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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위에서 빛고을 승격 꿈 이룬 '대행과 비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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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위에서 빛고을 승격 꿈 이룬 '대행과 비주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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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비주류의 반란', 코칭스태프 교체·주력 선수 대거 이적, 세 시즌만에 1부 복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광주FC가 드디어 일을 냈다. 2012년 처음으로 성적에 의해 강등된 첫 팀이 된 광주가 2013년과 2014년 K리그 챌린지에서 고난의 아픔을 겪고 드디어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하게 됐다.

남기일 감독대행이 이끄는 광주는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후반 25분 송수영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기운이 찾아왔지만 불과 4분 뒤 여름의 크로스에 이은 김호남의 천금과 같은 헤딩골로 1-1로 비겼다.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1 완승을 거뒀던 광주는 1승 1무의 전적으로 승격에 성공, 2015년을 K리그 클래식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 광주FC 김호남(오른쪽에서 세번째)이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의 승격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K리그 챌린지에서 4위에 올라 턱걸이로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광주의 위치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불리했다. 무승부가 될 경우 순위가 앞선 팀이 상위 플레이오프에 나간다는 규정 때문에 광주는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는 모두 상위팀 구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모두 원정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이런 절박함은 광주의 투혼을 불러일으켰다. 남기일 감독대행은 3위 강원FC와 경기에서 "잘 지키고 승리에 필요한 한 골만 넣으면 된다"고 독려했고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2위 안산 경찰청과 경기는 "안산과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졌는데 또 질 수 없지 않느냐"고 얘기했고 이는 3-0 완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경남까지 제치며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 우승후보로 꼽혔던 광주의 몰락, 제로부터 시작하다

상주 상무가 2012년 후반기 보이콧으로 후반기 모든 경기가 패배로 기록되면서 강등됐다. 광주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고 강등된 첫 희생팀이었다. 창단 감독이었던 최만희 전 감독이 사퇴하고 여범규감독이 새로 부임하긴 했지만 그래도 K리그에서 내려온 팀이었기 때문에 광주는 2013년 K리그 챌린지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광주는 내홍을 겪었다. 최만희 감독이 사퇴하면서 박병모 단장의 운영 행태를 질타했고 결국 박 단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K리그 챌린지 강등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이승기는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스트라이커 김동섭은 성남FC, 광주의 K리그 데뷔골을 넣었던 박기동은 전남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골키퍼 박호진 역시 강원으로 갔다.

▲ 광주FC 선수들이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루시오와 김은선, 김호남을 앞세워 2013 시즌을 치르긴 했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여범규 감독마저 시즌 중반 선수단과 갈등으로 사퇴하면서 남기일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사실상 광주의 조직력은 와해됐다.

2013 K리그 챌린지를 3위로 마무리한 광주는 시즌이 끝난 뒤 김은선이 수원 삼성으로 가는 등 적지 않은 유망주들이 짐을 쌌다. 박희성은 성남, 김수범은 제주, 유종현은 충주 험멜로 뿔뿔이 흩어졌다.

K리그 챌린지에서 한 시즌을 보낸 광주는 재정상태가 크게 열악해졌다. 창단 첫 해였던 2011년에 평균 7829명의 관중으로 나름 흥행에 성공했던 광주는 성적 부진으로 인한 흥행 실패로 평균 관중이 2000명대로 뚝 떨어졌다. 당연히 스폰서를 떨어져나갔다.

광주는 현재 유니폼 스폰서가 없다. 2014년을 제로에서 시작했다.

◆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을 일깨운 남기일 감독대행 지도력

올 시즌 K리그 챌린지도 출발이 좋지 못했다. 대구와 원정 개막전에서 1-2로 지는 것으로 시작했다. 초반 10경기에서 3승 2무 5패에 그쳤다. 대구와 대전은 물론 고양HiFC와 강원에 모두 졌다. 10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6경기에서 4무 2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3승 6무 6패, 승점 15에 그치면서 10개팀 가운데 9위까지 밀렸다.

그러나 남기일 감독대행은 뚝심이 있었다. 처음 정한 자신의 길이 옳다고 생각되면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다. 남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패배의식에서 빠져나오게끔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전술을 선수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 삐그덕거렸지만 몸에 배면 성적이 날 것으로 생각하고 밀고 나갔다.

▲ 광주FC 남기일 감독대행이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광주 역시 남 감독대행을 끝까지 믿었다. 재정이 바닥이 난 광주로서는 남 감독대행을 믿고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했지만 신뢰를 보냈다.

16라운드부터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승리가 많아졌다. 19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는 3승 3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15라운드까지 승점 15에 그쳤던 광주는 16라운드부터 36라운드까지 21경기에서 10승 6무 5패로 승점 36을 챙겼다. 순위도 단박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까지 나갈 수 있었다.

광주의 승강 플레이오프, 특히 경남과 2차전은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주포인 디에고와 임선영이 부상을 당하며 교체 카드 3장 가운데 2장을 전반 45분 내에 모두 써버렸다. 그것도 전술 변화가 아닌 부상 선수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주는 이런 악조건도 이겨내고 승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 김호남·여름, 새로운 스타들의 대도약

잿더미와 같았던 광주가 K리그 챌린지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경남까지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스타들의 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팀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거나 후보였던 비주류들이다.

골키퍼 제종현은 지난 시즌 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시즌 24경기에서 광주의 골문을 지켰다. 24경기에서 17실점으로 0점대 실점율을 기록하며 K리그 대상 챌린지 골키퍼 부문 후보로 올랐다.

▲ 광주FC 선수들이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쁨의 골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광주FC 제공]

전남과 울산 현대에서 활약했지만 역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왼쪽 풀백 이완 역시 광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왼쪽 수비를 든든히 지켜줌과 동시에 19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우선 지명으로 광주에 입단한 임선영 역시 미드필드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광주대를 졸업하고 2012년 번외 지명으로 광주에 입단한 여름도 광주의 주축이다. 번외 지명이었을 정도로 주목을 잡지 못했지만 2013년 29경기, 올 시즌 27경기 출전으로 광주의 주전으로 우뚝 섰다. 여름은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호남의 동점 헤딩골을 어시스트하며 승격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광주의 스타라면 역시 김호남이다. 2010년 사간 도스를 거쳐 2011년 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광주에 입단한 김호남은 2011년과 2012년, 두 시즌 동안 출전경기가 3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뒤 주전을 꿰찼고 주득점원이 됐다. 지난해와 올 시즌, 두 시즌 연속 7골을 넣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극적인 순간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호남의 아들'임을 증명했다.

무엇보다도 광주가 승격을 하고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간절함이라는 동기 부여였다. 남기일 감독대행 역시 바로 이를 잘 활용했다. K리그 챌린지 후반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경기력은 사기 상승으로 이어졌고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3승 1무를 거두는 결과로 이어졌다.

잿더미에서 승격이라는 꽃을 피운 광주가 내년 K리그 클래식에서 어떤 '모습으로 빛고을 축구의 위용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

▲ 광주FC 선수들이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을 1-1로 비기고 승격에 성공한 뒤 관중석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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