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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 감독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요, 많이 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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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 감독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요, 많이 안정됐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8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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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자선축구대회 개최 고민했지만 월드컵 성적과 별개 사항"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제 마음은 이제 잔잔한 호수와 같습니다. 대표팀 감독 1년 동안 하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홍명보(45)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52일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지난 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 성적과 함께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 중 부동산 구입 파문 등 홍역을 겪고 자진 사퇴한 뒤 석달만에 다시 공식석상에 섰다.

홍 전 감독은 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3회 홍명보 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과 함께 오는 1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지는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4'를 위한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3개월 동안 전혀 대중들이나 매체들 앞에 나서지 않던 홍 감독은 더이상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홍명보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4' 미디어데이에서 환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명보 이사장은 "정말 오랫만에 뵙는다. 추운 날씨에도 찾아와줘 감사하다"며 "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다사다난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자선경기는 우리 축구가 1년 동안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사회 기부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기회"라며 "처음에는 내 이름을 걸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굳이 내가 없어도 축구계가 하는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이사장은 "지난 8월 장애인 축구팀이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자리는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뛸 계획이다. 풋살 경기 3쿼터에 장애인 국가대표가 출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팬들 만족시켜주지 못해 죄송, 그래도 내 능력으로 최선 다해"

이날 행사는 자선축구 미디어데이였지만 그래도 관심은 홍 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렸다.

홍 이사장은 지난 여름 월드컵 결과에 대해 "많은 성원을 해주셨지만 결과를 만족시켜드리지 못했다. 축구팬들의 성원에 답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나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능력에서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이사장은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잔잔한 호수가와 같다. 별도 보이고 달도 보인다. 대표팀 감독 1년을 하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라며 "선수와 지도자로서 대표팀을 24년 동안 있었다. 때문에 사실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에서 벗어나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이사장은 "지금은 대표팀 후배들과 신임 감독이 운영하는 대표팀이 잘 되고 있다. 이제 여기에서 벗어나도 나중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며 "행정가와 감독 둘 중 어느 것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이 얼만큼 능력이 되는지 그 역할이 맞는지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홍명보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4' 미디어데이 행사장에 착석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에 대해 홍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내게 직접 줬다기보다 한국 축구가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나를 필요로 하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부담없이 했으면"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 여름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만 안은채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자선축구 행사를 여는 것에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홍 이사장 역시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홍 이사장은 "자선행사를 해야하는지를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일은 내가 대표팀 감독을 하기 전부터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라며 "모든 상황을 봤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주위에서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또 홍 이사장은 "자선행사를 하고 난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잡힌 것이 없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에 대해 정확하게 결정한 것이 없다"며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이나 부담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선축구 경기에는 '예능감'에서는 둘째 가면 서러워할 안정환(38) MBC 해설위원과 전남 골키퍼 김병지(44)가 각각 사랑팀과 희망팀의 감독으로 나선다. 그동안 자선축 경기는 홍명보 이사장이 감독으로 나섰지만 이번은 후배들에게 맡겼다.

이에 대해 홍 이사장은 "비시즌에 참가해주는 후배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누구에 의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축구가 국민들과 사회에 환원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관중들에게 재미있게 축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연말 축제로 만들고 싶다. 자선경기가 자질있는 선수들이 감독으로 나설 수 있는 경험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진규(왼쪽부터), 지소연, 안정환 MBC 해설위원,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김병지, 김영권이 8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4'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 홍 이사장은 "안정환 해설위원이 브라질 현장에서 나름 해설을 잘했다고 들었는데 막상 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감독을 하고 나면 우리나라 최고의 해설위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남FC의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것에 대해 내부 감사를 거쳐 때에 따라서는 팀을 해체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이 있고 진 팀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 축구가 그만큼 건강한지, 그리고 축구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한지를 반성하게 된다"며 "모든 사람들이 축구를 잘 안다고 했지만 준비가 안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가 함께 반성을 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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