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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뉴스포츠 '티볼' 미래 전도사들이 외치는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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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뉴스포츠 '티볼' 미래 전도사들이 외치는 플레이볼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1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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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없는 야구?...배움 열정으로 가득찬 '티볼 2급 지도자 연수회' 현장을 가다

[300자 Tip!] 야구와 비슷한 것 같은데 투수는 없다. 하지만 나머지는 비슷하다. 타자가 티(Tee) 위에 있는 공을 치면 1루를 향해 뛰고 수비수들은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누상으로 공을 던진다. 투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수비수의 역할이 중요한 이 운동은 바로 뉴스포츠 티볼(Tee Ball)이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2014년 기준 15만명이 티볼을 즐기고 있다.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인력도 필요한 상황. 과거에는 협회 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지도자를 양성했다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티볼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스포츠Q 글 이세영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공을 던질 때는 다리를 이정도 벌려줘야 합니다. 가슴은 펴고 어깨를 가볍게 돌려주면 됩니다.”

휴일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지원자들의 열의가 남달랐다. 서울 거원초등학교에서 열린 티볼 2급 지도자 연수회에서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를 희망하는 40여명의 지원자들이 티볼을 배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 티볼 미니게임을 하고 있는 지원자들. 한 지원자가 티 위에 있는 공을 때리고 있다.

당초 실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비가 많이 내려 기본 훈련은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여자 야구 국가대표 출신 홍은정 구리 나인빅스 감독의 지도 아래 지원자들은 진지하게 연수를 받았다. 필기와 실기를 합쳐 70점을 넘기면 2급 지도자 자격증이 손에 들어온다.

오전에는 티볼에 대한 시청각 교육이 진행됐고 오후에는 송구와 포구, 타격 등 기본적인 플레이를 익혔다. 다소 어설프기는 했지만 지원자들은 아이들에게 티볼을 잘 가르쳐주기 위해 동작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특히 티볼 강사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구분동작을 익히는 열렬한 지원자들도 있었다.

오후 늦게 비가 그쳐 운동장에서 미니게임을 치렀다. 지원자들은 실전 경기를 뛰며 그동안 배웠던 규칙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3아웃제가 아닌 전원 타격제로 공격을 펼쳤기 때문에 연수에 참가한 모든 인원이 타격을 할 수 있었다.

◆ 안정성 보장,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지원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티볼이 야구와 비슷하기 때문에 남성 지원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이날 연수회에는 여성 지원자들도 15명이나 참가했다.

이는 티볼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성들도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면서 힘들지 않는 운동이 바로 티볼이다.

연수회 현장을 찾은 서상옥 한국티볼협회 부회장(한국뉴스포츠협회 회장)은 “티볼은 다연령과 양성이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다”라며 “안전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뉴스포츠 중 하나다”라고 소개했다.

▲ 티볼 2급 연수회 지원자들이 구분동작으로 나눠 송구 연습을 하고 있다.

티볼의 안정성은 공과 배트의 재질로 설명할 수 있다. 야구공은 딱딱한 코르크로 만들지만 티볼공은 우레탄 재질이라 말랑말랑하다. 배트 역시 플라스틱을 이용해 안전한 편이다.

이것이 초등학교에서 티볼을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 부회장은 “학교 측에서 티볼을 들여올 때 내건 첫 번째 전제조건이 바로 안전이었다”고 말했다.

안정성이 입증되자 뉴스포츠 티볼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2010년 정규 초·중등 체육교과 과정에 도입된 티볼은 현재 초등과정 5학년과 중등과정 2학년 체육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안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티볼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티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

서상옥 부회장은 “초등학생들은 재미있으면서 안전한 것을 찾는다. 조금 안전하지 않아도 재미있으면 우선 건드려본다는 거다”라며 “안전과 재미가 모두 보장되니 아이들이 ‘선생님 다음 시간에 또 해요’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 '티볼 베테랑' 투입해 수업 만족도 높인다

티볼 연수회에 참가한 지원자들은 스포츠 관련 지도를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체육교사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 가운데는 체육을 전공한 인원도 상당수 있다.

