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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드론 오륜기-통가 스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씬 세개', 꽁꽁 언 POS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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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드론 오륜기-통가 스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씬 세개', 꽁꽁 언 POS 녹였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1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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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60억 지구촌의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세계적 관심이 쏠렸다. 그 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세계의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은 남과 북의 공동입장이었다.

그러나 예상밖 강추위 속 얼어 붙은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POS)의 만원 관중들을 녹인 ‘씬(scene) 세 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피겨 퀸’ 김연아의 극적인 등장과 IT 강국의 면모를 잘 살린 ‘드론 오륜기’, 이름도 생소한 통가의 스타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였다.

 

▲ '피겨 여왕' 김연아가 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주자로 나서 점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평창을 찾은 전 세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평창의 추위에 고개를 저었다. ‘역대 급’ 강추위로 기억되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올림픽보다도 더 춥다는 말이 많았다.

다행히 개막식을 앞두고 평창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실제로 개막식이 시작된 9일 오후 8시 기온은 영하 2.7도, 체감온도는 영하 8.7도로 평년 기온을 웃돌았다.

다만 변수가 있었으니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몰려드는 칼바람이었다. 이 주변은 국내에서 손 꼽힐 만큼 찬바람이 잘 불어 대형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곳. 게다가 지붕이 없는 개막식장 환경탓에 관중들을 차가운 바람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대회 조직위에서 이를 대비해 핫팩 세트, 털모자, 무릎 담요 등으로 구성된 ‘방한 6종 세트’를 지급했지만 관중들은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대관령의 강한 칼바람 때문에 사전 행사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만5000여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좌석이 가득 들어찬 이유는 분명했다. 거동이 편치 않은 가족들을 이끌고 강릉에서부터 개막식장으로 달려온 이관형(75) 씨는 “희망과 기대를 가득 품고 왔다”며 “날씨가 춥다고 하지만 걱정보단 개회식을 시작으로 평창올림픽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개최국민으로서 간절함을 보였다.

 

 

매서운 칼바람에 벌개진 얼굴을 하고도 사전 행사부터 줄곧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던 세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오직 단 하나의 목적으로 멀리 인천에서 이곳을 찾았다. 개막식 관람 일정이 전부임에도 온전히 집중해 행사를 즐기기 위해 숙소까지 마련해두는 열정을 보였다.

중국 출신임에도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깊은 설야(47) 씨는 “국가의 최대 행사이기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밝혔고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그와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주선아(22), 윤진우(24) 씨는 “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까지 참여했다는 것도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전에 홍보 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들어찰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추위는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늘 개막식과 이번 대회 전체가 잘 끝나기만을 바란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열정적인 관중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개막식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요소요소에 흥미거리가 가득했다. 사람의 얼굴을 지닌 상상의 새 인면조도 누리꾼 사이에서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사람과 하늘을 잇는다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야하는 현장에서는 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보다 관중들을 더욱 열광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중 가장 먼저 관중을 환호케 한 것은 통가의 타우파토푸아였다. 사실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2016년 여름 리우 하계올림픽에서 태권도 선수로 나섰던 타우파토푸아는 당시 개막식에서 웃통을 벗고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유명해졌다.

동계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그는 결국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전업해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이번 대회 통가의 기수로 나선 그는 또다시 상의를 탈의한 채로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추위에 굴하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뽐냈다.

한 시간 가량의 선수 입장을 바라보느라 점점 더 몸이 식어가던 관중들은 92개 국가 중 80번째로 등장한 통가 소속 파우파토푸아의 화끈한 퍼포먼스에 시선을 빼앗겼고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관중들은 그의 용기 있는 결단에 힘입어 추위를 잊은 듯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선수들을 격려하기 시작했다.

이어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이를 지켜보기만 하던 관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기온과 싸워야 했다. 그러던 중 나타난 현란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드론은 관객들을 시선을 강탈했다. 무려 1218대의 드론이 하나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 비행 부문 기네스 기록이기도 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축하공연이 끝난 뒤 비둘기 풍선이 날아간 방향엔 드론이 대기 중이었다. 수많은 드론이 날아갔고 이어 전광판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LED 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드론 1218대는 스노보드를 탄 사람의 형상을 이뤘고 100여명의 스노보더와 스키선수와 함께 슬로프를 질주했다.

 

▲ 1218대의 드론이 만든 오륜기 모형을 비추고 있는 전광판. [사진=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페이스북 캡처]

 

이어 5명의 스키 선수와 함께 오륜 모양을 이뤘다. 이른바 드론 오륜기. 드론 퍼포먼스로 형성된 오륜기는 한국 스포츠의 선구자와 유망주들의 손에 직접 들려 태극기 옆에 게양됐고 이로써 마침내 올림픽의 의미가 완성됐다. 비록 사전에 제작한 영상이기는 했지만 현란한 드론의 움직임은 역대 올림픽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퍼포먼스였다.

대미는 최종 성화봉송 주자가 장식할 예정이었다. 다만 누가 그 주인공이 될지는 철저히 비밀리에 붙여졌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김연아가 아니면 누가 그 역할을 하겠느냐’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역시나. 올림픽 스타디움 한 쪽 측면 꼭대기에 자리한 성화대엔 소형 아이스링크가 설치 돼 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표 박종아와 정수현이 함께 봉송한 성화가 이곳에 다다르자 이를 인계받은 건 다름 아닌 김연아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그의 이름을 외치자 2시간이 넘는 개회식 중 가장 큰 함성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찌보면 뻔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4년 전 납득이 가지 않는 심판판정 속에 금메달을 놓쳤던 김연아였기에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선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선수 시절 못지않은 우아한 몸놀림을 펼친 뒤 성화를 받아든 김연아는 조심스레 모형 얼음 조각에 불을 옮겼다. 곧이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30년 동안 불꽃이 이어졌다는 의미를 담은 30개의 링이 달 모양 항아리 성화대를 향해 솟아올랐고 대망의 성화 점화가 이뤄졌다.

김연아와 통가의 타우파토푸아, 드론 오륜기 모두 평창올림픽 개막식의 성공을 이끈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었다. 이 잊지 못할 세 가지 ‘씬’과 함께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예감 좋은 대회 첫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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