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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어린이들이 던진 희망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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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어린이들이 던진 희망과 사랑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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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서 몸 불편한 친구 손잡고 달린 제일초교 학생들, '감동시구'로 카스포인트 어워즈 시구상 수상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우리는 그저 평소처럼 했던 행동했을 뿐이에요. 그 상황이 다시 와도 그렇게 행동했을 거예요.”

한 장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각박한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용인 제일초등학교 김기국,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군 등 5명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4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감동을 주는 사연과 시구로 시구상을 수상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이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4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카스포인트 어워즈 시구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올 가을 교내 운동회 달리기 경기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사연을 알고 보니 김기국 군이 몸이 불편해 늘 꼴찌를 했었고 친구를 위해 나머지 네 학생이 같이 달리기로 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됐다.

아이들의 사연을 접한 NC 다이노스는 구단의 올해 캐치프라이즈인 ‘동반질주’와 일맥상통 하는 것을 계기로 이들을 준플레이오프 2차전 시구자로 선정했다. 당시 감동적인 시구를 보여준 아이들은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그때 시구를 멋지게 재현했다.

◆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하나가 된 다섯 아이들

‘손잡고 달리기’를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은 다섯 어린이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이재홍 군은 “선생님께서 운동회 시작하기 전에 교무실로 잠깐 오라고 하셨다. 그저 무언가를 시키는 줄 알고 갔는데, ‘기국이가 신체적으로 작고 불편해서 그동안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만 했다.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니 기국이를 배려해서 같이 뛰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학생들도 동의했다.

달리기를 할 때 까지도 김기국 군은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 처음으로 옆에서 같이 뛰어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었다.

김 군은 “정말 깜짝 놀랐다”며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하는 마지막 달리기인데 막상 뛰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더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촬영한 지도 몰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지도 몰랐다. 당황스럽고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기국 군의 친구들은 평소에도 김 군을 잘 챙겨줬다. 등교할 때 책가방을 같이 들어주거나 쉬는 시간에 모여 같이 장난도 치는 등 여느 친구들과 다를 것 없이 사이좋게 지내왔다.

김 군과 손잡고 달리기를 한 것에 대해 오승찬 군은 “친구와 친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에 의미가 있었다. 우리의 친밀함을 그날 찾아온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윤섭 군은 “그냥 우리는 평소대로 한 것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전혀 대단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김기국 군(가운데) 등 제일 초등학교 학생 5명이 10월 2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NC전을 앞두고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페이스북 캡처]

◆ 다섯이 하나 돼 던진 시구, 희망 전한 매개체 되다

다섯 어린이의 사연이 알려지자 NC가 용인에 사는 이들을 멀리 마산까지 초대해 시구자로 초청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10월 20일. 아이들은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시구를 맡았다. 이미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시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던 김기국 군이 가운데서 힘차게 공을 던졌고 나머지 네 명은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며 시구에 동참했다.

오승찬 군은 “경기를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시구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며 “나중에 2차전이 다시 열렸을 때 우리의 시구 장면이 전광판을 통해 나왔다.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아이들 입장에서 작은 행동이었지만 어른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얼마든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시구상을 직접 시상한 박병호(넥센)는 “어린이들이 이 사회에 큰 감동을 줬다. 이런 우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고 잘 자라줘서 다음에 야구장에서 또 봤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제 3개월만 지나면 중학생이 되는데 다섯 명 중 이재홍 군만 분당에 있는 중학교로 배정됐고 나머지 학생들은 용인에 남는다. 하지만 우정에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게 김기국 군의 생각이다.

김 군은 “자주 전화로 SNS로 안부를 주고받을 것”이라며 영원한 우정을 다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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