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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장관이 밝힌 女 아이스하키 단일팀 성사 뒷 얘기, 결국 윈-윈? [2018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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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장관이 밝힌 女 아이스하키 단일팀 성사 뒷 얘기, 결국 윈-윈? [2018 평창동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02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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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결국은 윈-윈 효과다. 정부는 기회는 공평할거라던 약속과 달리 무리하게 남북 단일팀을 밀어붙였다는 오해에서 다소 자유로워 질 수 있게 됐고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이후 더 나아진 환경 속에 선수생활을 이어갈 계기를 찾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의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남북 단일팀 이슈가 나온 이후 정부와 도 장관은 거센 비판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4년 동안 우리 선수들이 흘려온 땀방울이 무의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남북 단일팀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추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선수들의 의견이 가벼이 여겨지는 것처럼 보였다.

22명의 경기 엔트리에서 3명은 북한 선수들에게 양보를 해야한다는 것도 선뜻 납득을 하기 어려웠다. 간신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들 입장에선 사실상 경기 출전은 불가하다는 통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동의를 구해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만 35명으로 된 것도 논란이 일었다. 모두가 공평해야 할 올림픽에서 우리만 특혜를 본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일정 부분 오해가 있었다. 우선 남북 단일팀 엔트리와 북한의 출전 선수 인원에 대한 것이다. 도 장관은 알려진 것과 달리 정부 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보다는 IOC의 요구가 강했다고 밝혔다. 한국팀 23명에 북한 12명으로 엔트리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선수 경기 출전을 3명이 아닌 5명으로 하자고 요구하기까지 했다는 것. 그만큼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도 장관은 반대했다. “스위스 로잔에서 벌인 IOC와의 협상에서 IOC 측이 북한 선수 12명을 받고 게임 엔트리에는 5명을 넣으라고 요구했다”며 “IOC에서 세게 요구를 했기 때문에 정회를 하고 선수들 입장을 우리 아이스하키협회를 통해 물어봤고 새벽까지 문자를 통해 논의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감독이 3명 정도까지는 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고 해서 정회를 거듭하니까 중재안이 나온 게 4명이었다”며 “나는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단일팀을 못 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의견을 지켜 줘야 한다고 버텼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과정 끝에 IOC의 요구와 달리 북한의 경기 출전 인원을 3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정부 측의 노력 끝에 남한 선수들의 기회를 보장해낸 것이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도 남북 단일팀에 적극적이었다. 경기 엔트리를 종전 22명에서 5명을 추가해주겠다고 말한 것. 그러나 도 장관은 “일본을 이겨도 상대가 비겁하다고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지면 더 창피하다”며 “차리라 깨끗하게 22명이 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안 받겠다고 했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것.

그렇다면 IOC는 왜 이렇게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으로 매달렸을까. 이에 대한 답도 도 장관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IOC 입장에서는 한 달 전만 해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올림픽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본래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가 실현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선수단과 협의가 없었다는 소문도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도 장관은 단일팀이 확정된 뒤 진천선수촌을 찾아 여자 아이스하키 감독과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선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와 도와줬으면 하는 문제에 대해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즉 실업팀이 만들어 졌다면 좋겠다고 해서 기업 몇 곳도 알아봤다. 고교 선수들이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는 대학교도 없다고 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화가 오고간 후 수원시는 지난달 23일 국내 첫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을 선언했다. 선수들로서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선수생활을 이어가기에 실업팀 창단은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다.

막상 단일팀이 이뤄지자 선수단 내에서도 하나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북한 선수들의 생일 파티를 해주고 언니, 동생 관계를 맺으며 친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일팀이 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오는 4일 올림픽 B조 리그 2차전에서 맞붙을 스웨덴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근거 없는 소문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슈거리가 되는 상황은 올림픽 성공과 팀 성적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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