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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4전5기', 17년만에 정규리그 첫 우승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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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4전5기', 17년만에 정규리그 첫 우승 원동력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09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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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와 높이 보강...모비스서 김시래 데려오고 신인 김종규 뽑아 전력 강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창원의 송골매가 드디어 날아올랐다. 그리고 창원실내체육관 천장에서는 '17년을 한결같은 팬들의 사랑이 우승을 만들었다'는 우승 자축 플래카드가 내려왔다.

조연이었던 창원 LG가 드디어 주연이 되는 순간이었다.

1997~1998 시즌 이후 정규리그 2위만 네차례 차지했던 LG가 창단 17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플래카드의 문구처럼 '17년을 한결같이' 성원해준 팬들 앞에서 '4전5기' 끝에 거둔 첫 정규리그 우승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 창원 LG 김진 감독과 선수들이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KT와 KB국민카드 2013~2014 프로농구 경기에서 승리,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BL 제공]

LG는 지난 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중요한 맞대결에서 80-67로 이기고 공방률에서 앞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바로 이틀 뒤 정규리그 최종전.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KT와 홈경기에서 95-85로 이김으로써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LG 경기는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이 얼마나 큰 보탬이 됐는지 보여주는 '종합판'이었다.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은 26득점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신인 김종규도 덩크슛 4개를 꽂아넣으며 18득점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여기에 문태종도 3점슛 3개를 포함, 19득점을 올려줬고 김시래도 15득점과 6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로 펄펄 날았다.

사실 LG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비스와 서울 SK의 '2강 구도'를 위협할 정도의 전력으로 예상됐다. 김종규를 데려와 높이를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적지 않은 문태종의 활약 여부를 알 수 없었고 김시래 역시 기량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였기 때문에 과소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약점으로 지목받았던 포지션에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전력을 강화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주효했다.

▲ 창원 LG 김종규가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KT와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LG는 이날 승리로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사진=KBL 제공]

'득점 기계' 문태영을 혼혈귀화 선수로 데려오고도 그동안 정상권에 근접하지 못했던 것은 이렇다할 가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2011~2012 시즌까지만 해도 LG는 김현중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기복이 심했다. 2011~2012 시즌 당시 문태영과 애론 헤인즈 '쌍포'를 갖고 있으면서도 김현중의 기복이 심하다보니 LG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결국 김진 감독은 김현중을 KT에 보냄으로써 미련을 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모비스에서 김시래를 데려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모비스에 로드 벤슨을 내줄 때만 하더라도 'LG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즌을 포기했다'는 의심을 샀으나 나중에 김시래를 데려오는 조건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문가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로 김시래는 주전 가드로 LG의 고민을 하나 해결해줬다. 김시래는 경기당 평균 30분 가까이 뛰며 LG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직까지 세기가 모자란 부분이 없지 않지만 프로 2년차로서 LG의 가드 부재를 해결한 것은 의심할바 없다.

여기에 김종규 영입은 '용의 눈'을 그려넣은 것과 같았다.

▲ 창단 17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창원 LG 선수들이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시상식을 마친 뒤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김시래와 함께 인천 전자랜드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문태종을 6억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데려와 문태영의 공백을 메웠다. 데이본 제퍼슨과 크리스 메시라는 '똘똘한' 외국인 선수까지 데려왔다.

그러나 단 하나가 비었다. 바로 토종 빅맨의 부재였다. 그런 점에서 경희대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김종규에게 관심이 쏠렸다. 결국 김진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잡았고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게 김종규에게 LG의 붉은 유니폼을 입혔다.

김종규 역시 경기 평균 시간이 30분 가까이 될 정도로 LG의 주축이 됐다. 지난 시즌 경기 평균 33.7리바운드로 7위에 그칠 정도로 높이에서 약점을 보였던 LG가 올시즌은 35.7개로 전체 4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평균 10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해준 김종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김종규를 잡은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모습은 두 시즌 전 안양 KGC가 창단 첫 챔피언을 차지했을 때와 비슷하다. 주희정을 내주고 서울 SK로부터 김태술을 받았던 KGC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서 오세근을 잡아 높이까지 보강했다. 기존 양희종과 이정현, 박찬희 등 가드와 주포들이 있었고 외국인 선수까지 위력을 보이며 원주 동부를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그렇기에 LG가 창단 이후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큰 위력을 보일 전망이다. 이미 대구 오리온스(현재 고양 오리온스)를 두차례나 챔피언으로 이끈 김진 감독의 노련한 지도력이 있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정규리그 1위 자리가 걸린 모비스와 맞대결에서, 그것도 원정에서 13점차 완승을 거뒀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 창원 LG 팬들이 KB국민카드 2013~2014 프로농구 경기가 벌어진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사진=KBL 제공]

LG에게 꾸준한 응원을 보내준 창원 팬들도 우승의 원동력이다. 창단 초기 화끈한 공격력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던 LG는 일찌감치 지역밀착 마케팅을 펼치며 창원 팬들을 꾸준히 확보해왔다. 프로축구 경남 FC가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 스포츠를 처음 즐기는 창원 지역 팬들은 자연스럽게 LG 농구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올시즌 KBL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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