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22:43 (수)
'값진 4등' 쇼트트랙 김아랑 백만불 미소-올림픽 정신, 강릉을 홀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상태바
'값진 4등' 쇼트트랙 김아랑 백만불 미소-올림픽 정신, 강릉을 홀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18 0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500m 실격의 설움을 날리며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20·성남시청). 그러나 그 뒤에서 환하게 빛난 이날의 스타가 있다. 바로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23·고양시청)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이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가장 먼저 최민정이 소개되자 현장은 엄청난 환호성으로 휩싸였다. 그러나 더 놀라웠던 건 그 다음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김아랑의 이름을 외치자 그 함성과 박수 소리는 세계랭킹 1위 최민정이 소개될 때보다 더욱 커졌다.

 

 

김아랑은 앞서 열린 준준결승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최민정의 실격으로 어부지리로 동메달을 목에 건 킴 부탱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김아랑은 두 번 연속으로 킴 부탱을 뒤에 두고 완벽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또 하나는 밝은 미소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자세다. 결승 레이스를 준비하던 김아랑은 동료인 동시에 경쟁자인 최민정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출발선에 서서는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맏언니로서 한 차례 아픔을 겪었던 최민정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정작 레이스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최민정이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반면 김아랑은 경쟁자들에 추월을 당했고 막판에 뒤집기를 시도했으나 동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김아랑을 향한 관중들의 미소와 함성은 그치지 않았다. 아쉬울 법한 결과를 받아든 김아랑이지만 오히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최민정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아랑은 “민정이에게 울지 말라고 했다. 옆에서 민정이는 1등했는데 울고 너는 4등했는데 웃는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민정이에게 고생했다고 울지 말라고 말해줬다”는 것.

김아랑은 최민정에게 다가가 자신이 금메달의 주인공인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그를 이끌고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돌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태극기로 물든 강릉 아이스 아레나의 커다란 함성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김아랑에 대한 애정이 쏟아졌다. 동료의 기쁨을 자신의 일처럼 좋아해주는 김아랑의 성숙한 태도에 지켜보던 팬들의 감격은 배가 됐다.

 

 

말 하나하나에도 ‘러블리’함이 넘친다. 김아랑은 “4위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 할 수도 있는 결과지만 후회 없이 만족스런 경기를 했다”며 “앞쪽에서 레이스를 하려 했지만 다들 쟁쟁한 선수들이어서 쉽지 않았다. 마지막에 해결하려 하다가 이렇게 됐지만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심석희가 준준결승에서 넘어져 떨어진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집중해서 민정이와 둘이 결승에 올랐다”며 “민정이가 우승했으니까 우리 몫까지 한 것”이라고 했다.

이토록 팀을 생각하는 김아랑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3000m 계주. 그는 “석희에게 힘들겠지만 남은 경기를 잘하자고 했다”며 “제일 중요한 계주가 남았으니까 그 땐 다 같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최민정이 아닌 김아랑의 이름이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어쩌면 최민정의 금메달이 너무도 당연해 보였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만큼 김아랑의 행동 하나하나가 돋보였고 그 면모가 많은 사람에게서 느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림픽 역사에 ‘4등’ 김아랑은 큰 의미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이날 김아랑이 보여준 밝은 미소와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자세, 동료들을 아끼는 마음은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억만금의 가치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