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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능스포츠맨 이지훈의 '몸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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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능스포츠맨 이지훈의 '몸치' 도전기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3.10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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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Tip!] '축구 신동' 이지훈은 오랜 시간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살았다. 학창시절 단 한번도 무대에 섰거나 남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대신 표현하는 배우의 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연극영화과 대학원 진학을 심각하게 고민할 무렵, 이지훈을 살린 건 의외로 학부 때 전공인 ‘운동’이었다. 예능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능가하는 강철 체력을 자랑하자 시청률은 단박에 치솟았다. 그의 첫 영화 ‘리턴매치’에서는 숨쉬기 말고는 제대로 할줄 아는 게 없는 '초식남'을 연기한다. 인디스토리 전용관(100석)에서 하루 단 한번 상영하지만 트위터와 온라인에는 이지훈이 내건 ‘만석 공약’이 무한 리트윗되고 있다. 연기의 재미를 맛본 이지훈은 당분간 연기에 몰두할 계획이다.

 

[스포츠Q 이희승기자 • 사진 최대성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태어나서일까. 배우 이지훈(27)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체육을 잘했다. 구기 종목은 물론 각종 스포츠를 습득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빨랐다. '축구 신동'으로 불리며 조기 유학을 권유받았을 정도였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한림대 체육학과를 졸업했다. 누가 봐도 국가대표나 체육선생님이 될 것같은 인생이었지만 이지훈은 안정된 울타리를 박차고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뒤늦은 도전이었기에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 끈기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군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고, TV에서 본 매력적인 캐릭터는 대사를 외워두었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연습했다.

◆ 예능과 드라마 넘나들며 만난 첫 영화 ‘리턴매치’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드라마 ‘학교 2013’의 문제아 역을 꿰찼을 때가 스물일곱 살이었으니 데뷔가 빠른 편은 아니다. 원래 계획된 분량은 서너 장면에 불과했지만 이지훈의 남다른 눈빛과 신인답지 않은 대사처리를 눈여겨 본 작가와 PD가 없는 대사를 만들어주며며 분량을 늘였다. 이어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출연, 경력을 쌓았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 ‘맘마미아’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마음 속에는 ‘언제 한번 영화해볼까’란 욕망이 들끓었어요. 기초가 부족하니 선뜻 덤벼들기도 그랬고, ‘감히 내가?’라는 조심스러움도 있었죠. 그런데 예능프로그램 속 제 모습을 본 김용환, 선종훈 감독님이 '단편작업 해보자'며 연락을 해오셨어요.  기쁨 마음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캐릭터가 몸치에다가 약골 체력인 거예요. 저랑 너무 반대되는 역할을 주시니 난감했지만 곧바로 빠져 들었어요.”

 

지난 6일 개봉한 ‘리턴매치’는 37분짜리 단편영화로 몸으로 하는 건 뭐든지 부실한 오기(이지훈)와 만능 스포츠우먼 채인(정연주)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유쾌한 멜로드라마다. 영화 초반 배드민턴을 못 치는 바람에 여자한테 차이며 등장하는 이지훈은 상대 배우에게 따귀 세례를 받는가 하면 ‘못해도 저렇게 못할 수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몸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문 강사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수영과 농구, 탁구를 영화에서는 버벅대게 보여야하는 만큼 어려움이 남달랐다. 하지만 그는 “촬영 들어가기 직전 교통사고가 나서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게 더 연기를 자연스럽도록 만들어줬어요.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수영신에서 보이는 부황자국은 절대 분장이 아니예요”라고 활짝 웃었다.

실제 두 살 위 오빠지만 영화에선 네 살이나 어린 연하남을 연기한 이지훈은 상대 여배우 정연주를 "실제로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자신과 다르게 만능 스포츠우먼으로 나와야 했던 터라 일주일 만에 모든 종목을 마스터하고 온 ‘선배 여배우’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고.

"첫 촬영이 물에 빠진 뒤 채인에게 인공호흡을 받는 거였는데 그날 처음 만난 사이라 굉장히 어색했죠. 게다가 ‘눈 뜨라’며 제 뺨을 때리는데 얼마나 찰지게 때리는지 저도 모르게 실눈이 떠질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게다가 NG가 여러 번 나는 바람에 서로 때리고 맞으면서 친해졌어요.”

◆ 연기희열 맛볼 그날까지... 당분간 연애는 NO

‘리턴매치’의 원제는 ‘생체리듬’이다. SF 공상과학 영화가 떠오르는 제목이 지금의 모양을 갖추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첫 영화를 촬영한다는 기쁨도 잠시, 친구들이 “너 영화 뭐 찍어?”라고 물어보면 말을 흐리기 일쑤였다.

“다행히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어서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웃음) 근성 있고, 영화 내용하고 너무 잘 어울리는 제목이죠. 실제 좋아하는 여자한테 이 정도로 대시할 수 있냐고요? 드라마 ‘학교’ 촬영하면서 여자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연애는 안하려고요. 사람한테 받은 상처가 꽤 오래가는 편이에요.”

현실 속 이지훈은 TV나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훤칠하고 잘 생겼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자 모든 사람들의 대화가 한 순간 멈췄을 정도였다. 시끄러운 아줌마 부대의 수다를 5초간 정지시킨 그 순간을 “만약 정우성이나 이정재였으면 ‘환호’였겠죠”라며 눙칠 만큼 위트가 넘치는 청년이다. 그러면서 걸그룹의 연락처를 쪽지로 받고, 행사장에서 일방적으로 백허그를 당해(?)봤다는 그는 상남자같은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갑자기 뒤에서 ‘너무 좋아’라며 달려드는데 순간 놀래서 머리채를 잡았어요. 운동을 해서인지 반사 신경이 남다른 것도 있지만 그분한테는 너무 죄송해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다른 연예인이요? 연락이 없진 않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하하”

스스로를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이라고 일컫는 이지훈은 연기 희열을 충분히 맛볼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연기는 감과 끼가 우선이지 별다른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큰 오산이었어요. 멋 모르고 덤빈 거죠. 제가 너무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서 무척 혼란스러울 때 ‘리턴매치’를 만났어요. 연기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 영화인만큼 아무리 단관 개봉이어도 1만 명은 넘어야 할 텐데...가능하겠죠?”

[취재후기] 뜨기 위해 몸부림치는 배우들을 많이 봐왔기에 이지훈이 보여준 차분함은 의외였다. 스케줄 소화하기도 바쁠텐데 하루에 2시간씩 책을 읽고, 토이푸들 ‘사랑이’를 보살피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말에 "이 철 없음을 어쩌지"라는 걱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친할머니가 위독하자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매달릴 정도로 인성 바른 청년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좀 늦어지더라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일상을 즐기며 “제대로 가고 싶다”는 이지훈의 의지가 현실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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