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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던 김아랑, '하나의 가치' 일깨운 뜨거운 눈물 [여자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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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참던 김아랑, '하나의 가치' 일깨운 뜨거운 눈물 [여자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0 2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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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최민정(20·성남시청)이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확정짓던 날, 아쉽게 동메달을 놓친 김아랑(23·고양시청)은 밝은 미소와 함께 동생을 보듬었다.

밝은 미소 속에 담긴 따뜻함. 김아랑이 이번 올림픽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실력에선 최민정, 심석희(21·한국체대) 두 동생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들을 감쌀 수 있는 아량과 너그러움. 김아랑이 돋보이는 이유다.

김아랑은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최민정, 심석희, 이유빈(17·서현고)와 함께 완벽한 레이스로 금메달을 수확해 냈다.

 

▲ 김아랑이 20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수확한 뒤 공동취재구역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 후 김아랑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저희가 시즌 초부터 계주에선 시상대 맨 위에 오르겠다는 얘기를 해왔다”며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보람되고 기쁘다.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날의 수훈갑은 단연 김아랑이었다. 한국은 레이스 막판까지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이 때 김아랑이 추월을 시도했다. 김아랑은 바통 터치를 하지 않고 2바퀴 반을 뛰었고 2위까지 올라섰다. 이후 심석희와 최민정이 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합작해냈다. 평소와 다른 김아랑의 공격적인 승부수였다.

김아랑은 “어느 자리에 있든, 어느 바퀴에서든 치고 나갈 수 있게 그렇게 훈련을 해왔다”며 “작전이었다기보다는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든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저희가 선두권 뒤에 있을 때 경기가 안 풀리는 적이 많았다”며 “그때 중점적으로 어느 순번에 있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그런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 최민정(오른쪽에서 첫번째)이 김아랑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메달의 주인공이 한국으로 확정된 순간. 그동안 눈물을 감췄던 김아랑은 코치진 앞에서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이번엔 최민정이 다가와 김아랑을 토닥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욱 힘들었다”며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도,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힘든 시간이 길었다. 김아랑은 “소치 올림픽이 끝난 뒤 크고 작은 부상들 때문에 기량이 조금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목동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에 나섰던 김아랑은 중국 선수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에 왼쪽 뺨을 크게 베였다. 트라우마가 남았다. 이날도 김아랑의 볼에는 아직도 밴드가 붙여져 있었다. 밝게 웃는 미소 속에 감춰둔 아픔이 엿보였다.

그는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에 집중하고 몸을 만들어서 올림픽 대표 선발전 준비했다”며 “열심히 했는데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다. 힘들었지만 스스로에게 약이 되는 시간들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만 끝난다면 그답지 않았다. 맏언니면서도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까지 자처하는 김아랑의 엉뚱하면서도 밝은 매력이 발산됐다.

 

▲ 밝게 웃는 김아랑(왼쪽)과 최민정. 최민정도 김아랑 앞에서는 한 없이 유쾌해진다.

 

그는 “압박이 큰 건 사실이었는데 그런 부분을 이겨내려고 했다”며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려 오셨다. 부모님도 오셨고 제가 속해있는 구단의 시장님, 최성 고양시장님도 오셨고 해서”라고 말하는 순간 취재진과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지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더니 이내 “정말 열심히 응원해주셨더라. 그래서 내가 끝까지 힘껏 달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다소 뻔뻔하면서도 분위기를 전환하는 발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에 최민정은 “저도 성남시장님께”라며 자신도 소속 팀 성남시청의 시장님께 고마움을 표하겠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좌중을 웃겼다.

김아랑은 ‘폭풍오열’을 하다가도 이내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음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무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최민정을 활짝 웃게 하고 장난스럽게 만드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그런 그의 희생과 배려는 동료들에게도 전염돼 있었다.

달래주고 위로를 주고 보듬어주는 건 그의 역할만이 아니었다. 맏언니라 할지라도 힘들 땐 의지하고 기댈 수 있었다. 김아랑의 눈물을 통해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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