때문에 티볼협회에서는 티볼 연수회 지원자를 가르치는 지도 인력들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했다.

이날 지원자들을 지도한 홍은정 감독을 비롯해 정계석 이사, 오수호 국장, 이충원 씨 등은 티볼 전문가들이다.

▲ 홍은정 구리 나인빅스 감독이 지원자들에게 티볼공을 잡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 이사는 국가대표 하키선수 출신으로, 1986년과 1990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후 티볼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에서 유학을 한 그는 현재 티볼협회 총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우승호 국장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티볼협회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충원 씨는 경희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실력자다.

서 부회장은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님이 되기 어렵지 않나. 힘든 과정을 거친 분들이 연수에 참가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대충할 수 있겠나”라며 “훌륭한 역량을 가진 이들을 선발하고 있다. 또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더 효과적이고 획기적인 교육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1급 지도자 연수회에는 프로야구 현장에서 뛰었던 인원들이 투입된다. 김용달 KIA 코치와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 등이 연수 현장에 직접 찾아와 원 포인트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 "티볼 교육법 확실하게 익힌 시간"

이날 티볼을 배운 지원자들 대부분은 티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줄 생각을 하니 기대감이 든다는 것.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담희(23·스포츠강사) 씨는 고양시체육회 소속으로 유소년 축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 티볼을 배움으로써 아이들에게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을 전파할 참이다.

그는 “티볼이라는 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연수를 신청했다”라며 “야구를 잘 몰라서 아직 용어나 규칙을 익히기가 힘들다. 하지만 차츰 해보니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재밌다. 여성들도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타격훈련 중 이담희 씨가 티에 있는 공을 때리려 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경훈 씨는 “학교에 티볼세트가 있는데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연수회에 참석했다”며 “오늘 배우면서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치면 잘 따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아이들에게 티볼을 가르쳐본 적이 있다는 박효균 씨는 “실제로 아이들과 같이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어한다”며 “규칙이 간단하고 쉽다 보니 여자 아이들도 부담 없이 참여하려 하더라”고 말했다.

역시 초등학교 교사인 강동엽 씨는 “야구·소프트볼과 티볼을 비교해보면, 야구나 소프트볼은 기본기가 없으면 하기 힘들고 재미가 없을 수 있는데, 티볼은 굳이 연습을 하지 않아도 쉽게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티볼이란?

티볼은 야구를 변형시킨 스포츠이며, 타자가 공을 티 위에 올려 공을 치고 1·2·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구기종목이다. 정지돼 있는 볼을 타자가 치기 때문에 투수가 필요 없는 것이 야구와 다르다.

대부분 야구와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나 도루나 슬라이딩 등을 금지해 안전성을 높였다. 팀은 10명으로 구성되며 지명타자나 엑스트라 타자를 채택했을 때는 11~15명으로 편성할 수 있다. 수비 포지션에서는 투수가 없는 대신에 중견수가 2명이며 유격수 역시 2명이다.

경기장은 평탄한 지역에 설치하며 페어지역과 파울지역으로 나뉜다. 배팅 티는 홈플레이트 중앙에 둔다. 대체적으로 야구와 대동소이하나 상황에 따라 특별한 규칙을 적용해도 된다. 전원 타격제와 7인 타격제, 3아웃제 등 다양한 규칙이 있다.

[취재후기] 학계에 따르면 어렸을 때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경우 나이가 들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한다. 어릴 때 마음껏 운동장을 누비는 운동을 할수록, 성장하면서 체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즘 학생들의 체격은 커지고 있지만 체력이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안정성과 재미, 그리고 운동량이 모두 보장된 티볼을 한다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티볼이 온 국민이 즐기는 건전한 생활체육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 티볼 2급 연수회 지원자들이 타격 훈련에 앞서 홍은정 구리 나인빅스 감독(왼쪽)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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