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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시대' 베트남, 일본의 질투 섞인 반응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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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시대' 베트남, 일본의 질투 섞인 반응 까닭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1.29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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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금 베트남은 ‘박항서(59) 열풍’이다. 이에 덩달아 한국에서도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찬사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일본 축구 팬들의 입장은 꽤나 다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혈투 끝에 1-2로 아쉽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28일 베트남에 입국해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베트남 포털사이트 24H.COM 캡처]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지만 베트남은 아쉬워하기는커녕 축제 분위기 일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 베트남은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를 통틀어서도 이 대회에서 4강 진출을 한 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이 불과 3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사를 다시 쓴 것이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U-23 대표팀은 28일 베트남 노이바이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별도의 축하 행사가 마련돼 있었지만 공항에서부터 구름떼 같은 환영 인파가 몰렸다. 베트남 공항은 금성홍기(베트남 국기)가 내뿜는 붉은 물결 그 자체였다.

베트남은 공항에 2층이 오픈된 대형 버스를 준비했고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은 이곳에 올라타 퍼레이드를 준비했고 시내로 이동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공식 행사가 열린 미딘 국립경기장으로 몰려들었고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열렬한 환호 속에 축하행사를 마친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은 자리를 옮겨 베트남 총리와 접견했다. 베트남 대표팀은 알려진 대로 베트남 정부로부터 1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박 감독과 이번 대회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폭발해 5호골을 기록한 응우옌 꽝 하이와 승부차기 선방 등 베트남의 수호신으로 등극한 골키퍼 부이 티엔 중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개인자격으로 3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연일 박항서 감독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 베트남과 우즈벡의 결승전 당시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은 이 경기와 관련된 키워드로 가득차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항서 감독의 노고와 베트남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고 외교적으로도 베트남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 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을 환영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 [사진=베트남 포털사이트 24H.COM 캡처]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일본 누리꾼들의 마음은 영 불편하기만 한 모양이다. 베트남의 4강 진출 이후 박항서 감독이 노동훈장을 받게 됐다는 보도가 야후 재팬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자 한 누리꾼은 “솔직히 축하해주고 싶다. 놀라운 결과였다. 동남아 국가도 빠른 속도로 힘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박수를 보내는 한편 “그러나 A대표팀에서는 다른 국가들과 큰 차이가 벌어지는 일이 잦다.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베트남의 과제”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박항서 감독과 한국을 향한 시기어린 시선도 적지 않았다. “훈장?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다”, “베트남 선수들이 잘 했을 뿐”, “감독이 이슈를 받고 있지만 대단할 건 없다. 다른 팀들은 해외파도 안썼고 급조된 팀들”, “베트남 축구엔 팔꿈치 공격도 있나?” 등 박항서 감독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반응들이 나왔다.

또 이를 보도하며 기뻐하는 한국을 향해서는 “한국은 4위”,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선 성공하지만 내부에선 그렇지 못한 이유는 돈이 없거나 연줄이 없기 때문”, “베트남이 한국 같은 나라가 아니라 다행” 등의 댓글들이 뒤따랐다.

이러한 일본 누리꾼들의 부정적 시각의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 U-21 대표팀을 출전시키기는 등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이 이번 성과에 지나치게 떠들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럼에도 8강에서 우즈벡에 0-4 대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겨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무시했던 베트남이 이와 대비되는 성과를 냈고 더구나 그 팀을 숙적인 한국의 감독이 이끌었다는 데 질투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누리꾼들의 이러한 반응은 화가 나기보다는 통쾌함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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