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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보고있나+인터뷰+영어+큰절+상금'까지... 2018 호주오픈 8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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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보고있나+인터뷰+영어+큰절+상금'까지... 2018 호주오픈 8강 드라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01.23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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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보고 있나.”

‘테니스 왕자’ 정현(22·한국체대)이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물리치고 현지 중계 카메라에 매직으로 적은 글귀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정현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봤다. 이건 ‘초대형 사고’다.
 

한국 테니스 역사가 새로 쓰였다. 정현이 대한민국 테니스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무대가 윔블던,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US오픈과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이벤트인 호주오픈이라 짜릿함을 오롯이 설명할 수 없다.

세계랭킹 58위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메인코트에서 열린 랭킹 14위 조코비치와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3-0(7-6<7-4> 7-5 7-6<7-3>)으로 승리했다.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 2000년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42)의 16강을 넘어섰다. 8강 상대는 랭킹 97위 테니스 샌드그렌(미국).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조코비치를 연달아 물리친 정현이라면 4강 진출도 가능하다.
 

정현은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 당했던 패배를 깔끔하게 설욕했다. 당시 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스코어는 0-3(3-6 2-6 4-6)이었다. 이젠 가공할 앵글 샷, 파워 넘치는 포핸드로 팔꿈치가 다소 불편한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정현은 경기 직후 코트에 엎드려 큰절해 눈길을 끌었다. 가족, 매니저, 스폰서, 팀을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온코트 인터뷰에선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조코비치를 이겼는지 모르겠다. 이길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엄청난 각의 앵글 샷을 조코비치가 아니라 당신이 만들더라’는 말엔 “조코비치는 내 우상이었다. 어릴 때 조코비치의 앵글 샷을 따라하려 노력했다”고 답해 기립한 1만5000여 명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3세트 타이브레이크 3-0에서 3-3이 됐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조코비치보다 젊어 2시간 더 경기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재치까지 발휘하는 여유를 보였다.

정현은 고국 팬들을 위한 한국어 인사도 곁들였다.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 분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직 대회가 안 끝났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계속 성원해 달라”고 당차게 말했다.

퇴장하면서 큰 박수를 받은 정현은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고 적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는 자신을 지도해준 김일순 전 삼성증권 감독을 향한 위로인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2015년 해체됐다.
 

정현은 이날 승리로 상금 44만 호주달러(3억8000만 원)를 확보했다. 4강에 오를 경우 이는 88만 호주달러(7억5600만 원)로 오른다. 랭킹은 개인 최고 기록(44위)을 갈아치울 게 확실하다. 대회 직후 당장 이형택의 한국인 최고 순위 36위를 넘어설 수도 있다.

호주오픈 우승 트로피만 6개를 보유한 조코비치를 정현이 셧아웃으로 누르자 해외반응도 난리가 났다.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스타 탄생, 정현이 자신의 아이돌 조코비치를 눌렀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정현이 조코비치의 샷을 전부 빨아들였다”고 극찬했다.

만일 정현이 샌드그렌까지 꺾는다면 ‘테니스 황제’라 불리는 랭킹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결승 진출을 놓고 붙을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그림이다. 페더러는 랭킹 20위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와 8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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