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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최민정 2번의 눈물, 얼음공주 아닌 손편지로 힐링하는 '감성여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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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최민정 2번의 눈물, 얼음공주 아닌 손편지로 힐링하는 '감성여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1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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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울고 또 울었다. 최민정(20·성남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최민정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언제나 표정이 없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최민정이지만 경기 후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히려 4위로 들어온 김아랑(23·고양시청)이 맏언니답게 최민정을 다독였다. “나는 4위인데 웃고 너는 금메달을 따고 우냐”며.

 

 

4일 전. 500m 결승에 나선 최민정은 2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 올림픽 500m 은빛 사냥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비디오 판독을 거친 뒤 최민정에게 페널티가 주어졌고 그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최민정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그동안 힘들게 노력한 게 생각나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다.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심판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받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첫 종목이었기 때문에 애써 아쉬운 마음을 감추려고 했다. 그럼에도 흐르는 눈물은 멈출 길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흘린 눈물엔 기쁨이 담겨 있었다. 밝은 얼굴로 믹스트존으로 들어선 최민정은 레이스를 마치고 흘린 눈물에 대해 “감정이 너무 북받쳤다”며 “4년 간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니까 감정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여러 가지로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 13일 500m 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한 뒤 눈물을 흘리던 최민정. 그는 17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다른 의미의 눈물을 떨궜다. [사진=스포츠Q DB]

 

500m 때 흘린 눈물과 차이에 대해서는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다. 어쨌든 눈물이 난 건 그동안 했던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이지만 성적은 완전히 반대였으니 비슷하면서도 달랐다”고 전했다.

첫 경기부터 시련을 겪고 이겨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가 주종목인 1500m였고 가장 금메달이 유력한 계주와 1000m도 남았기에 연연하려 하지 않았다는 최민정이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최민정이지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최민정은 “엄마가 원래 경기장에 오시지 않는데 와달라는 말이 신경쓰였는지 오늘은 오셨다. 손 편지를 써주신 게 있는데 선수촌에 들고 왔다”며 “이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너를 항상 믿고 있으니 그 자리에서 최선 다하며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큰 표정 변화가 없어 얼음공주라고 불렸던 최민정이기에 이번 대회에서 보인 다양한 감정 표현들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때론 한 없이 감성적이기도 한 스무살의 소녀다.

그럼에도 레이스를 치를 때만큼은 누구보다 차가운 가슴을 지닌 승부사로 변신했다. 결승에 나선 최민정은 여유롭게 뒤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2바퀴를 남기고 폭풍질주를 시작했다. 스피드는 발군이었다. 그 누구도 최민정을 따라기지 못했다.

최민정은 “치고 나가는 시점을 미리 정한 건 아니고 상황에 맞게 움직이다보니 그 때 그 정도의 차이가 났다. 미리 그 정도로 벌어질 거라곤 생각진 못했다”고 경기를 복기하면서도 “내일이면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속엔 누구보다 여린 소녀감성이 있지만 승부의 세계에 들어선 달랐다. 3관왕을 향한 최민정의 시선은 이제 1000m와 3000m 계주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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