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프랜차이즈 민병헌-김현수 유출, 두산베어스가 살아가는 법 [SQ포커스]
상태바
프랜차이즈 민병헌-김현수 유출, 두산베어스가 살아가는 법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2.20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현수(29·LG)와 민병헌(30·롯데). 그리고 이종욱(37)-손시헌(37·이상 NC)-최준석(34·FA). 더 멀리가면 박명환과 정수근(이상 은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두산 베어스를 떠나간 프랜차이즈 스타들이다. 두산 베어스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스토브리그에 가장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는 팀 중 하나다. 아니, 조용한 것만은 아니다. 핵심선수들을 내보낼 때마다 팀 팬들로 거센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민병헌과 김현수, 그리고 리그 최고수준 타자로 성장한 박건우와 김재환까지. 두산 팬들은 잠시나마 넷의 공존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는 처참히 깨져버렸다. 민병헌과 김현수 모두 놓쳤다.

 

▲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현수(왼쪽)와 민병헌이 올 겨울 각각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두산은 외야의 구멍을 메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프랜차이즈 스타 안 잡는 두산, 타격은 없었다

어쩌면 놓쳤다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을 수 있다. 놓아줬다는 표현이 더 사실과 맞아 떨어지는 표현일 것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에 올 시즌은 끝이 다소 아쉬웠다. 초반 부진을 딛고 선두 KIA 타이거즈와 격차를 좁혔고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3연패에 실패했다.

시즌 종료 후 3명의 외국인 선수들과 재계약이 모두 결렬됐다. 특히 7시즌간 두산에서 뛰며 오랜 숙원 사업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2차례나 이끈 더스틴 니퍼트(36)와 이별은 팬들에겐 충격적이었다.

민병헌, 김현수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예견된 것이었을 수 있다. 물론 두산이 이들과 협상을 벌이지 않았을 리는 없다. 다만 그 적극성에서 LG와 롯데에 뒤졌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둘 모두 누구보다 두산에 깊은 애정을 보인 선수들이었지만 결국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잘 인정해주는 구단을 택해 떠났다.

정수근과 박명환은 각각 롯데에서 사고로, LG에서 부상으로 고개를 떨궜다. 두산의 선택은 결과론적으로 옳았다고 평가받았다. 최근 10년간은 더 했다. 두산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 됐다. 탄탄한 선수층이 가장 큰 힘이었다.

 

 

특히 팀을 이끌어가는 핵심선수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 같이 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전향한 홍성흔은 타격 2위를 차지하고도 롯데로 떠났고 ‘종박(이종욱의 별명) 베어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팀에 큰 영향력을 미쳤던 이종욱, 탄탄한 팀 내야 수비의 핵심 손시헌도 사랑했던 두산을 떠나야 했다. 최준석도 마찬가지로 팀을 떠났다.

‘무리해서 FA 선수를 잡지 않는다’는 게 겨울을 보내는 두산의 일관된 기조였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만큼 대체 자원 발굴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정수근, 박명환 사례와 달리 이적한 선수들은 모두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홍성흔은 타격 2위만 2차례를 차지하며 롯데 소속으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4차례나 수상했고 이종욱과 손시헌은 신생팀 NC의 기둥으로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놨다. 최준석도 롯데에서 보낸 4시즌 동안 87홈런 351타점으로 중심타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두산에 후회는 없었다. 내부 전력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웠다. 이종욱의 자리는 민병헌, 박건우, 정수빈 등이 채웠다. 이들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외야수로 성장했다. 손시헌이 떠난 뒤 주전 유격수로 떠오른 김재호는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국가대표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최준석의 무게감은 오재일과 김재환 등이 메웠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이들을 모두 잔류시킨 것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홍성흔의 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2013년 FA로 재영입했을 뿐이다.

 

▲ 정진호(왼쪽)와 조수행은 올 시즌 김재환-박건우-민병헌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내년 시즌 주전 외야수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사진=스포츠Q DB]

◆ 국대외야수 김현수-민병헌 공백, 대체자 후보는 넘친다

민병헌과 김현수를 떠나보내며 팬들의 아쉬움은 커졌지만 두산은 내심 이들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재환, 박건우가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단 한자리의 구멍만 메우면 되는 상황.

내년 가을 경찰야구단에서 돌아오는 정수빈(27)을 차치하더라도 예비 후보가 많다. 정진호(29)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펼치는 정진호는 올 시즌 타율 0.283(224타수 56안타) 5홈런 31타점으로 외야 백업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당장 주전을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경쟁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진호의 무혈입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타율 0.277(47타수 13안타)의 조수행(24)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는 유망주 김인태(23)가 있고 국해성(28)은 거포 기대주로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효율성면으로만 따져보면 김현수와 민병헌에 거금을 쓰지 않아도 될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내년 겨울엔 투수 장원준(왼쪽)과 포수 양의지가 FA 시장에 나온다. 두산의 올 시즌 소극적 행보는 이들을 모두 붙잡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진=스포츠Q DB]

 

◆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시선은 예비FA 양의지-장원준에게로

대신 확실한 곳에 돈을 썼다. 2015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에 4년 총액 8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FA시장 기준으로 최고 수준의 금액이었고 아직까지 FA시장에서 두산이 쓴 최고액으로 남아 있다. 또 2015시즌 후에는 오재원(4년 38억 원)과 지난 시즌 뒤에는 김재호(4년 50억 원)을 붙잡았다.

효과는 확실했다. 장원준의 영입으로 마운드 안정화를 이룬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준우승을 거뒀다. 빈틈없는 내야 수비도 큰 공헌을 했다.

재정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따져야 한다. 두산의 시선은 내년 겨울을 향한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장원준(32)과 양의지(30)가 FA 자격을 얻는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대체자는 구하기 쉽지 않다. 두산은 야수 쪽에서는 화수분이라는 평가를 얻지만 마운드는 이야기가 달랐다. 또 박세혁이라는 든든한 백업 자원이 있지만 강민호(삼성)와 함께 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의 아성에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 시장 가치를 볼 때 첫 FA 자격을 취득하는 양의지는 부상 문제만 없다면 100억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원준은 2번째 FA임에도 지난 3년간 활약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면 대박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의 올 겨울 소극적 행보가 내년 이들을 모두 붙잡기 위함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팬들은 서운하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이 있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나면 팬들도 함께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가 반복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만큼 또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뛰어난 팀 성적이다.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늘 좋은 성적을 거뒀던 두산은 리그 최고의 인기팀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떠난 선수를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 두산이 내년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팬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도 판가름 날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