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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로맨스 패키지' 호텔방서 술을 들고 소개팅을? 과한 콘셉트에 시청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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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로맨스 패키지' 호텔방서 술을 들고 소개팅을? 과한 콘셉트에 시청자 '멘붕'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02.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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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설을 맞은 미혼 남녀를 위해 S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파일럿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가 이슈화에 성공했다. 16일 오후 8시 35분 방송 직후부터 날을 넘긴 17일 오전까지도 유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로맨스 패키지'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16일 방송된 SBS 설 특집 '로맨스 패키지'는 기존의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싱글의 대명사가 된 MBC 대상 출신의 유명 진행자 전현무와 한때 뉴욕을 주름 잡았던'워너비 모델' 한혜진을 앞세워 주목도를 높인 것도 인상적이다.

 

설을 맞은 미혼 남녀를 위해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파일럿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 SBS 설 특집 '로맨스 패키지' 방송 화면 캡처]

 

완벽해 보였던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방송 직후 논란을 일으켰다. '나 혼자 산다'고 외쳐 왔던 '완벽한 싱글녀' 한혜진은 "소개팅을 호텔에서 한다"는 전현무의 말에 "정초부터 좀 야한 것 아닌가요?"라며 프로그램 정체성에 스스로 의문 부호를 붙였다. 한혜진이 붙인 물음표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더욱 증폭했다.

서로에 대한 외모를 살펴보고 썸을 타는 과정까지는 다른 '짝짓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탐색전을 끝낸 출연진들은 서로의 첫인상을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남성 출연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맥주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고, 여성 출연자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성의 방을 찾아 호감을 드러냈다. 손에는 반드시 맥주 한 캔을 쥐고 들어갔고,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였기에 모르긴 몰라도 시간은 상당히 늦은 편으로 추측됐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이 묘한 콘셉트에 눈살을 찌푸렸다. 야심한 밤에 싱글인 남자의 호텔 방에 미혼 여성이 맥주를 들고 찾아가는 모습은 대다수 성인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는 늦은 저녁 호텔 수영장을 찾아 남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작진은  '심야 수영장 친목 도모' 타임이라며 자극적인 문구로 이 묘한 장면을 묘사했다. 한 남성 출연자는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라"는 MC 전현무의 말을 조언 삼아 마음에 드는 여성과 물놀이에서 근처에 맴돌며 가벼운 터치로 호감을 드러냈다.

 

설을 맞은 미혼 남녀를 위해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파일럿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 SBS 설 특집 '로맨스 패키지' 방송 화면 캡처]

 

출연자뿐만 아니라 진행자의 멘트도 문제가 됐다. 이날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호감을 보였던 남자 102호와 여자 110호는 남자의 호텔방에서 기분 좋은 첫 만남을 가졌다.

UFC를 시청 중이던 102호 남성의 방에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들어간 110호 여성. 기다리던 여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102호 남성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의 설렘이 그대로 드러난 이 장면은 문제될 게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어진 MC 한혜진의 멘트는 다소 과한 듯 느껴졌다. 

완벽한 근육질 몸매를 장착한 102호 남성의 모습에 한혜진은 "102호는 팔이 터지려고 한다. 얼굴은 '아기'인데 몸이 막..."이라며 지나친 묘사와 함께 호감을 드러냈다. 해당 남성이 한혜진의 말을 들었다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이에 MC 전현무는  "본인이 반하신 건 아닌가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공공재로 규정된 지상파 방송이라곤 믿기 힘든 멘트와 콘셉트, 그리고 편집이었다.

2화가 연속 방송된 이날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호감도를 확인한 출연진은 자신의 직업과 나이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호기롭게 나선 101호 남성의 '스펙'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했다"는 평범한 소개로 시작된 그의 말은 "36개 매장을 가진 연 매출 80억의 사업가"라는 비범한 멘트로 끝을 맺었다. 화면에 나타난 남성 출연자들은 101호의 말에 그를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고, 여성 출연자들의 눈빛은 한순간에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설을 맞은 미혼 남녀를 위해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파일럿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 SBS 설 특집 '로맨스 패키지' 방송 화면 캡처]

 

누리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래퍼라고 하니 표정 안 좋다가 36개 매장한다니까 모두 눈이 초롱초롱"이라는 비아냥 섞인 댓글은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1천 개가 넘는 댓글 중 10위 권 안에 랭크됐다. "친목을 수영장에서 다지냐"란 댓글도 상위권에 자리를 차지하며 이날 방송에 대한 대다수 시청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방증했다.

외모가 출중한 남녀를 한 호텔에 몰아넣고 술을 들고 방을 찾아가게 만드는 소개팅이라니. 게다가 술을 마신 이후 야심한 시각에 남녀는 호텔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오전에는 30대 초반의 성공한 사업가가 "매출 100억이 목표"라며 한껏 어깨에 힘을 줬다. 영화 속 스토리라면 이해가 가능하다. 심지어 이 영화가 19세 미만 관람 불가라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오후 8시 35분에 방송을 시작한 지상파 프로그램이었다. 설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된 15세 이상 관람가의 지상파 예능이다. '연애하고 싶은 도시 남녀들을 위한 3박 4일 주말 연애 패키지'는 이제 단 1회를 남기고 있다.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17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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