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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단일팀 성화봉송 '평화 불꽃'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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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단일팀 성화봉송 '평화 불꽃' 피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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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60억 지구촌의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망의 막을 올렸다. 앞으로 오는 25일까지 17일간 14종목에서 1025명의 선수들이 추위를 녹일 뜨거울 경쟁을 펼친다.

9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관객석을 가득 채운 채 대회 개회식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됐다.

평년 기온에 비해 높을 것이라는 기상 예보와 달리 개회식장 안은 찬바람이 몰아쳤지만 그 열기는 대단했다.

 

 

대형 종이 솟아올랐고 영어로 10부터 1까지 영문표기가 전광판에 그려졌고 모두가 하나 돼 개회식을 알리는 숫자를 외쳤다.

타종을 신호로 시작된 개회식. 경기장 바깥에서는 불꽃이 하늘을 수놓앗고 화려한 색색의 조명이 번적였고 관중들은 열광했다. 오륜기를 상징하는 색색깔의 옷을 입은 어린 아이들 다섯과 함께 호랑이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각 자리마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LED 조명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빛을 활용해 우주의 별자리를 모두 구현하는 듯 한 멋진 광경이 연출됐다. 오륜기를 상징하는 듯한 색색깔의 옷을 입은 다섯 아이들과 백호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의 조화로 평화로운 하늘의 모습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졌다.

이어 사물놀이 패가 풍악을 울렸다. 스타디움 중앙에 움푹 파여 있던 곳에서 솟아오른 사물놀이 패와 이에 맞춰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인 장구 패가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흰 옷을 입고 있던 사물패들이 마지막으로 태극문양의 옷으로 변화를 주며 감동을 더했다.

 

 

이어진 태극기 게양. 썰매의 전설 강광배, 쇼트트랙 올림픽 3관왕 진선유, 한국 골프의 선구자 박세리,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 ‘라이온킹’ 이승엽,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서향순, ‘우생순’의 주인공 핸드볼 임오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가 대형 태극기를 잡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이어 태극기가 솟아오르며 평창 하늘에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2925명으로 구성된 92개국 선수단이 가나다 순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 이어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공이 뒤를 이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노르웨이, 역대 가장 많은 선수단이 참석한 미국 등이 등장했다. 텅 비어있던 올림픽 스타디움 한 켠이 선수들로 하나 둘 채워졌다.

이어 전이경 감독이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싱가포르, 조직적인 도핑에 휘말려 국가 이름을 박탈당한 채 꾸려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 올림픽 기를 들고 입장했다. ‘쿨러닝’의 나라 자메이카 등이 등장했다. 길어지는 선수 입장에 추울 만도 했지만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원봉사자들의 춤을 따라하는 등 추위를 잊은 듯이 몸을 움직이며 선수들을 반겼다.

2년 전 리우 올림픽 개회식 때 웃옷을 벗은 채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해 스타로 떠올랐던 통가의 태권도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가 등장하자 개회식장의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동계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전업한 그는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에도 리우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과감히 상의를 탈의한 채 여전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했다.

 

 

그래도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은 건 역시 마지막으로 입장한 팀이었다. 바로 남과 북이 하나돼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팀 코리아’였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전통 민요인 아리랑에 맞춰 밝게 웃으며 등장했다.

선수입장이 끝나고 평창 올림픽 개최 지역을 대표하는 정선아리랑과 함께 한국의 굴곡진 역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뗏목을 타고 봉평의 메밀밭을 거니는 이들 뒤로 역경을 나타내는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나 마지막엔 반딧불이가 날아올라 희망과 꿈을 갖고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을 표현해냈다.

이어 처음 등장했던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돼 다시 등장했고 미래를 향하는 문들이 연결됐다. 이 통로가 합쳐져 화려한 영상을 보이며 상상력을 바탕으로 꿈과 희망이 가득찬 미래를 의미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세계와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고 이는 평화를 위한 희망을 상징했다.

그 뒤로는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선수단 사이로 내려와 단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희범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갈망하는 희망과 불빛이 될 것”이라며 남과 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하나되는 장면에 의의를 전했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평창”이라고 운을 뗀 바흐 위원장 또한 “오늘 밤 남한과 북한 선수단은 공동 입장을 통해 통합의 힘을 보여줬다”며 “모두가 이러한 경이로운 장면에 깊이 감동했다.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선언이 이어졌고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비틀즈 존 레논의 이매진이 울려 퍼졌다. 가수 전인권, 이은미, 볼빨간 사춘기의 안지영,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강원도민 1000명이 평화를 상징하는 LED 촛불을 들고 비둘기 모양을 함께 만들어 그 의미를 더했다.

다음으로는 태극기 옆에 올림픽기가 게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각 종목의 선구자 4명과 유망주 4명이 기를 붙잡고 함께 등장했다. 노르딕 복합 선구자 강찬용과 전 피겨 퀸 김연아의 코치를 역임했던 서혜숙, 1968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귀진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 김윤만 등과 피겨 유영, 프리스타일 스키 장유진, 아이스하키 이준서, 스켈레톤 정승기까지 기대주들이 함께 나섰다.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과 박기호 논르딕 복합 코치, 김우식 스노보드 심판이 선수와 코치, 심판을 대표해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올림픽을 치를 것을 다짐하는 선서를 했다.

마지막은 대망의 성화 점화였다. 남북 인구인 7500만을 상징하는 7500명이 참여해 101일간 전국을 거친 성화가 드디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전설이자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 전이경이 첫 주자로 나섰고 이어 올림픽 최초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안정환이 성화를 이어받았다.

 

 

이어 선수들을 포함한 3만5000여 관객석이 들끓었다. 성화를 넘겨받은 주인공이 개막 전부터 최고의 이슈몰이를 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박종아(남), 정수현(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란히 특수 설치된 계단을 올라 성화대로 향했다.

이후가 하이라이트였다. 성화대엔 자그마한 아이스링크가 설치돼 있었다. 요정과 같이 순백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여인이 스케이트를 신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뽐냈다. 피겨 퀸 김연아였다. 그의 이름이 소개되는 순간 올림픽 스타디움은 이날 가장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소리로 뒤덮였다. 이들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은 김연아가 성화대의 불을 옮겼고 화려한 불꽃이 개회식장 안을 수놓으며 대미의 행사가 마무리 됐다.

삼수 만에 이뤄낸, 1988년 이후 30년 만에 개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 화합, 그리고 이를 축하하는 불꽃으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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