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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최승돈-이재호 아재콤비, 어떻게 컬링중계 '대세'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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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최승돈-이재호 아재콤비, 어떻게 컬링중계 '대세'가 됐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2.2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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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아저씨들이 유행이 지난 패턴의 농담을 한다고 해서 생긴 신조어 ‘아재개그’.

하지만 어떤 사람이 아재개그를 펼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재미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를 중계하는 최승돈 KBS 아나운서와 이재호 컬링 해설위원이 주고받는 아재개그는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 최승돈 아나운서(왼쪽)와 이재호 해설위원. [사진=KBS 제공]

 

스포츠 중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진행자들 간 호흡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맛깔나게 주고받는 것이 FC바르셀로나가 전성기 때 선보인 ‘티키타카’를 연상케 한다.

KBS가 컬링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 ‘아재들의 힘’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전문성을 잃지 않는 중계. 좋은 샷이 나왔을 때 흥분하면서도 다음 경기를 위해 목을 아끼는 중계는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걸 간과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준다.

최승돈-이재호 ‘아재콤비’의 중계가 왜 대세가 됐는지 두 가지 측면에서 꼽아봤다.

◆ 3시간 경기 지루함 줄이는 '의식의 흐름 토크'

10엔드까지 진행되는 컬링 경기 시간은 대략 3시간. 총 160개의 스톤을 굴리는 긴 여정이기 때문에, 중계진은 그때그때 전략을 잘 설명하면서도 지루함을 잃지 않는 톤을 유지해야 한다.

최승돈-이재호 콤비의 중계는 이런 점에서 특화돼 있다.

이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멘트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중계 도중 최승돈 아나운서가 뜬금없이 “군필이시죠?”라고 물었고, 이재호 위원은 “아, 네. 군필이죠. 그건 갑자기 왜?”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최 아나운서는 “필 얘기해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시청자들이 크게 열광한 ‘사과 토크’, ‘동계올림픽 토크’도 있다.

한국팀(노란 스톤 사용)이 빨간 스톤만 밖으로 빼내고 노란 스톤을 가운데에 남기는 샷을 구사하자 최승돈 아나운서는 “사과 껍질 깎듯이 노란 속만 남았습니다”라며 웃었다. 절묘한 비유에 시청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최승돈 아나운서의 손을 잡은 이재호 위원이 “긴장하셨어요? 손이 차네요. 긴장 푸세요”라고 말하자 최 아나운서는 “동계올림픽이니까요. 춥죠”라고 답해 또 한 번 ‘아재감성’을 내뿜었다.

이처럼 지루할 틈 없는 만담 같은 토크에 컬링 팬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잊을만 하면 나오는 '이재호의 컬링노트'. 이재호 위원의 사진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 망상노트? 정답노트? '이재호의 컬링노트' 인기 만발

이재호 위원이 경기 도중 이따금씩 선보이는 ‘컬링노트’도 중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한국 선수가 스톤을 굴리기 전에 작전을 예상하는 그림을 띄우는데, 중계가 거듭될수록 이것의 적중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번은 최승돈 아나운서가 “돗자리 까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하자 이재호 위원은 “좋은 거 하나 사주시죠”라며 어깨를 올리기도 했다. 여자 대표팀 주장인 ‘안경선배’ 김은정이 경기 후반에 성공한 대부분의 ‘핫샷’을 이재호 위원은 정확히 예측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컬링노트가 아니라 정답노트다”라고 감탄하며 “샷이 들어가기 전에 이재호 위원이 ‘됐어요!’라고 하면 안심이 된다”라고 이 위원의 실력을 높이 사고 있다.

사실 커리어만 봐도 실력에서 이재호 위원을 의심할 건 없어 보인다. 이 위원은 2007년 창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현재 서울시청팀과 주니어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의 빼어난 ‘수읽기’ 능력은 바로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재미와 전문성을 겸비한 최승돈-이재호 콤비의 맛깔 나는 중계는 여자 대표팀의 남은 2경기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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