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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이상화, '23인치 금벅지'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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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이상화, '23인치 금벅지'가 아름다운 이유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3.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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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밴쿠버때보다 3cm 늘어...단거리의 불리한 신체조건 극복의 원동력

[300자 Tip!] ‘얼마나 크고 강력하길래? 그런 강력함은 어떻게 키웠을까?’ 소치올림픽 당시 ‘빙속여제’ 이상화의 허벅지가 여자 허리사이즈와 비슷하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상화의 허벅지 크기는 정말 폭발적인 스피드의 원천일까?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역대 대표팀 체력평가 자료를 통해 자세히 살펴봤다. 분석 결과 이상화는 천부적인 재능을 후천적인 노력으로 꽃피워 스피드스케이팅에 최적의 조건을 완성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이상화는 지난달 12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70을 기록,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2연패 달성 후 언론들은 이상화의 허벅지를 주목했다. 이상화 본인은 ‘콤플렉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금벅지’ ‘꿀벅지’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이상화가 4차례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원천에는 ‘허벅지’로 대표되는 하체 근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이상화의 허벅지 사이즈는 23인치(60cm)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남자 허벅지보다 훨씬 굵고 여자 허리사이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상화는 단거리 선수 치고는 작은, 162cm 62kg의 체구를 가졌다. 이같은 체격 조건은 경쟁에서 외국 선수들에 비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체격적인 불리함을 이상화는 철저한 준비와 많은 훈련량으로 극복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개발원)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2002년과 2012년 조사한 체격 및 체력조건 평가 자료는 이상화의 허벅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선수들의 허벅지 근육량을 비교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가 바로 '우측 대퇴위' 기록이다. 2012년 국가대표 체력평가기준개발표를 살펴보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오른쪽 대퇴위 평균값은 57.5cm이다. 최소치가 53.5cm이고 최대치가 61.5cm이다.

조사 당시 이상화 선수가 대표팀의 일원이었다는 점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중 허벅지가 가장 굵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치 61.5cm는 그의 대퇴위 둘레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함께 훈련하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과 비교해도 이상화의 허벅지는 탁월하다. 2012년 조사 기록에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우측 대퇴위 평균치는 60.8cm였다. 최대치가 64.5cm이었고 최소치가 54.0cm이었다. 남자 최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평균치는 훌쩍 뛰어넘는다.

허벅지 굵기와 파워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 종목인 역도와 비교하면 이상화의 허벅지 파워를 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61.5cm라는 수치는 역도 남자 77kg 선수들의 평균 우측 대퇴위 둘레인 61.7cm와 비슷하다. 77kg급 남자 역도 선수들의 최대치는 64.8cm, 최소치는 58.6cm이었다. 여자 역도 선수들의 체급과 비교할 경우에는 63kg급의 평균치(60.3cm)보다 더 굵다. 그만큼 이상화의 허벅지 근육량은 바벨을 드는 역도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허벅지 둘레만으로 이상화 선수의 2연패 비결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체육측정평가를 담당해온 고병구 박사는 이상화 선수처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세계적인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육량 키우기’와 ‘스피드 전환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근육량’은 역시 허벅지다. 하지만 일정한 장소에서 바벨을 들어올리기 위해 역도 선수에게 요구되는 근육량과 자신의 몸을 직선으로 이동시키며 스피드를 내야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필요한 근육량은 요구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는 근육량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근육이 크면 스피드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도 선수들은 바벨을 떠 받쳐주는 하체를 강화하기 위해 절대근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훈련한다. 절대파워를 키우기 위함이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몸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한 상대근력의 효율적인 강화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체중당 근육량이 중요하다. 자칫 굵은 허벅지가 스피드를 만드는 데는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상화는 남자 선수 못지않은 굵은 허벅지와 근육량을 가지고 그처럼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을까?

고병구 박사는 “근육량을 늘리는 훈련과 함께 엄청난 스피드전환 훈련으로 순발력을 키운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근육량은 스쿼트 등으로 부하를 증가시키며 얻지만 스피드전환훈련은 제자리멀리뛰기, 단거리달리기, 인터벌달리기 등으로 순발력을 키우는데 집중한다.

실제로 이상화는 평소 오르막길로 구성된 산악코스 8km를 타이어를 메고 달렸고 170kg의 바벨을 들어 올리는 스쿼트 운동과 사이클 훈련까지 병행하면서 근육량을 키웠다. 그리고 직선구간에서 얼음을 힘차게 밀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허벅지와 복부, 허리와 엉덩이로 이어지는 근육, 일명 파워존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순간 스피드를 나타내는 수치인 ‘윈케이트 30초 평균파워’를 살펴보면 스피드스케이팅은 평균 9초로 동·하계 스포츠 종목 중 단연 1위다. 비슷한 운동 능력을 필요로 하는 육상, 쇼트트랙보다 높은 수치다.

결국 이상화는 역도 선수만큼의 근육량을 갖추면서도 스피드까지 키워낸 것이다. 그만큼 두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기록으로 짐작할 수 있다. 수없이 흘린 땀방울의 양은 경쟁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의 결과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근육량’과 ‘스피드전환’ 훈련이외에도 또다른 비법이 있다. 이상화는 스피드를 더욱 늘리기 위해 '균형 잡힌 맞춤형 체형’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금벅지’라고 불렸던 이상화의 허벅지는 3cm이상 더 늘어났지만 몸무게는 5kg나 줄었다. 상체를 날씬하게 만들면서 하체를 강화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빙판 위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근육은 더욱 강해진 것이다. 마침내 올림픽 2연패를 위한 '빙속여제'의 몸이 완성된 것이다.

고병구 박사(한국스포츠개발원 체육측정평가 담당)의 말 = 이상화의 허벅지 근육은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엄청난 운동량을 통해 이뤄낸 결과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키우면 스피드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상화는 다르다. 그도 역시 스쿼트, 사이클 등 근육량을 높이는 운동을 소화했지만 스피드 전환 훈련을 병행하면서 순발력과 스피드까지 끌어올렸다. 이상화의 허벅지 근육을 살펴보면 두 가지 모두 잘 발달된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 두 가지를 반영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이상화 허벅지는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과물이라라 할 수 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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