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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113명 '청운'을 깨운 레전드 이동국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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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113명 '청운'을 깨운 레전드 이동국의 울림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1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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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신인선수 교육 '선배와 만남' 토크쇼서 신인들과 뜻깊은 소통..."자신에게 투자하라" 조언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프로가 됐다는 것은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서다. 하지만 프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올시즌 소속팀 전북 현대의 K리그 세 번째 우승을 이끈 '라이언 킹' 이동국(35)이 내년 시즌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빌 신인선수들에게 뼈있는 조언을 던졌다.

이동국은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선수 교육에 참석해 토크쇼 ‘선배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오랜 프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현장에는 총 113명의 신인선수들이 참석했다.

▲ 이동국이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선수 교육에 참석, 후배들과 토크쇼를 통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번 교육은 K리그에서 프로선수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신인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교육 프로그램은 K리그 소개(연맹 김진형 팀장), 구단이 원하는 신인선수상 ‘나는 프로다’(전북 손지훈 과장), 부정방지 교육(유도윤 검사), 도핑방지교육(황인미 KADA 전문강사), 경기장에서 선수와 심판의 관계, 미디어 트레이닝(이영철, 강창구 경기·심판위원), 미디어와 관계 확대(박문성 SBS 해설위원), 선배와 만남(이동국) 등 K리그 선수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으로 짜여졌다.

모든 교육이 끝나고 신인선수들에게 대선배인 이동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마련됐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동국은 올시즌까지 379경기에 출장 167골 61도움을 기록 중이다. K리그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그는 골을 넣을 때마다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6번째 시즌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17번째 시즌을 앞둔 이동국은 “16년 전 프로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의 감정으로 루키 시즌을 보냈던 것 같다”고 신인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 프로의 행동, 아마추어와 달라야

이날 이동국이 후배들에게 전한 조언은 프로로서 마음가짐, 자기관리의 중요성, 선배들과 관계, 미디어를 대하는 법 등 다채로웠다.

우선 프로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선수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이동국은 “프로가 됐다는 것은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서다. 하지만 프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투자하지 않으면 옆에서 노력하는 이들보다 뒤처진다는 것.

이어 “프로라면 행동하는 것이 아마추어와 달라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자신이 프로축구 선수라는 타이틀을 항상 가슴에 지녀야 한다”고 충고했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프로 선수가 음주운전이나 기타 범죄를 저지른다면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구단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게 이동국의 생각이다.

선배들과 관계는 예전처럼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원만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요즘 선배가 후배에게 꾸지람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프로에 오면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신인이라고 해서 그라운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디어와 관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동국은 “항상 많은 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되도록이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신인 때 두각 보이려면? 이재성처럼 하라

이동국은 지난 시즌 클럽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쓴 신인 이재성을 칭찬했다.

올시즌 전북에 입단한 이재성은 26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냈다. 숫자로 나와 있는 기록보다 투지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다.

이동국은 “훈련장에서 이재성이 수비할 때 투지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 아마 모두 놀랄 것”이라며 “감독의 주문을 받아 부족했던 수비력을 향상시키다 보니 프로 1년차에 주전 자리를 꿰찼고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재성은 지난 4일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2015 호주 아시안컵 대비 최종훈련 참가 명단 28명에 당당히 포함됐다.

▲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이동국(왼쪽)과 박문성 SBS 해설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선수 교육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베스트골은 '전북 100호골'

대선배의 등장에 긴장한 듯했던 신인선수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한 선수가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한 친구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질문을 던지자 이동국은 “대책 없는 동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그는 “친구에게 ‘너희가 놀 때 나는 더 열심히 했다’는 등 자극이 되는 말을 해줘라”며 “냉정해져야 한다.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다”라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상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최대한 팀 닥터와 피지컬 코치의 힘을 빌려라”며 “경기에 출전하려고 부상 사실을 숨기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조금 공백을 가지더라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했다.

자신의 최고 골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올해 8월 16일 포항 원정에서 넣은 100호골이다”라고 답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포항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데얀(서울), 김현석(울산), 윤상철(안양 LG)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한 팀에서 100골을 터뜨린 선수로 기록됐다.

전북 현대 신인 장윤호는 “오늘 교육을 통해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다”며 “이동국 선배님의 강연이 너무 좋았고, 대선배님이자 최고의 선수여서 무뚝뚝 할 줄 알았는데 말씀도 잘 하시고 재미있었다. 전북에 가서 이동국 선배님의 좋은 점을 많이 배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광주FC 허재녕은 “프로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신 이동국 선배님의 말씀을 가장 귀 기울여 들었다.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을 잘 생각해서 팀에 들어가서 잘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 "아시안컵, 무리 없이 출전하기 힘들다"

신인선수들과 질의응답을 끝으로 토크쇼를 마친 이동국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신인들에 대한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에는 신인들이 입단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시즌 막판 종아리 부상을 당한 이동국은 자신의 현재 몸상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근육은 다 붙었지만 근육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초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몇 주 시간이 더 있다면 여유 있게 재활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무리 없이 출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재활에서 무리를 하면) 내년 한 시즌을 다 그르칠 수 있는 시점”이라고도 해 아시안컵에 나설 확률이 낮다는 점을 시사했다.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전날 K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린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할 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이동국의 이름은 제외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깜짝 발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동국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동국은 슈틸리케 감독의 이 발언에 대해 “K리그에서 잘하면 국가대표 자리가 언제든 열려있다는 뜻 아니겠느냐. 후배들이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아시안컵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한다. 이어 22일 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한 뒤 27일 아시안컵이 열리는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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