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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저글러스' 백진희는 '보스 꼬신 여비서?' 매번 등장하는 '직장 내 성희롱'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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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저글러스' 백진희는 '보스 꼬신 여비서?' 매번 등장하는 '직장 내 성희롱' 현실은?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7.12.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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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오늘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 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 백진희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 최다니엘이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저글러스'에서는 거의 매회마다 직장 내 성희롱 발언이 등장한다.

2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극본 조용‧연출 김정현)에서 남치원(최다니엘 분)은 좌윤이(백진희 분)를 위해 봉상무(최대철 분)에게 경고를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저글러스' 백진희 [사진 =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방송 화면 캡처]

 

이날 방송에선 최대철이 백진희를 향해 막말을 내뱉으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대철은 백진희에 "너가 날 좋아하는 것 아니었냐"라며 "너 나한테 여지 많이 흘렸잖아. '보스 꼬신 여비서 꼬리표'를 달고 어디까지 올라오나 내가 지켜볼 거야"라며 최근 백진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앞선 방송분에서 최다니엘은 백진희를 향해 "남자에게 오해를 사게 할 만한 여지를 줬을 수도 있다"고 나무랐고, 이를 마음에 걸려했다. 백진희 대신 최대철에게 위협을 가한 최다니엘은 백진희와 단 둘이 있는 장소에서 진정성을 담아 사과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정의에 비춰볼 때 이날 최대철이 백진희를 향해 사용한 '보스 꼬신 여비서 꼬리표'란 표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성희롱에 속한다. 게다가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상사에게 친절했다는 이유만으로'여지를 남겼다'는 표현을 사용한 두 남성의 태도는 상대 여성의 불쾌감 정도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다.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정도야 사람마다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언어나 행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직장 내 성희롱에 포함된다.

'저글러스'에 등장한 성희롱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앞선 방송에서도 '비서' 백진희를 둘러싼 성희롱 발언은 계속 됐다. 최다니엘이 라이벌 인교진(조전무 역)과 술자리를 하게 된 상황에서 동석한 백진희를 향해 인교진은 "예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좋다"며 막말을 '시전'했다. 

상하관계가 명확한 직장 내 술자리에서 마치 '직업 여성'을 연상시키는 인교진의 발언을 듣고 기분 좋게 넘길 여성은 흔치 않을 것이다. TPO가 달랐다면 같은 말이라도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해당 발언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건넨 말과 뉘앙스가 전혀 달랐다.

매회마다 직장 내 상사에게 시달리며 힘겨운 사회 생활 중인 백진희는 "비서는 서포터이자 업무 파트너지 '도우미 아가씨'가 아니다"란 말로 업무 관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극 중 등장하는 남성 상사들의 태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아 시청자들의 마음 한 구석을 자극했다.

최근 서울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 따르면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올해 10월 1076건으로 2013년 207건에 비해 5년만에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이를 단순히 성희롱 사건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만 풀이하긴 어렵다. 오히려 이는 남녀의 시각차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속 장면처럼 성희롱에 대한 여성의 인식이 점차 민감하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 직장인들의 인식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성희롱 사건 발생 건수에 한몫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최근 성별에 따라 배타적인 태도가 사회적인 문제로 드러나면서 '남혐' 혹은 '여혐'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주어진 신체구조로 발생된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 차별을 넘어 서로 간의 혐오로 번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남녀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별을 넘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수반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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