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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황금빛 내인생' 서태수(천호진) 상상암, 한국 가족드라마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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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황금빛 내인생' 서태수(천호진) 상상암, 한국 가족드라마의 한계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1.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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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가족드라마의 한계일까? '황금빛 내인생'에서 '무리수'가 등장했다. '상상임신'도 아닌 '상상암'이란다. 서지안(신혜선 분)이라는 좋은 캐릭터까지 만들어낸 소현경 작가는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황금빛 내인생'의 상상암 내막은 이렇다. 서태수(천호진 분)는 가난한 아버지라는 죄책감과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이 공존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 캐릭터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하는 천호진은 자신이 위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홀로 지방으로 내려간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태수(천호진 분)이 상상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진 = KBS 2TV '황금빛 내인생' 방송화면 캡처]

 

서태수의 가족들은 현재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다. 서지안(신혜선 분)은 출생의 비밀로 재벌집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신혜선은 가족을 떠나 홀로 목수 일을 하며 자기 스스로를 마주하고 있다. 서지수(서은수 분)는 재벌집 딸이라는 사실에 '인생역전'을 꿈꾸며 해성그룹 집안에 머무르고 있다.

두 아들 서지태(이태성 분)와 서지호(신현수 분)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이 시대의 '흙수저'인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스스로의 상황을 비교하며 힘겨워한다. 

천호진의 가족은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불행한 가족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인 천호진은 가족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을 할 수 없다. '아버지'라는 이유로 집안 내에서 권력을 가졌던 과거와는 다른 2018년의 단상이다. 그러나 KBS 주말극, 그것도 가족드라마인 '황금빛 내 인생'은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소현경 작가가 생각해낸 묘안은 '상상암'이었다.

 

KBS 주말극 '황금빛 인생'은 가족드라마다. 가족드라마는 가족이 모두 모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 [사진 = KBS 2TV '황금빛 내인생' 포스터]

 

아무리 무능한 아버지를 원망해도 아버지가 '암'이라는 사실에 가족들은 덜컥 놀란다. 그간의 불효를 죄스러워 하기도 한다. 집을 떠났던 딸은 집에 돌아올 빌미가 생겼고, '흙수저'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던 아들들도 아버지의 병환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진짜로 아버지가 암으로 죽으면 '해피엔딩'이 아니다. 결국 작가는 '암'이라는 '떡밥'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한데 모이게 하고 '상상암'이었다는 한차례의 거짓말로 가족의 비극인 아버지의 죽음을 막았다. 해피엔딩을 위한 철저한 '노림수'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신혜선은 주도적이면서 강한 여성이고, 가족의 울타리가 아닌 혼자의 힘으로 자립을 이뤄냈다. 재벌2세 최도경(박시후 분)의 구애도 거절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상이다.

그러나 오히려 신혜선이 독립적이기에 '황금빛 내인생'의 해피엔딩에 방해가 된다. KBS 주말극은 무조건 '가족의 행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신혜선은 홀로 목수 일을 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지만 결국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황금빛 내인생'의 서지안(신혜선 분)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드라마 내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KBS 2TV '황금빛 내인생' 방송화면 캡처]

 

'나 혼자 산다'는 홀로 사는 1인 가족의 일상을 비추며 MBC의 대표 예능이 됐다. 더이상 가족이 할머니 아들 손주로 이뤄진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증거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신혜선이 머무는 셰어하우스는 적은 돈으로 가족 공동체를 꾸리는 최근의 젊은이들의 생존 방식이다.

그러나 작가는 '새로움'과 '옛 정신'을 봉합하지 못했다. 신혜선은 결국 셰어하우스를 떠나 아버지 천호진이 가장으로 있는 집에서 드라마의 엔딩을 맞이해야만 한다.

'상상암'이 단순히 실제 없는 병이어서, 혹은 시청자를 우롱해서 아쉬운 것만은 아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여전히 아버지와 여러명의 자식들이 단독 주택에서 '정상 가족의 행복'만을 이야기하는 KBS 주말극의 한계 때문에 시청자들은 아쉽다. 

'황금빛 내 인생'이 그동안 중장년층 외의 젊은 층에게도 사랑받은 것은 셰어하우스, 홀로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주인공 등 '진보적'소재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상상암'이라는 '꼼수'로 다시 구태로 돌아가려는 '황금빛 내 인생'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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