인터넷서비스 제공 사업자(ISP)들은 특정 웹사이트나 앱의 트래픽 속도에 우선 순위를 두거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은 일반인에게는 열린 소통의 공간이자 누구나 이용가능한 공공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이같은 인식의 확장과 활동영역에는 ‘망 중립성’의 원칙이라는 묵시적 합의가 큰 작용을 했다.

그런데 이같은 인터넷 공간에 대한 ‘열린 인식’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리는 조치가 미국에서 나와 IT와 통신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 등 망중립성 반대론자들은 ISP들이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야 투자가 확대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망중립성 정책이 폐지되면 대형 업체들만 이익을 보고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망 중립성’은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망 제공사업자로서는 눈엣가시같은 원칙이었다. 망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임의로 차단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망 중립성‘을 기반으로 한 소극적인 ‘트래픽 제한’은 포털사이트나 인터넷에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자에게는 활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였다.

기존의 망 중립성 정책은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전기·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해 네트워크 사업자가 데이터의 양이나 내용에 따라 속도·이용료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망중립성의 폐지로 이익을 얻는 측은 누구일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예상은 그 해답을 제공한다. 이 매체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망 중립성 정책 폐지가 임박하면서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기업들은 환호하고 있다"며 "이 업체들은 망 중립성 폐지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망중립성 원칙을 지지해 온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대형 인터넷 기업조차도 이번 정책 폐기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망중립성 원칙을 지지해온 대형 인터넷 기업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은 어디에 기인할까? 향후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유튜브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에게 차별적 요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형 인터넷 업체들은 요금을 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망중립성 정책이 폐지되면,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항목을 제한할 수 있다. 대형 웹사이트들 역시 소비자에게 새로운 요금을 부과할 명목이 생긴다.

결국 피해는 소규모 인터넷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대형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FCC가 통과시킨 망중립성 폐기안은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된 지 60일이 지나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망중립성 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감안할 때 쉽게 폐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폐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망중립성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 이 의원들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 의회 통과를 시도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도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부터 ‘망중립성 폐기’ 정책의 파고가 전해지자, 국내 인터넷기업들도 싱숭생숭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FCC의 망 중립성 폐지 결정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인터넷기업협회는 17일 발표한 의견서에서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는 자칫하면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FCC의 망 중립성 원칙 폐기 결정은 그간 인터넷 기업들이 이뤄온 혁신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의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넷기업협회는 "망 중립성 원칙은 한국 인터넷 기업이 성장하는 기반이 됐으며 향후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타트업 탄생과 성장을 이끌 기반이 돼야 한다"며 "차세대 인터넷 산업 육성과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망중립성은 더욱 공고하게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어 "거대 글로벌 인터넷기업을 보유한 미국과 달리 우리 인터넷 산업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조차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라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인터넷 생태계 유지를 위한 법, 제도, 정책 논의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망 중립성에 대한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은 어떨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기 방통위 비전으로 '국민이 중심 되는 방송통신'을 제시하며 '4대 목표 및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미국 FCC의 망 중립성 폐기 문제와 관련, "망중립성 문제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완화할 것 같다. 이미 그런 조치가 내려진 걸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트래픽을 별로 유발하지 않는 업체까지도 일일이 요금을 받는 것은 ICT 산업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완전한 의미의 망중립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래픽 많이 유발하는 업체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망중립성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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