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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의원' 고수 "난 부딪히고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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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의원' 고수 "난 부딪히고 도전한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16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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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고비드. 조각미남 고수(36)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조선시대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조선 최초 궁중의상극을 표방한 영화 ‘상의원’(12월24일 개봉)에서 이공진으로 옷을 갈아입은 그를 계동의 고즈넉한 한옥카페에서 마주했다.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을 배경으로 예의와 법도를 중시하는 상의원 어침장 조돌석(한석규)과 미와 실용성의 철학으로 옷을 짓는 이공진의 이야기다. 조선판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남자사용설명서’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의 재기발랄한 코미디와 예쁜 비주얼 감각이 녹아 있는 퓨전사극이다. 첫 사극 출연인 고수에게 ‘상의원’은 새로웠다.

 

◆ 조선판 살리에르 vs 모차르트,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연기

“사극에 그런 판타지를 사용한 것도 그렇고 기존 사극과 많이 달라요. 사극의 진중함도 있고, 현대적인 재미도 있죠. 공진이란 인물도 천재 디자이너라기보다 법도, 규율, 신분상승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죠.”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른 것’에 경기를 일으킨다.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그런 편견으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진은 더욱 억압적이었던 시대에 권력에 의해 짓밟힌 아웃사이더다.

“공진의 색깔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주요 등장인물들이 다들 노여워하는데 나도 감정 표현을 터뜨리듯 해야 하나? 억울한 공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게 숙제였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감정과 톤을 조절했어요.”

감독의 주문은 “놀아라”였다. 복잡한 계산을 털어내고 현장에서 노는 기분으로 했던 게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인물로, 애잔함이 느껴지는 공진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동인이다.

 

◆ “위태로운 현실과 자유로운 사고 균형 맞추는 게 중요”

“제 직업이 배우라 상상을 많이 해요. 카메라 앞이나 일상에서 늘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면은 공진과 비슷하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 미디어의 평가 등 많은 제약이 두렵죠. 위태로운 현실과 자유로운 사고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 옷 입는 걸 좋아한다. 나름 "센스 있다"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학창시절엔 튀는 레드컬러 의상이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시도했으나 이젠 도발적인 옷을 소화할 자신이 없어 편하고 실용적인 옷을 선호한다. 영화 속 그는 한복을 스케치하고, 치수를 재고,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쏠쏠히 보여준다. 능숙한 손놀림이 눈길을 끌었다.

“전엔 바느질 한 번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머니가 다 해주셨죠.(웃음) 영화에 여러 장의 스케치가 나오는데 제가 직접 한 것도 있고요. 촬영 전 디자이너에게 배웠는데 기술 연마보다 공진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할까에 집중했어요. 어머니들이 바느질을 하면서 쌓인 화를 풀어내기도, 자식들 생각을 하셨듯 공진은 옷 입는 사람들 생각을 하겠다 싶었죠.”

 

◆ “한석규 선배의 확고한 연기관 늘 존경스러워”

선배 연기자 한석규와는 영화 ‘백야행’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왕과 왕비 역을 맡은 후배 유연석, 박신혜와는 첫 만남이다. 어느새 현장에서 선배와 후배의 허리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됐다.

“한 선배의 안정적 연기, 확고한 연기관이 늘 존경스러워요. 난 아직 부딪히고 도전하는 시기라 선배 나이쯤 됐을 때 선배처럼 멋있는 배우가 돼있으면 좋겠다 싶죠. 후배들은 너무 잘해요. 신혜는 어떻게 그렇게 마음 아프게 잘 울지 싶었고, 연석이의 연기는 설명이 필요 없이 그대로 전해졌고요. 내가 하는 거라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방해되지 않게 해주는 거죠. 가끔 ‘정말 최고다. 잘했다’ ‘선배들이 칭찬 많이 하더라’라고 격려해주는 정도죠.”

첫 사극은 그에게 정통 사극 출연에 대한 욕망을 일깨웠다. ‘상의원’ 시나리오를 보면서 돌석만큼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힌 왕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최고 권좌에 앉아 있음에도 결핍이 많은 점이 눈에 밟혔다. 밑바닥 인생인 천민이나 평민이 아직은 좋으나 입체적인 왕을 연기해 보고픈 욕심도 꿈틀댄다.

“이번 영화에선 공진이 가장 매력적이에요. 스티브 잡스처럼 시대를 변화시키고, 유행을 선도한 인물이니까요. 개성과 능력, 창의성을 지닌 인물들이 많잖아요. 그런 장인들을 존경해요. 저 역시 그런 연기 장인을 꿈꾸고요.”

 

◆ 단편영화 ‘민우씨...’ ‘묘향산관’ 출연 실험적 시도에 희열

‘상의원’ 개봉 1주일 전에 28분짜리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감독 강제규)이 개봉된다. 홍콩국제영화제 제작비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가면서도 오직 한 남자만을 기다리는 여자 연희의 감동적 이야기다. 고수는 연희의 연인이자 북한으로 간 민우 역을 맡아 짧은 분량에 출연한다.

식당을 찾은 남한 화가와 북한 여종업원의 만남을 중심으로 예술에 대한 담론과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연극, 현대무용, 비디오아트, 퍼포먼스와 함께 실험적 영상으로 담아낸 콜라보레이션 단편영화 ‘묘향산관’은 갤러리 등지에서 상영 중이다.

“재밌을 거 같단 생각, 새로운 것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에 참여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고요. 제가 작품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드리고 싶고, 저도 새로운 작업을 통해서 기쁨을 느끼고 싶은 거죠. 참신한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하려고요. 난 늘 달려가는 과정에 있으니까.”

‘피아노’를 치던 순애보 청년은 ‘황금의 제국’에 입성하려는 권력의 화신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20대 조각미남 연기자에서 30대 연기파로 전환한 역사이기도 하다. 고수는 “매 작품이 내 연기 인생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얻기도, 무리수를 둬서 관객과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늘 배운다”고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취재후기] 욕심이 많이 생겨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요즘이다. 잘 짜인 스릴러, 잔잔한 시나리오에 눈길이 간다. 색깔 짙은 장르물에 출연한 지 좀 됐기에 진한 남자들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깊이 있는 40대 배우를 준비하는 자의 눈빛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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